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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 길 - 산행기

설빙(雪氷)의 삼악산과 금강팔경

설빙(雪氷)의 삼악산과 금강팔경

 

 

  -등선폭포 상단에서-

 

어제 밤, 강원 동부지방에(춘천에도 약간) 제법 눈이 내리겠단 기상청

예보를 접했던 난 설레발치는 맘을 안고 경춘선열차에 몸을 묻었다. 등선팔경입구 금강굴에 이른 시각은 11시를 막 지나선 데 음산하고 인적이 끈긴 냉랭한 폐허의 요새에 든 기분이었다.

 

 

-백련폭포-

 

볼품없는 가게들은 문 닫고 철수하여 찬 북한강바람이 몰려와 정적을 깨뜨리려 포효하는 거였다희끗희끗 잔설이 묻어나는 바위 골은 빙하다. 빙하는 천길 바위를 뚫어 몇 평의 피란하늘을 잘라다 맞선을

 보고 있다. 파란하늘과 빙하의 침묵을 가르는 놈은 알싸한 바람이다.

 

 

 

 

어쩌다 낙엽이길 거부한 이파리도 누렇게 얼어 나지에서 간들간들 위태한 춤을 춘다파란하늘과 빙하와 싸한 바람과 빙엽(氷葉)이 나를 겨울진객처럼 맞는 금강팔경 여섯 개의 폭포와 한 개의 소와 한 개의 문은 적막의 겨울이궁(異宮)이라.

 

 

-등선2폭포-

 

그 궁전들을 조심조심 몸 사리며 탐방한다. 빙하의 계절이 아니면 상상도 할 수 없을 내밀한 궁속까지를~!

수십억 년 전에 형성된 규암층의 이 별난 바위협곡을 난 2년 전(2014.2.7)에 처음 들어선 후 오늘을 오매불망 기다렸었다. 그땐 오살 맞게 눈이 많아 고생고생 했었다.

 

 

 

선녀와 나무꾼의 전설이 깃든 선녀탕도, 중병의 엄마를 위한 백일기도 날에 폭우가 내려 엄마는 치유되고 옥녀는 승천했다는 옥녀담과 등선폭포도 여지없이 꽁꽁 얼어 손길에 닿았다.

그 등선폭포와 옥녀담에서 쳐다보는 천길 협곡과 조각 난 하늘의 비경은 여기 선자만이 누릴 수 있는 열락이고 행운이다.

 

 

 

깊은 골짝은 파고들수록 고요하다. 바람도 얼씬거리지 않는다. 나목과나지에 박쥐마냥 붙은 빙엽 몇 잎과 빙하와 검튀튀한 바위다.

빙하에 발목 잡힌 나목은 얼마나 시릴까?  짠하지만 시련은 그에 버금하는 행운을 수반한다고 인극하고 있지싶다 빙하에 시달린 저 놈은 뭄 땐 뉘보다도 갈증에서 쬠은 한 시름을 놓을테니 말이다. 골짝 끝 분지에 흥국사가 궁예의 부서진 부흥의 꿈처럼 을씨년스럽게 있다.

 

 

 

정오를 넘겨 대웅전처마 양지바른 토방에 자릴 펴고 기갈을 해소하는데 난데없는 바람 한 절이 풍경을 울렸다. 그 풍경소리에 여린 나지들이 한들거린다. 아니다, 풍경소리에 놀랜 빛바랜 낙엽들이 우르르 마지막 여행을 떠나는 거였다. 떠나는 낙엽 속에 산님 두 분이 나타났다.

오늘 첨 뵈는 인간이었다. 그들이 인사를 해왔다. 반가웠다. 그래 나도 인간이 되는 순간 이였다.

 

-흥국사-

 

333계단을 오른다. 돌너덜지대를 누군가 정성들여 쌓은 계단이다. 돌너덜 속에 동근쌍목(同根雙木)의 참나무 하나를 귀목이 뿌리를 휘둘러 이근연리목(異根連理木)이 됐고, 왕따 당한 참나무 하나는 고사했다. 한참을 그들 앞에서 서성댔다. 왕따의 설음 아니 비극이라니? 디카에 담았는데 와서 보니 실감이 안 났다.

