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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 ~ 그 알갱이

고독사와 커뮤니케이션

 

고독사와  커뮤니케이션

▲해운대해수욕장 파도▼

며칠 전, 친구의 아들이 급사했다는 부음을 들었다. 50대 아들(장남)은 직업군인으로 정년퇴임을 앞두고 예비역 사전교육을 받는 중에 돌연사 했단다. 친구의 아들죽음은 고독사였다. 부인과 오래전에 이혼하고, 슬하의 두 딸들은 성장하여 분가한지 오래된 독신자로 군`사택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그런 장남이 며칠째 소식이 없어 친구가 전화를 넣었지만 응답이 없자 경찰서에 신고를 하여 발견됐다. 경찰은 검시결과 사망한지 사흘쯤 됐다는 통보를 받았단다. 타살흔적이나 약물발견이 없어 장남은 혼자 외롭게 죽음을 맞은 셈이다.

▲미포항과 파도▼

아직 한창일 50대의 비명이기에 안타깝기 그지없지만 죽음복은 탄 편이라고 나는 속으로 고인에게 애도 아닌 위로를 해봤다. 일면식도 없는 친구아들의 비명을 접하면서 독신자의 외로운 삶과 죽음에 대한 온갖 상상을 하면서. 죽음의 고통은 상상력 밖이다. 몸이 몹시 아프거니 삶이 곤경에 처했을 때 우리는 ‘나 죽겠다’고 하소연한다. 나는 선친님의 임종을 지켜본 게 ‘사람의 죽음’을 목도한 최초이자 최후였다. 운명하신지 반세기가 넘었지만 나는 그날 그 순간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71세에 운명하신 선친님은 꼬박 한나절을 죽음의 고통에 시달렸다.

엘시티소공원
해운대 호텔가

어머니와 누이들, 친족들이 지켜보는 선친님의 최후의 순간은 어떻게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의 시간이었다. 얼마나 아프시면 말도 못하시고, 목젖을 차오르는 최후의 숨길을 버텨내느라 눈 감으신 채 옴짝달싹도 못 하셨을까? 누님은 곁에서 선친님의 호흡장애물인 입속의 담(膽)액을 손수건으로 닦아내는 게 유일한 효행(孝行)이었다. 선친님 최후의 운명의 순간을 옆에서 같이 지켜보는, 고통을 공유(?)하는 게 혈족이라 생각됐다. 영원한 불망각의 애통의 순간! 그래서일까? 임종을 지키는 자식이 효자라고.

▲운무속의 엘시티▼

지난 3월19일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근처 한 빌라 반지하에서 50대 남성 A씨가 숨진지 수개월이 지나 발견됐다고 강남경찰서가 20일 밝혔다. ‘세입자가 전기요금을 몇 달째 내지 않고 있고 연락도 안 된다’는 집 주인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문을 강제 개방하여 발견된 비보였다. 타살흔적이 없어 자살 아니면 돌연사라 추정했다. A씨는 가끔 전화통화라도 하는 친족도 없었던가 싶다. 밀린 전기요금이 아니었으면 아직도 A씨의 주검은 방치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고령화 된 우리나라에서 고독사는 빈번해져 뉴스거리도 안 되는 매정한 사회가 됐다.

▲엘시티 소공원▼

‘IMF 외환위기’때부터 증가한 자살율은 지난해엔 1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는데 고독사의 비례도 높아졌단다. 타인으로부터의 관심과 애정이 두절된 사회적 고립은 5명 중 1명이 외로운 일상을 살고 있단다. 슬픈 사회를 넘어 병들어가는 사회다. 출산율까지 떨어진 우리나라는 ‘위기의 국가’라고 경고한다. 문명의 발달로 가족이란 개념이 느슨해져 사회적 연대마저 흐지부지 된 저출산 고령화사회는 외로운 1인가구가 급속하게 늘었다. 부산 오피스텔 매도 핑계로 울`부부가 따로 생활한지 십 개월 차다.

겹동백

반세기동안 아내의 손길에 맛 들린 삶의 내가 처음엔 불편은 고사하고 부부사이가 소원해지나 불안했지만, 지금은 나름의 장단점을 터득해 혼남의 불편을 극복하며 독신의 솔깃함을 즐기고 있다. 혼남 생활의 외로움을 휴대폰과 컴퓨터를 비롯한 첨단전자제품이 상쇄시킨다. 문명 발달의 첨단이기(利器)들과 마트의 즉석 먹거리들은 1인가구의 자유와 해방을 구가하는 태세다. 젊은 세대에선 혼밥생활이 삶의 한 트랜드가 됐지 싶다. 핸드폰이나 키오스크를 통해 거의 모든 일상을 살아낼 수 있고, 비대면으로 직장생활을 하는 시대에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는 시간은 현저히 줄었다. 소홀한 인간관계는 타인과의 공감대와 관용, 배려와 존중 같은 덕목 결핍의 인간이 되기 쉽다.

▲꽃망울 터뜨린 벚꽃▼

다양한 사람과 교류하면서 갈등을 겪고 치유하는 일상의 과정에서 참된 지성인은 태어난다. 사회적 연결의 단절과 공동체의 와해는 미래를 위해 고민해야할 핵심적인 문제다. 오늘날 우리사회의 극단적인 편 가르기와 그걸 조장하는 유튜버들의 돈벌이 장사가 된 편향된 혐오성방송으로 적대적 인간사회의 이분화가 두렵다. 유튜뷰 방송에 일부 정치인들의 부화뇌동하는 세기말 현상은 대한민국의 위기다. 영국에선 2018년부터 외로움부(Ministry of loneliness)라는 정부부처를 만들어 공존의 사회 만들기에 나섰다.

▲만개한 개나리▼

늘어나는 1인 가구사회와 극단적인 편 가르기 유튜뷰 상업방송은 삭막한 위기사회를 조장한다. 가족과 지인들은 커뮤니케이션 유대를 소홀이 해선 안 된다. 소통이 단절된 관계는 완전한 타인이다. 최소한 2~3일 간격으로 가족과 친구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짬을 유지해야 고립과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가 있다. 고령화 핵가족사회에서 자식들의 효도는 하루 이틀간격의 전화통화다. 간단한 전화 한통이 가족이란, 지기(知己)라는 훈훈한 유대감을 진작시킨다. 한 참후에 발견되는 고독사는 가족들의 씻을 수 없는 불명예다.         2025. 3. 26

▲눈부신 목련▼
▲4월은 겹동백시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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