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도봉산, (천축사-자운봉-Y계곡-포대능선-망월사)

 

 

 

몇 개월 만인가. 도봉산신축역사가 나를 어리둥절하게 하여 방향감각을 잠시 헷갈리게 한다. 구 역사에선 도봉로를 건너느라 아수라였는데 편리하다. 도봉계곡에 들어섰다. 간밤에 한파는 숙면에 들었는지 한결 푸근하다. 선조6년 양주목사 남언경이 정암 조광조의 학문과 사상을 추모키 위해 세웠단 도봉서원 앞을 지나칠 땐 열시반쯤 이였다.

 

 

 

도봉(道峯)’이라는 이름도 당시에 받은 사액에서 비롯됐다. 오늘은 일찍이 한 번쯤 주파하고 싶었던, 금강암, 천축사,관음암,마당바위,칼바위를 밟고 신선대와 자운봉에 오른 후 포대능선을 누비다가 망월사로 빠지기로 맘먹은 홀로산행이다.

외투를 벗었다. 바람 한 점 없는 골짝의 한기는 산행하기 딱 좋다.

 

-108불상 뒤의 선인봉-

 

나지(裸枝)들은 청명한 겨울하늘에 그림처럼 박혔고, 낙엽은 그 고운 빛깔을 감추고 배회의 여정 끝으로 부엽토자릴 찾았나 싶다. 석간수물길이 얼고, 삐져나온 물이 얼음 위에 얼어붙길 겨우내 한 탓에 탐스런 빙하가 천축사길목을 치장했다. 천축사는 백팔부처상 뒤로 우뚝 솟은 하얀선인봉의 빼어난 절경이 압권이다.

 

-천축사와 선인봉-

선인봉이 천축산을 닮았는지, 자운삼봉이 닮았는지는 모르겠으나 천축사 앞에서면 탄성이 절로난다. 더구나 앞마당에서 저 앞의 불암`수락산을 조망하면 참으로 명당이란 걸 절감케 한다.

서기673년 의상대사가 만장봉 아래 여기에 천축사를 창건함에서 오늘에 이름인데 의상대사는 전국유명 사찰치고 족적 남기지 않은 곳이 없을 만치 오지랖이 넓단 생각이 났다.

 

 

-천축사 입석-

 

산천을 유람하면서 명당에 머물다 여차하면 사찰을 세우며 유유자적하셨으니 승려치곤 대단한 호사(?)를 누린 셈이다.

천축사무문관은 196512월 참선수행처로 문을 열어 6년 동안 외부와의 접촉을 끊고 면벽수행을 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조계종의 종정을 지낸 서옹, 서암 스님 등이 수행에 참여했다.  1978년까지 두 차례에 백여 의명 스님들이 도전했지만 관응, 제선, 구암, 원공 스님만이 성공했단다.

 

-마당바위-

 

마당바윈 산님들의 쉼터가 됐다.  잠시 멈칫대며 저만치 우측으로 뻗어달리는 우의능선에 눈 팔다가 관음암을 비껴 칼바위를 오른다.

여간 된비알이라 땀 훔치느라 허릴 펴곤 한다. 겨울이라서 등산객이 뜸할 거란 생각은 착오다. 젊은이들이 겨울산행의 대세란 느낌이 들어 속빈 강정의 나도 덩달아 기분 좋게 따랐다. 뒤처지지 않는다는 치기까지 솟아 얄팍한 산력을 까발리며 신선대에 올랐다.

 

 -칼바위 숲-

허나 비좁은 신선대는 젊음과 셀카족의 차지가 돼 철재가드레일을 붙들고, 불투명한 겨울하늘과 쓸다 만 구름 한 조각과 귓불을 스치는 냉기 한 떼에 온몸을 던지다 하산했다.

흰 화강암바위들이 유달리 티를 내는 도봉산정은 겨울에 진짜 민얼굴을 보일 것 같았다. 깨 홀라당 벗은 산에서 샅샅이 들춰낸 민 바위는 하연 잔설까지 걸치고 있어 명암도 선연하다.

 

 

-자운봉-

 

739.5m의 자운봉(출입금지다)을 코앞에서 눈썰미에 남기고 만장봉과 선인봉 뒤 허리께를 가파르게 하산한다. Y계곡이다. 산님들이 숨 고르기에 든다. 사패산을 향하는 포대능선을 밟는다. 포대정상 바위아지트 한갓진 구석에 자릴 깔고 늦은 점심을 들었다. 다락능선이 굽이치다 파도처럼 솟는 흰 바위들이 멋들어졌다. 의정부시는 각설탕을 두서없이 흩뿌려 놓고 잔설은 도장밥처럼 검은 산록에 하얗게 머문다.

 

-자운봉-

 

어제 밤 은이가 느닷없이 구운 고구마를 먹고 싶다고 해 먹다 남은 걸 한 개 싸갖고 왔는데 알량한 찬 김밥보다 감칠 맛났다. (막내와)은이가 아까9시 반에 베이징으로 떠났으니 지금쯤은 도착했을 테다.

지 할애비인 나보다 더 알뜰살뜰 챙기던 달콩이(달팽이 애칭)를 우리내외에게 맡기며 잘 길러야한다고 신신당부하면서였다. 달팽이가 잘 먹는 채솔 적어주며 절대 굶겨선 안 된다고 단단히 주의까지 남겼다.