 

 

 

삼악산정상(용화봉645m)에 섰다. 오후 2시였다. 언제 어디서였던지 산님들이 붐볐다. 춤추는 소나무사이로 의암호와 붕어섬과 춘천시가지가 박무에 꿈결 같다. 이 환상적인 풍광에 미처 삼악산엘 오른단다. 근디 진짜 매혹적인 건 차돌산의 춤추는 소나무일 것 같다.

 

 

-정상에서 본 의암호,춘천시가-

 

여기 바위는 단단한 차돌바위다. 깨진 사금파리같이 뾰쪽하고 날 섰다. 의암댐을 향하는 하산 내내 사금파리차돌바위 길은 수직에 가깝고 바윈 소나무 외엔 흙 한 삽도 빌붙지 못하게 했다.

사람은 늙어갈수록 추해지기 십상인데 나무는 세월만큼 멋있고 귀티

가 물씬 난다. 아니 죽어서도 더 멋있는 시목으로 재탄생한다.

 

 

 

차돌바위삼악산이 품고 사는 소나무의 포퍼먼스는 나를 미치게 하는 거였다. 놈들은 어찌하면 멋들어진 춤을 출까?라는 일념으로 평생을 사는가 싶었다.

그 위험한 바위 급경사 길을 네 발로 기며 한 놈 한 놈 눈에 넣느라 위험을 잊었다. 홀로이기에 궁상떨며 오지게 해찰하는 게다.

 

 

 

깔딱고개에 이르러 숨 돌리며 2년 전을 반추해봤는데 그땐 어찌 하산했던지 신통아찔했단 생각이 든다. 눈이 하도 많이 쌓여 바윈 없고 눈썰매 타듯 미끄러져 내려왔던 땜이다. 그날 정상에서 첨 만난 영초산악회원 몇 분이  썰매타듯 미끄러지는 꽁무니를 따르느라 정신 없었다. 삼악산차돌바위가 얼마나 위태한지는 가봐야 실감한다.

 

 

 

겨우 640m의 용화,청운,등선봉이란 세 봉우리의 산이 악산이라 부르는 건 한 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가파른 차돌칼바위산 이어서일 게다. 그 위험을 망각케 하는 노송들의 춤사위와 의암호원경의 수묵화가 삼악산을 다시 찾게 한다. 깔딱고개에서 상원사까지의 된비알 골짝은 음지라서  빙결의 돌너덜길은 살짝 깔린 눈까지 엉켜 더욱 신경 날 서게 했다.

 

 

 

홀로산행을 즐기는 나로썬 오늘처럼 신경곤두세우며 산행을 즐긴 적이 별로 없다. 삼악산에선 미끄러지기나 넘어졌다함 경미하더라도 된통 찰과상입기 딱 이란 생각에서였다.

눈은 호사하고 발은 혹사당한 오늘, 왼쪽무릎이 시리고 통증이 나서 보호대를 찬채 조심했지만 앞날이 살며시 걱정이 지폈다

제발하지 않아야 할 텐데~?

 

 

 

의암호매표소에 닿은 건 오후3 시반 이였다. 4km 남짓을 4시간 반 뭉그적댔으니 천상 홀로산행을 즐기는 수밖엔 없으리라. 빙하와, 차돌칼바위와, 노송들의 춤판과, 의암호의 몽환에 빠져든 네 시간은 고생도 열락이지 싶다

녹음 짙푸른 여름 어느날 폭우 쏟아지면 다시 한 번 더 오고싶다. 

 

 

-의암댐-

 

어제, 병신년 설날엔 봉국사에서 춘성스님의 상좌(혜성)주지스님을 뵙고, 오늘 초이틀 날엔 삼악산에서의 몸부림으로 행복에 취했다.

2015. 01. 09

 

pepuppy.tistory.com/458 에 2년 전의 설경의 삼악산이 있습니다.

 

 

 

 

 

 

 

 

-비룡폭포-

 

 

 

 

-승학폭포-

 

-용화봉-

 

 

 

-붕어섬-

 

 

 

 

 

 

-상원사 대웅전-

 

 

 

 

-의암댐 &다리-

 

-드름산원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