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섬 - 변산마실길 1박2일

 

 

-솔섬-

 

뭐시 그리 그리워

마중 길 돌아서질 않고

변산 바윌 끌어다가

섬을 만들었니

해질녘의 고적(孤寂)한 너

밤새 바닷물 퍼내느라

하얀 거품 뿜어내

새벽을 해안으로 밀치면

삐쩍 마른 바위길 열려

마중 길나서는

솔,  너의

그리움이라니 

                    <솔섬>

 

--해질녘의 궁항-

 

우리부부일행이 투숙한 경찰수련원 앞엔 학생해양수련원이 고운 모래사장을 깔아놓고, 좌측 비탈 검푸른 바다에 소나무 몇 그루가 소반분재처럼 떠 있다. 바다 위에 떠 있는 소나무는 해질녘엔 그 기막힌 풍광으로 누구라도 망부석처럼 서 있게 된다. 바로 솔섬이라.

그 솔섬에서 격포채석강까지의 간첩저지철조망 해안루트를 4코스, 솔섬에서 모항으로 가는 야산해안길이 변산마실길 5코스인 셈이다.

 

 

솔섬은 어디서 관망해도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검푸른 바다 위 앙증맞은 수반위의 꼬부라진 소나무 몇 그루는 작위적인 그림이다. 그 묵화에 석양빛이 달라붙기라도 하면 환상이다. 난 혼자 숙소를 나섰다가(휴대폰도 없이) 그 몽환적인 그림을 마주하곤 아차~!’하는 아쉬움에 발 동동 구르기만 해야 했다. 숙소에 들러 폰을 챙겨 나왔을 땐~?

 

 

상록해수욕장 쪽 4코스를 향했다. 사구를 벗어난 야산은 대간첩참호 내지 비트를 연결한 철조망 길을 단장해놔 야릇한 맛이 베인 마실길이 됐다. 뿌연 구름 탓에 멋있는 낙조는 아니라도 붉은 노을은 검은바다를 태우며 철조망을 감싼 수목들 사이를 쑤셔대는 거였다.

 

-뭍이 된 솔섬-

 

노을은 고요를 잠재우고 어둠과 멍게까지 일깨우는 통에 난 으스스해졌다. 아니 멍게란 놈들이 붉은 집게발을 들고 부스럭대며 어딘가를 향하는 걸 알아채기까지 오싹하는 기분이란, 나중엔 그것마저 즐겼던 마실 길이었다.

음침한 비트 숲에서 조망하는 상록해수욕장과 노을빛도 너무 아름다웠다. 영화 이순신세트장, 궁항에서 격포항까지의 해질녘트레킹은 1박을 하지 않곤 맛 볼 수가 없는 별미다.

 

 

변산(부안)마실길1코스부터 9코스까지는 해안길인데 나는 오늘 비로써 입문했다. 집에서 한 시간도 채 안 걸리는 변산마실길을, 이 멋들어진 해안길을 여태 외면하고 살았다니 절로 한심이 났다.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노령산맥의 한 지맥이 북서진하다 서해바다를 파고든 곳이 부안이라 했다.

 

-무창포 해수욕장-

 

산간에는 비옥한 전답이 많아 땔감과 식량이 풍부하고, 염전의 풍성한 소금과 드넓은 갯벌의 어패류가 무진장하여 살기 좋은 곳이라고 풍수지리학자들도 입맛 다신 고장이란다.

간첩침투저지선으로 불과 얼마 전까지도 출입통제구역 이였던 철조망은 해안을 따라 참호와 비트로 연결된 운치 넘치는 부안마실 길로 탈바꿈 됐다.

 

-수평선상의 하섬이 아스라이 보인다-

 

트레킹 족들한테 소문난 이 길을 나와 아내, 황소장부부, 박소장부부 여섯이 변산 경찰수련원에시 1박을 하며 변산마실길 트레킹에 나서기로 약속한 건 한 달 전이다.

대선배이신 두 분이 현직에 있을 땐 여차하면 어울렸는데 지금은 부인들끼리만 모이다 추억을 씹어보자는 제의에 얼씨구 했던 거였다. 박소장 자제분들이 현직에 근무하여 수련원을 실비로 사용할 수 있어서 부러 나선 12일 나들이인 셈이다.

 

-마실길2코스-

 

아름다운 해안 절경으로 탐방객이 가장 많이 찾고 있는 격포항과 채석강, 적벽강과 격포해수욕장이 있는 3코스 적벽강 노을길은 전에 많이 찾았던 탓에 내일은 2코스와 5코스를 밟기로 했다.

서해안, 변산마실길에서 맞는 일출은 어떨까? 어두컴컴한 5시에 숙소를 나왔다. 학생수련원백사장까지 파고든 검은바다는 침묵에 빠졌다.

 

-하섬-

 

솔섬이 바다저만치에서 새벽잠에 떨어졌다. 회색하늘도 아직 여명의 기척조차 못 느끼나 싶다. 달빛을 등 업은 파도 한 여울이 죽은 듯이 밀려와 모래사장에 하얀 달빛을 내려놓으며 ~!’하고 물러난다. 검은 수평선위 산 능선이 희붉어진다. 서투른 빗질에 남겨진 구름이 몸살기가 났는지 열꽃을 피우며 보챈다.

 

-내변산능선의 일출-

 

산능선이 타오른다. 구름도 붉게 타고 하늘도 파랗게 달궈진다. 바다로 거대한 불덩이가 떨어지더니 어뢰 한방이 나를 향해 바다를 가르며 달려온다. 산천이, 바다가, 마을이 희붉게 물들다 제 옷들을 갈아입고 있다.