 

-포대능선의 석송-

 

둘째가 배웅을 나갔지만 난 비행장 대신 도봉산엘 올랐다. 1년마다 휴가가 있고, 베이징이 고작 2시간반거리라 맘만 먹으면 만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서운했다. 은인 4~5년 있다가 귀국하겠지만 딸 셋인데 두 놈이 다 외국에서 머물게 됐다. 아내 말따나 좋은 일로 나갔는데 축하해야지포대정상바위에서 무탈하게 귀국하길 기원해봤다.

 

-자운3연봉-

 

한 시간쯤 포대능선을 즐기다 망월사 길로 들었다. 가파른 계단은 조붓하고 섬세하게 다듬어놨다. 사찰이 아니라도 출입로는 그 집의 마음의 행로일 수 있다. 마음이 단정하고 손님을 반기는 상냥한 맘씨의 주인이라면 대문에 이르는 길은 정갈할 테다. 포대능선에서 망월사에 이르는 가파른 길은 그걸 말해줌 이였다.

 

-포대능선 석상-

 

우리나라 사찰 중 젤 높은 곳에 자리한 망월사는 언제 찾아도 맘이 푸근하며 경건해진다. 알레달래 찌푸린 심사도 예서면 금세 잊고 맑아지는 청정심 같은 무언가에 파묻혀드는 거였다. 망월사 어느 구석, 어느 마당에 서서 잠시 머물라치면 나는 알 수 없는 침잠 속으로 빠져드는 거였다. 평정심에 차분해진다.

 

-망월사 종루-

 

자고로 기가 센 명당텃세 탓일까? 라는 부질없는 몽상도 해봤다. 참으로 빼어난 명당이란 생각이 절로 든다. 내가 서울 살면 자주 찾고 싶은 사찰이다. 가뭄과 한파에 석간수가 꽁꽁 얼어, 떨어지는 물 한 방울씩 조롱박에 받아먹는 것도 수양이다 싶었다. 그 아래 작년 8월 폭풍낙뢰에 쓰러진 전나무 시목이 동강난 채여서 맘이 아팠다.

 

 

 

스산한 겨울, 늦은 오후의 햇살잔영이 망월사의 고즈넉함을 한껏 발하게 하나 싶었다.

골짝 물길을 죄다 빙하로 만들어버린 겨울산사! 그래도 망월사를 오르내리는 길은 바람 없이 잔잔했다. 계단 하나씩 내려서면 그만치 일상에 한 발작씩 다가서는 망월사길, 높은 산길!

우람한 간화선승, 무애 춘성스님을 그려본다.

 

 

 

스님은 스승 만해 한용운선사가 서대문감옥에 계실 때 여기에 머물며 3년간 옥바라지한 연유로부터 50여 년간 상주하시며 망월사를 중창하고  선가(禪家)의 도량으로 회자되게 하였다. 많은 스님들이 수신의 장으로 이곳에서 정진하여 춘성스님의 문도로 참선에 들었었다. 

그래 망월사하면 춘성스님이 연상될만큼 스님의 가풍이 물씬한 곳이다.  내가 진정으로 흠모하는 스님이어선지 망월사에 오면 맘이 그윽해지고 평안해진다.  

 

 

스님은 나 같은 등산객이 언제든 경내에서 쉬어가길 권유했고, 비 또는 눈 오는 구짓날에는 법당까지 내주며 취사하고 즐기다가라고 했던 생활부처님(生佛) 이셨다.  

한 시간은 금세 지나고 망월사전동차는 나를 싣고 아수라 서울로 향했다. 몇 개월 묶은 잡티를 얼마큼 털었을까? 

오늘 도봉산에서의 다섯 시간은 실로 오랜만에 맛보는 달콤한 한량의 시간 이였다.

 

 

만해 용운께서

 

산중 乖角이시라

상좌도 딱 하나밖에  두지 않았다

상좌도 산중괴각이라

勝於師

산중괴각이시라

 

춘성선사

 

만해 용운이 감옥에 갇혀 계실 때

만해의 독립이유서를

몰래 받아내어

상해 임시정부기관지에

보내었다

 

춘성선사

 

그는 아예 상좌 하나도 두지 않았다

이불 없이 살았다

하기야 절 뒤안에 항아리 묻어

거기 물 채워

물속에 들어가

머리 내놓고 졸음 쫓는

禪定이니

기어이 수마를 모조리 내쫓아 버렸으니

 

경찰서에 불려가 신문 받을 때

본적 어디냐 하면

우리 아버지 자지 끝이다

고향이 어디냐 하면

우리 어머니 보지 속이다

 

누군가가

부활을 말하자

뭐 부활

뭐 죽었다 살아

죽었다 살아나는 것

내 자지밖에 보지 못했다.

이놈

한밤중에 다 잠들었는데

그는 마당에 나와

돌고 돌며

행선삼매라

 

신새벽 잠깐만 눈 붙이고

다시 새벽 선정에 새치롬히 들어간다 무릇 아지 못해라

 

      -고은의  <만인보, 25권 '춘성'>에서 도인춘성을 읊은 시 전문-

                   

                                  2016. 01.30

 

pepuppy.tistory.com/564 에서 망월사행장기 <망월사전나무의 부음>을 보시면 도움이 됩니다. 

 

 

 

 

 

 

 

 

 

 

 

-망월사 원경-

 

-다락능선 만월대-

-연리지 세 개를 이룬 포대능선의 소나무-

 

 

 

-포대능선서 본 자운삼봉-

 

 

 

-포대능선의 두꺼비-

 

 

-사패산-

 

 

 

 

 

-신선대-

-오봉&북한산-

-암송 뒤의 우이봉-

-만장봉-

 

 

-우이능선-

 

 

 

-선인봉-

 

 

-망월사 석정-

 

 

Posted by peppuppy(깡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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