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걸어가는 길 - 산행기

환상의 대부도구봉산 해솔길의 낙조

환상의 대부도구봉산 해솔길의 낙조

 

 

 

경기도 안산시에 편입 된 대부도는 시화방조제로 연결되어 구봉산릉을 종주하고. 해안선을 에두르는 대부해솔길이 2012년 개통돼 환상적인 낭만의 트레킹코스가 됐단다. 그 낭만의 길을 불꽃이 길라잡이 했다.

오후4시 반쯤 오이도역에서 불꽃님을 해후했다. 이곳 시흥에 산다는 그녀는 시간단위로 짜놓은 빠듯한 일과 중에 나를 위해 부러 퇴근을 서두른 편이라 미안하고 고마웠다.

 

 

대부도까진 시화방조제를 달려 반시간 남짓 걸린단다. 말썽꾸러기 시화호를 매스컴을 통해서만 알아오다 접하는 기분도 새롭고 흥분됐다. 한참을 질주해도 방조제는 중간에 전망대와 소공원을 만들곤 다시 이어졌다.

그녀의 쉼 없는 얘기 속에 시간을 붙잡고 구봉산해솔길 입구에 닿았다. 불꽃이 차 속에서 등산복으로 변장했다.

 

 

바삐 사는 그녀의 단면을 들여다본다. 단련된 멋있는 몸매 못잖게 삶의 달인 탈랜트란 생각을 확신하는 나였다. 부럽고, 그래 그런 엣지녀와 동행하는 내가 행운아란 생각도 하면서였다.

성큼성큼 그녀가 무성한 수풀 속을 오른다자갈 섞인 황토 길이 섬 같질 않은데 끝장 무더위에 시달린 풀숲이 짭조름한 해풍에 풀냄새까지 버물려 상큼 하게 해준다.

 

-아득히 송도신도시-

 

몇 개월 전, 그녀가 대부도얘길 꺼내 초청(?)했을 때만도 오늘이 있게 될 거라곤, 더는 이렇게 맛깔스런 트레킹코스가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었다.

하긴 주말마다 산을 찾는 그녀가 대부도얘길 꺼낼 땐 그만한 뭔가가 있을 것 이였다. 구봉산 옆구리를 가로질러 오르락내리락 조붓한 숲길을 헤치며, 언뜻언뜻 얼굴 내미는 바다에 나는 눈멀어져 가고 있었다.

 

 

바다 끝에 마천루숲이 신기루처럼 아물거리는데 송도신도시란다. 솜털구름이 피어오르는 하늘로 이따금 비행기가 솟는다. 인천국제공항이 마천루숲 너머란 증좌다.

골짝에 급경사 지그재그계단이 여간 가파르다.  끝이 보이질 않는데  내려가면 바닷가에 약수터가 있단다.

해면가장자리 까만 바위위 거북이주둥이에서 샘물이 솟는다. 신기하다. 그 약수터바윌 넘보는 파도도 잔잔하고 속삭임도 은은하다.

 

 

찰싹대는 파도가 구봉산밑자락에 하얀 포말허리띠를 끼우며 바닷 속으로 사라진다. 그 허리띠가 해안 해솔길이란다. 썰물 땐 구봉산엉덩이가 얼마나 펑퍼짐한가를 바다는 하루 두 번씩 옷을 벗긴단다.

그 엉덩이엔 조개와 개와 고동과 잔챙이 고기가 숨어있다나!?  불꽃이 말하길 구봉산이 아랫도리옷을 홀라당 벗으면 얼마나 진기한가를 보러 다시 오란다.

 

-약수터 계단길-

 

그럼 그대가 귀찮 하잖나?”고 시침일 때자

내가 좋아 오고픈 곳에 동행하는데~!”라고 한 자락을 더 깔았다.

멋있는 사람 지인으로 둬 좋은 곳을 오는 행운아의 행운이란, 긍정적인 사고를 갖고 도전할 때 주어지는 거라고 덧붙이는 그녀였다.

 

-끝에 유리섬-

 

서쪽으로 영흥`자월`이작도가 끄나풀 같은 다리로 연결돼 수평선으로 사라진다. 우측 푸나무 사이론 시화조력발전소가 시화방조제를 타고 송도마천루 숲으로 이어졌다.

옛날 해안초병이 은거한 벙커가, 섬 끝머리의 감시망루가 적의와 불신의 트라우마로 유물처럼 볼썽사납다.

