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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 ~ 그 알갱이

칠월칠석날에

 

칠월칠석날에 

옥황상제가 살고 있는 하늘나라 궁전 은하수에 목동 견우와 옥황상제의 손녀 직녀가 살면서 눈이 맞아 ‘얼레리 꼴레리 견우와 직녀는 연애한다네.’라는 소문이 하늘나라에 쫙 퍼져 결혼을 한다. 근디 견우는 짐승 치는 일을, 직녀는 배 짜는 일을 등한시 하고 노상 붙어있어 옥황상제가 뿔따구가 났다. 옥황상제는 손녀커플한테 은하수 양쪽에서 떨어져 살라고 벌을 내렸다. 가혹한 벌을 받게 된 사연을 안타깝게 여긴 까마귀와 까치가 궁리 끝에 은하수에 다리를 만들어 만나게 해주자고 옥황상제께 탄원을 하여 '일 년에 딱 한번만'이라는 허락을 받아낸다.

만나는 날짜는 홀수[양수 陽數]가 겹쳐 양기가 왕성한 길일인 7월7일로 정했다. 그래서 세상의 모든 까마귀와 까치는 7월6일 밤부터 은하수로 날아와 날개를 펴고 몸뚱일 붙여서 오작교(烏鵲橋)를 만들어 견우와 직녀가 만나 보듬게 한다. 칠월칠석날의 유래다. 참 아름답고 애틋한 연인들의 얘기! 일 년에 딱 한 번~! 양기 왕성한 7월7일에~!  오늘 칠월칠석, 오전 8시 반에 나는 집을 나섰다. 한낮부턴 비가 많이 올 거라고 기상청이 설레발을 떠는 통에 평시보다 좀 일찍 서둘렀다. 회색구름이 하늘나라를 덮친다. 햇살이 구름사이를 삐집느라 몸살 하는 통에 숲길은 후덥지근하다.

한 시간쯤 안산초록숲길을 소요하는데 햇살이 사라지고 잿빛구름이 구름 밑을 미끄러지면서 빗방울 하나씩을 갈참나무 이파리에 떨군다. 구름 뒤에서 견우와 직녀가 오작교 양쪽 입구에서 발길을 때었는가? 오작교가 흔들리는가 덩치 큰 잿빛구름이 꿈틀댄다. 빗발이 후드득 떨어진다. 까마귀`까치가 수선떠는 소리가 들리는 듯싶다. 칠석날 내리는 비는 견우와 직녀가 오작교에서 만나 보듬고 기뻐서 흘리는 눈물의 비란다. 긍께 어제 내리는 비는 견우와 직녀가 타고 갈 수레를 씻는 '세거우(洗車雨)'라고 하고, 내일(다음 날) 새벽에 내리는 비는 헤어져야 할 슬픔의 눈물인 쇄루우(灑淚雨)라 한다.

근디 오늘 오전부터 비가 내린다. 유난히도 뜨거웠던 여름날들, 오늘을 기다리느라 견우와 직녀는 얼마나 애간장 태우느라 열불 났을까? 그래도 그들은 행운의 연인이라. 해마다 칠월칠석날엔 만날 수가 있으니 말이다. 나한테도 그런 오작교가 있음 좋겠단 상상을 해본다. 해마다는 아니라도 한 번쯤은 만나보고 싶은 그리움이 있어서다. 견우와 직녀처럼 벌 받아 헤어지지도 않았고, 더는 우리 헤어지자고 삐져 절교를 선언한 적도 없는데 나는 멀리서(?) 그리움을 삭힌다. 아니 어쩜 그리움을 사랑하고 아끼면서 그 애틋함속에서 나를 되돌아보는 순수에 문득 전율하곤 한다.

그런 감정은 늙다리 삶에서 엔돌핀이 되기도 한다. 일생동안 마음 속에 연인 하나 품고 사는 건 경원할 일이 아니다. 꼭 부부가 아닌 순애보도 뭍 사람들의 감정을 순수하게 치유시키지 않던가! 그래 칠월칠석이 아니더라도, 은하수가 안 보이는 밤하늘에서 그리움을 밝힌다. 내 맘속의 칠월칠석은 눈 감는 순간까지 자리할 것이다. 그러기를 오늘 밤, 은하수가 없는 밤하늘을 향해 기도하겠다. 내 어릴 적 어머님은 칠월칠석날에 방 윗목과 장독대에 정한수를 떠 올리고 간절한 기도를 올리셨다. 오직 가족의 안녕과 평온을 기원했으리라. 오늘 밤에 얼마나 많은 비가 내릴까!          2023. 0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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