 

 

여명은 그렇게 찬란하지는 안했다. 다만 나를 달뜨게 한 건, 빨리 되짚어 달려오라고 손짓하는 솔섬이 묵화에서 깨어나 가랑이를 짝 벌리고 미몽에서 허우적대고 있다는 기적 이였다. 그건 자못 기적 이였다. 솔섬은 밤새워 바닷물을 퍼내며 가랑이 한 쪽을 해안가에 걸치고 그리워한 누구라도 오라고 하는 거였다.

 

-변산마실길 석양-

 

그의 가랑이 살은 바닷물에 절이고 뜯겨져 앙상한 뼈다귀만이였다. 칼날 같은 뼈다귀를 기다시피하며 솔섬에 올라섰다. 바다는 저만치 물러서서 하얀 거품을 뱉고 있다. 애당초에 솔은 누굴 마중 나와 바닷물에 갇히고, 거기서라도 살려고 바닷가바윌 끌어당겨 섬을 만들었을까?

 

-모항의 일출-

 

바다는 물을 채워 솔을 가두고, 솔은 바닷물을 퍼내 해안에 들려는 처절하고 지난한 싸움을 하루 두 번은 그리움이 뭔가를 갈쳐주는 거였다.

어린이들이 그리움의 현장엘 체험하러 온 게 꼭 동화속의 그림마냥 이였다. 솔은 오늘도 누구를 기다리고 있을까? 솔섬은 변산마실길의 상징 같았다.

 

-솔섬의 어린이들, 우측에 학생수련원이 보인다-

 

바다는 금세 또 바닷물로 솔을 가두고 솔은 저만치 그리움을 향해 바닷길마중 나가고 있다.  여선생이 호들갑을 떨었다.

"애들아, 빨리 나가자. 바닷물이 든다"  내가 미운오리새끼가 된다.

"아직 멀었다. 저 아래 조개도 있다. 한 시간쯤  실컨 놀아라"

"정말로요?"애들의 입이 동시에 나를 향했다. 여선생이 미솔 머금은 채 빤히 나를 본다.

"정오쯤에 다시 섬이 될거다" 애들과 어울려 놀고싶단 생각이 굴뚝처럼 밀려왔다.

 

-솔섬에서의 필자-

 

늦은 아침을 먹고 체크아웃 한 후 우린 고사포해수욕장솔밭에 자릴 폈다.  모래뻘에서 맛을 잡다 밀물에 쫓겨나오는 텐트족들이 행복이란 게 뭔지를 보여주나 싶다.

호미 아님 갈고리에 작은 소금통과 맛 몇 개 든 양파망이 전부인 그들이 지상에서 젤 뿌듯한 시간에 머물고 있단 퍼포먼슬 보여줌 이였다. 이글거리는 태양이 그들이 내 팽개친 쪽빛바다에 부서지고-.

 

-무창포뻘에서 맛 낚기, 하섬이 닿을 듯하다-

 

성현에서 고사포해수욕장, 원대수련원, 사망암, 송포를 잇는 해안비트길과 모래사구길이 변산마실길2코스란다.

고사포해수욕장의 세모래와 넓은 백사장, 방풍송림숲 속의 텐트촌과, 쪽빛바다 속의 하섬과 하얀고래섬은 트레킹족들을 낭만에 절케 한다.

게다가 바다의 보물을 캐며 조가비와 나누는 밀어는 상상만으로도 '지상에서 영원으로'다.

 

 

 

송포항에서 철책으로 이어진  해안초소비트길엔  붉노랑 상사화가  길동무가 된다.

솔섬이 그리움의 포로였다면 노랑상사화는 결코 마주할 수 없는 일란

성연인의 사랑의 비극일테다. 짭쪼름한 갯바람결에 묻어나는 솔향과 상큼한 피톤치드 가득한 송림속 금빛모래의 고사포 해수욕장을 거쳐 옥녀가 머리를 감았다는 성천마을까지가 2코스다.

 

-마실길2코스의 노랑상사화-

 

하섬은 원불교해상수련원이란다.  '바다에 떠 있는 연꽃같다'하여 연꽃 하(遐)자 하섬,  또는 웅크린 새우 모양을 하고있다 하여 새우 하(鰕)자를 쓰는 데 고사포 해수욕장에서 약 2㎞ 떨어져있다. 섬 안에는 200여 종의 식물이 있고,  짙은 솔향 속에  울창한 소나무 숲을 거닐며 솔바람 소리에 취할 땐  에뜨랑제가 된 기분이다.  호젓한 백사장이 있고 썰물 땐 갯벌에서는 조개잡이 가능하다.

음력초하루와 보름 사리때 바닷길이 열려 하섬에 갈 수 있단다.

                         2015. 09

 

 

-적벽강-

 

-대 간첩저지철망 따라 마실길이 조성 됐다-

 

 

 

 

 

-상록해수욕장의 석양-

-해안 바위벼랑길의 5코스-

-5코스-

-5코스의 산림청 수련원-

-해안절벽의 토끼굴-

-내변산자락-

-모항백사장-

 

 

-해안바위 마실길-

-상그릴라펜션-

-모새의 기적을 이룬 솔섬-

 

 

 

 

 

-적벽강-

 

 

-솔섬-

 

 

 

 

-대간첩 벙커코스길-

-마실길 해안전망대-

 

 -이순신세트장-

 

 

 

 

 

-무인백도-

-해안벙커를 잇는 마실길-

 

-무창포해수욕장과 송림-

 

 

 

 

-고사포송림 텐트촌-

 

 

 -12코스 부안호-

 

 -세가족 일행-

-上, 12코스 부안호. 下- 

Posted by peppuppy(깡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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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Uz0 2020.07.19 03: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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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l0NV 2020.07.19 03: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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