 

-영흥,작월,이작도의 연육교-

 

구봉산은 갑자기 허릴 굽혀 펴서 고개를 들어 등대 같은 망루를 세우고 서북쪽의 망망대해를 조망한다. 그 굽은 허리가 밀물 땐 바닷물에 잠겨 개미허리가 된단다. 그렇게 바다는 수작을 부려 ‘모새의 기적을 맛 뵌다나?

그 모새의 기적자리에 낙조전망대가 있다. 해를 상징하는 작품은 무수한 황금고리와 은고리를 엮은 조각으로, 해질녘이면 아름다운 낙조를 품어 몽환 속으로 몰입케 하는 거였다.

 

-개미허리-

 

수평선을 붉게 태우며 바다와 하늘에 불꽃을 번지는 황금노을을 감상하러 사진쟁이들이, 구경꾼들이 몰려드는 곳이란다.

불꽃과 나는 일찍 도착하여 개미허리전망대에서 한참을 바다에 몸 실었다. 오는 이가 대게 커플들인데 주말이면 발 디딜 틈이 없단다. 이윽고 환상적인 낙조에 빠져들었다.

 

 

엷은 구름이 흐른다면 더욱 몽환적일까? 구름까지 황금빛으로 타면 노을빛은 더 환상적일지도 모른다. 노을을 등받이 삼아 해솔길을 걸었다.

해가 우릴 전송하는가? 우리가 해를 전송함인가? 해는 우리에게 전송이란 말이 낯설고 엉뚱하리라.

자연은 늘 그대로이고 시간을 쪼개 변덕을 일삼고 자위하는 게 우리들의 간사한 마음일 테다.

 

 

누구에게도

생은 두 번이 아닌 것

돌이킬 수 없는 것

강화 석모도 앞바다

그렇게 왔다

 

저 크나큰 일몰에

이름 짓지 말라

무엇이라고

무엇이라고

날름거려 날름거려 이름짓지 말라

무엇이라고

비단 짜 옷 입히지 말라

 

저 일몰에

무엇의 아비

무엇의 딸이라 어설피 핏줄 대지 말라

 

그냥 삭은 장승 하나로 기우뚱 묵묵부답으로 있거라

  곧 어두워 오리

                                                                   -고은 <강화도에서>-

 

 

어둠이 내리는 해솔길-바다소리길을 세상에서 가장 한량걸음으로 밤의 여정에 들었다.

바닷물에 살짝 발 담근 선돌이 반긴다. ‘할매, 할아배 바위라 부른다는 망부석이라. 고기잡이 나간 남편을 기다리다 돌이 돼 버린 할머니. 몇 달 뒤 돌아온 할아버지도 돌이 된 아내가 그립고 애통하여 그 옆에서 돌이 돼 버렸다는 전설의 선돌 말이다.

 

 

애련한 얘길 귓가에 소곤대는 파도소릴 들으며 해변을 따라 걷는 바다소리길3.0란다. 산악탐방길 3.5를 합처 구봉산해솔길이라. 어두어진 만큼 커저버린 보름달을 이고 귀로에 들었다.

아까 시화호방조제의 조력발전소 전망대에 올라 밤의 세계를 들여다보았다. 25층 높이에서 팔 뻗어 보름달에 오르고 싶었으나 그게 나의 한계란 걸 아는 지점 이였다.

 

-선돌-

오이도역사 부근 식당에서 늦은 저녁을 들자 9시가 지났다. 야트막한 봉우리가 아홉 개라는 구봉산능의 짙은 숲, 조개와 개의 서식지인 자갈뻘, 황홀한 노을, 올망졸망한 바다풍경, 갯벌체험장 등 다양한 정취를 흠뻑 만끽할 수 있는 진주 같은 해솔길 트레킹코스를 선사한 불꽃님이 무지 고마웠다.

 

-시화호조력발전 전망대-

 

그래서 이웃으로 살면 좋겠다고 언감생심을 토했다.

눈앞에 어른거려야 살가워지고, 눈앞에서 멀어지면 잊어진다,’ 는 옛말에 우린 공감하면서도 눈앞에서 달아났다.

만나는 순간 헤어짐을 염하지 않는 삶은 결코 아름답지 않을지 모른다.

2015. 08. 28

 

 

#. 구봉도 해솔길은 종현어촌체험마을 공용주차장에서 시작한다.  주차료는 없다.

 

-개미허리 다리-

 

 

-시화호방조제의 풍력발전-

 

 

 

-벙커-

 

 

 

 

 

-낙조 상징 조각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