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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 ~ 그 알갱이

반 토막도 안 남은 삶의 행복

반 토막도 안 남은 삶의 행복

오락가락장맛비 속에 7월 문지방을 넘었다. 금년을 벌써 반 토막 뚝딱 잘라먹은 셈이다. 그간 뭐했나? 산행 몇 차례 한 것밖엔 한일이 없다. 그것도 얄궂게 늦게 배운 도둑질 맛에 오금이 절이는 다릿병을 얻어 오늘도 병원을 찾았으니 주사에 약 복용하기 한 달 남짓 됐다.

나는 1주일 간격으로 병원(정형외과)엘 가는 셈인데 아침7시쯤 들어서야 50~60번 내외의 대기 순번표를 뽑아서 오전에 전문의(한분뿐이다)의 진료를 받을 수가 있다. 고령화사회 탓인지 새벽6시 병원셔터를 열기 무섭게 순번 뽑기 줄서기를 하고 있어서다. 처음엔 나도 어안이 벙벙했으나 이내 그 대열에 끼려고 7시쯤 집을 나선다.

그래야 간당간당 턱걸이 하다시피 오전진료를 받을 수가 있어서다돈 싸 짊어지고 새벽길 나서는 환자들과 비명 아닌 비명의 병원이라니! 전문의는 하루 150여명의 환자를 진료하나 싶었다. 암튼 난 주사 한 대를 맞고 1주일분 약을 처방복용하길 한 달짼데 내 깐에 거의 다 나앗지 싶어 오늘만 의사진료를 받을 참 이였다.

근데 의사는 앞으로 주사만 두 번 더 맞으란다. 의사(원장)는 용하단 입소문이 난데다 친절하기도 해 문전성시를 이룬다. 나는 오늘도 정오를 넘어 주사처치를 받고 병원을 빠져 나왔다. 밧줄잡고 바위산 오르는 스릴 즐기다 6월 한 달을 병원문지방 뻔질나게 드나드는 꼴이 된 것이다. 그렇다고 자조만하고 있을 순 없다.

금년이 아직 반 틈은 오롯이 남아있어서다. 뭘 어떻게 해야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없어 탈이라면 탈인데, 여태껏 그렇게 내 인생을 절반 넘게 잘라먹은 타성에 젖어 별로 심각해하지도 않는다. 고작 학교 다닐 때나 결혼한 때, 애들이 순탄하게 제 갈길 밟아 세칭일류대학 입학했을 때와 평범한 청년들을 만나 결혼을 시켰을 때가 젤 즐겁고 흐뭇했을까?

그게 내 인생의 행복이었을까? 라고 회억해 보지만 얼른 긍정하지 못한다. 그런 추억들을 회고하며 반추해보는 애틋한 감정이 허전한 내 자신을 지탱하고 있음에 위안한다. 까먹어버린 내 인생의 절반의 절반도 안 남은 앞으로의 인생은 그래서 더 자신이 없다. 포부도 쪼그라들어 용기마저 움찔댄다.

무리한 짓 삼가서 누구한테 욕먹지 않는 삶으로 반에 반 일생을 다잡아야 할까보다. 어제 함라산엘 올랐다. 장맛비에 세수까지 한 초목들은 번들번들 윤기 자르르했다. 묘역의 잔디도 곱고 조경수도 말쑥해 무덤속의 주인공도 좋겠거니 생각됐다. 저만치서 고사한 소나무 두 그루를 쳐다보기 전까진 말이다.

 

나보다 더 오래 살았을 소나무는 아직 청년도 아닐진데 아랫도리에 구멍이 뚫린 채 유령처럼 서있었다. 아마 후손들이 잔디보호구실로 구멍에 농약을 주입시켜 고사시킨 거였다. 후손은 선고(先考)한테 불효하고 자연훼손범죄를 저지른 꼴이라. 선고 핑계대고 소나무를 죽였으니 말이다.

 

몇 백 년은 거뜬히 살 소나무를 죽이면 무덤속의 고인은 박수라도 칠 줄 알았을까? 한심하다. 한심한 짓 잘 하는 부류는 권세부자들이라 더 염장 쑤신다. 선고 핑계 삼아 명당 만드느라 자연훼손 일삼는 파렴치한 짓거리가 지 낯짝 내기란 걸 세상은 다 아는데 지만 모르고 있어서다.

