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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 ~ 그 알갱이

산사에서 듣는 노벨상

산사에서 듣는 노벨상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하는 강렬한 시적 산문을 쓴 한국 작가 한강에게 수여합니다. 한강은 자신의 작품에서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규칙에 맞서고, 각 작품에서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합니다. 그녀는 신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연결에 대한 독특한 인식을 갖고 있으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되었습니다.” 스웨덴 노벨상위원회가 한강 작가를 노벨문학상에 선정한 핵심적인 사유다.

▲폭포사▼

폭력의 기원이 작가의 책 <채식주의자>나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처럼 광주 민주화 운동이나 제주 4.3 항쟁 같은 역사적 상황에서 오는 것이든, 작가는 폭력이 희생시키는 존재에 관심을 기울인다. 작가는 한국 현대사에 깊은 상처를 남긴 ‘역사적 트라우마’를 끄집어내 기억하고 치유의 길을 모색한다. 통상 ‘시적 산문’라고 평가하는 한강 문체의 특징은 시적 서술자(poetic narrator)를 떠올리게 하는 낮지만 강인한 목소리가 작품에 스며 있기 때문이다.

한강은 한국의 가족관계에서 벌어지는 몰이해와 폭력, 광주민주화운동, 제주4.3항쟁이라는 ‘특수성’ 속에서 ‘보편성’을 발견했다. 영화 <기생충>과 드라마 <오징어 게임>도 비슷한 문화적 맥락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한국사회의 지역성 속에서 현 단계 인류 문명의 어떤 구멍을 드러냈다. 그러나 2023년에 <채식주의자>가 유해도서로 분류돼 일선 학교 도서관에서 폐기됐다. 블랙리스트 목록이 유력한 해외 예술상 수상 리스트라는 씁쓸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여기서 얻는 교훈은 정치적 탄압은 문학예술의 목소리를 억누르지 못하고 제대로 된 평가를 가릴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지금처럼 전 세계적으로 네트워크가 연결되어 있고 실시간으로 정보공유와 평가가 이뤄지는 시대에 말이다. 한강의 수상은 그동안 한류, K-컬처가 확산되고 성장하면서 한국영화와 드라마가 유력한 국제예술상에서 수상하고, BTS를 비롯한 대중음악이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퍼지는 데서 한국문화의 체급이 올라간 기반 위에서 이뤄진 것이다.

위 글은 <오길영(bloomogyjoyce)의 뾰족한 시각>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말해주는 것”에서 발췌했다.

한강 작품이 천착하는 한국 사회의 역사적 트라우마는 지나간 일이 아니다. 권력은 입만 열면 ‘자유’를 외치고 있지만, 한강이 걸어온 길에는 자유의 억압이 만든 트라우마가 새겨져 있다. 근데 요즘 남북관계는 전쟁분위기 고조에 혈안이 돼 있나싶어 조마조마하다. 북한은 남한 무인기가 지난 3일과 9일, 10일 평양상공에 침범해 대북전단(삐라)을 살포했다고 주장하며, 전날 국경선 부근 포병부대에 완전 사격 준비태세를 갖추도록 지시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9일부터 대한민국과 연결된 도로와 철길을 완전히 끊어버리고 견고한 방어축성물들로 요새화하는 공사를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역대 정부들이 그동안 쌓아온 남북화해무드는 윤대통령이 헌신짝 버리듯 해버린 탓이다. 평화는 포용과 양보를 전재한 협상에서 꽃피운다. 윤대통령은 동생뻘 되는 똘만이 김정일과 다를 게 뭐있나? 국무회의에서 ‘북한에 무인기 침투를 직접 지시하며 확전을 각오’라고 강조하면서 ‘한강의 노벨상수상을 축하한다’는 그의 이중적인 심저(心底)를 경멸한다.

추미애 의원이 엊그제 윤대통령을 비판했다.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북에 무인기 침투를 직접 지시하면서 확전을 각오했다고 한다.” 라면서 “남과 북이 서로 질세라 민간이든 군용이든 서로 무인기를 날려 보내고 대북전단과 오물풍선을 주고받고 하면서 전쟁분위기로 몰아가고 있다”면서 “지저분한 치킨게임이 불러올 무모한 전쟁위험을 막을 수 있나? 군의 영역이 아니라 정치가 풀어야 하고, 외교를 발동해야 하고, 대화 재개를 해야 하는 게 대통령자신의 영역인 것”이라고 일갈했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면 최소한 작가의 메시지(반폭력. 반전. 평화)는 이해를 했으면 한다.”는 일침도 쏘았다.                         2024. 10. 15

#이 글에 첨부된 사진은 장산의 폭포사와 석태암 경내를 촬영한 그림임

* 안녕이라 말했다 해도 *

“안녕이라 말해본 사람 / 모든 걸 버려본 사람 / 위로받지 못한 사람

/ 당신은 그런 사람 / 그러나 살아야 할 시간 살아야 할 시간 / 안녕이라 말했다 해도

/ 모든 걸 버렸다 해도 / 위안받지 못 한다 해도 / 당신은 지금 여기

/ 이제는 살아야 할 시간 살아야 할 시간 / 이제 일어나 걸을 시간 이제 일어나 걸을 시간

/ 누가 내 손을 잡아주오 / 이제 일어나 걸을 시간 / 이제 내 손을 잡고 가요”

                                       - 한강 작사·작곡한 노래가사 중 일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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