중국의 등소평은 그래서 더 위대한 정치가다. 매장문화를 국법으로 금지시키고 자신도 솔선 화장한 채 국토를 효율적이고 자연친화적으로 선용 오늘날 G2국가로 우뚝 서게 해서다. 매장문화를 없엔 중국엔 명당자리 묘역이 없으니 나라가 망조 들어야 할 텐데 말이다.

그보다 더 고차원적이고 자연친화적인 장례문화가 있다. 티베트나 히말라야, 아시아고산족들은 조장(鳥葬)을 한다. 새들이 먹기 좋게 하기 위해 시신을 조각내어 보시(普施)한다. 평생을 자연에서 얻어먹고 살았으니 시신일망정 금수한테 보시하여 보은하려는 윤회사상이야말로 숭고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또한 전쟁때 바다에선 대게 시신을 수장시켰다. 바다물고기의 식탁에 보시한 거다. 물고기를 즐겨 먹었으니 그들한테 내 몸 주는 건 당연지사다. 화장할 나무가 아까운 고산족들처럼 기름 한 방울도 아껴야할 처지기에 우리의 화장도 낭비인 셈이다. 거기까진 아니라도 아름다운 죽음이 있다.

시신기증이다. 사회이웃들과의 공존공생으로 유지한 삶이니 죽어서 시신기증으로 이웃에게 희망을 선물하는 일생 말이다. 어려울 건 자신이 맘먹는 것 외엔 없다. 암 데서나 쌍수를 들고 환영한다. 자연친화적이기도 하다. 나는 남은 일생동안 할 일이 별로인 밥 축내는 기생충일 뿐이다.

딱 한 가지 할일이 있다면 시신기증이다. 사회를 위해 한 일이 없는 내가 그나마 시신기증이 있다는 사실은 태어남의 의의고 보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죽음을 떳떳하게 맞을 수가 있을 것도 같다. 기왕 시신기증 할 바엔 몸 정갈하게 가꿔 사용처 많은 주검으로 남는 것이다. 행복한 삶과 아름다운 생은 내 생각 나름이다.

장맛비가 내리고 산천은 더욱 푸르게 물들며 열매는 토실토실 영글어 갈 7월에 행복을 본다.

2017.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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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 02) 2276-0027. 2272-7161.

 

# 시신기증 상담전화

* 원광대학교 재생의세관 ; (063)850-5773/6757

                                
출처: http://pepuppy.tistory.com/282 [깡 쌤의 내려놓고 가는 길]

내 낫살 아직 청춘인데

주사 한 대로 요절하는 남새스런 모습을

울울창창숲 속에 버티고 있음은

죽은어버이 핑계삼은 산자의 횡포를 고발하기 위함이라

장례문화는 민족마다 고유의 전통이 있어 가벼이 논할 수 없는 신성함을 경배할 뿐이다. 수세기에 걸친 우리의 매장문화는 화장에 이어 수목장으 선호하기까지에 이르었다. 매장이 빚는 자연훼손을 친자연화 시키자는 각성에서다. 근데 아직도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은 명당운운하며 호화묘지를 조성하려든다. 위 사진의 두 그루의 소나무는 묘역의 잔디성장에 방해물이라고 재초제를 주사 고사시킨 인간의 횡포를 증명하고있다.

 

명당자리가 있고 그래 호화묘역을 조성하여야 후손이 복 받는다는 건 가장 어리석은 자의 한심한 자기현시욕 더도 덜도 아니다. 만약 명당자리가 존재한다면 한정된 국토에 너도나도 명당을 찾아 묘를 쓰면 우리는 희망이 없다. 명당은 유한해서다. 우린 아무리 발버둥치고 노력해도 전쟁을 벌려 국토를 넓히기 전엔 싹수가 노랗다.  

중국의 등소평이 장례문화를 화장으로 국법화시킨 이후 비약적인 발전을 하여 오늘날 G2국가로 거듭 난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몽골, 티벳, 히말랴소수민족을 비롯한 세계도처에선 조장(鸟葬)문화전통을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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