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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 그 여적

능소화(凌霄花) - 여름날의 그리움

능소화(凌霄花) - 여름날의 그리움

옛날 가야왕국에 자태가 곱고 심성이 좋은 궁녀-소화가 있었다. 나이 어린 소화는 어쩌다 임금의 눈에 띄어 순정을 바치는 첫날밤을 보냈다. 성은을 입은 소화는 빈의 자리에 올라 구중궁궐 깊은 처소에 침거한다. 행여나 하고 기다리던 임금은 함흥처사-. 궁궐엔 소화처럼 빈이 된 후궁들이 여러 명이 있고, 그녀들은 임금을 모시려 온갖 시샘과 음모까지 남발하여 임금이 소화를 다시 찾을 틈새마저 없었으리라. 궁녀들의 그런 간계를 모른 소화는 담장을 서성대며 애타게 임금을 기다렸다.

늦은 밤에라도 행여 임금이 처소 가까이 왔다 그냥 갈까봐 담장 밖을 내다보면서 임금의 인기척에 온 신경을 쓰는 하루하루였다. 하지만 임금의 기침소리, 발자국소리, 숨소리는커녕 그림자도 비치질 않자 소화는 시름시름 앓다가 눈을 감고 만다. 온갖 수목이 푸르고 화창한 여름 날 소화는 상사병으로 짧은 일생을 마친 거였다. 1년 후 소화가 죽을 때까지 서성대며 임의 인기척에 귀 기우렸던 담장가에 새싹이 솟더니 넝쿨은 담장을 타고 올라 이듬해엔 붉은 꽃을 피우는 게 아닌가! 담장 넘어 멀리까지 보고 인기척 들으려 귀형상의 나팔꽃이 피었다.

궁녀들이 속삭였다. 담장가를 서성대며 임금을 기다리던 소화의 넋이 꽃으로 피어난 거라고! 임금을 향한 그리움에 상사병으로 죽은 소화의 모습 - ‘능소화(凌霄花)’라고 했다. 그래 ‘구중궁궐의 꽃’이라고도 불렀다. ‘凌’은 '오르다'는 뜻이고, ‘霄’는 '하늘'이라 '하늘로 올라가는 꽃'이라 하여 조선시대 과거시험에서 장원 급제자에게 임금이 관모에 꽂아주는 어사화(御賜花)로 쓰이기도 했다. 또한 능소화는 낙화할 때 꽃송이 채 떨어져 지조와 절개를 상징하는 ‘양반꽃’이란 별명도 있다. 하여 일반백성들은 능소화 - 어사화를 집안에 키우다가 봉변을 당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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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

능소화 여름은 아직 물러날 기세가 아닌가 싶군요.9월은 벌써 울집 정문을 들어섰는데 태양은 열정을 쏟느라 안간힘을 다하여 요염한 능소화에 매달려 있습니다. 여름 끝을 붙잡고 가을을 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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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이 익산에 있을 때 1층 정문 화단에 심어놓은 능소화가 담장도 아닌 매끄러운 타일 벽을 타고 3층까지 올라와 꽃을 피워 여름철만 되면 얼마나 뿌듯해 했는지 모른다. 능소화는 생명력도 강해 뿌리가 완전히 내리면 성장속도도 빠르고 정열적인 꽃망울도 달포 남짓 피워댄다. 꽃모양이 나팔 같아 트럼펫 꽃이라고도 하는데 주황빛 색깔마저 오묘하고 독특해 더더욱 사랑받는 꽃이다. 뜨건 여름이 절정인 7~8월에 다른 꽃들은 움츠러들기 십상인데 고고하게 하늘을 향하는 능소화! 기개에 다시 놀란다.

그렇게 작열하는 태양을 품다가 어느 날 꽃송이를 송두리 채 떨어진다. 낙화송이도 지열 속에서 얼른 시들지 않아 애절한 연정을 엿보인다. 그리움, 기다림, 명예와 영광이 능소화의 꽃말이다. 능소화의 줄기, 뿌리, 잎을 약재로 쓰여 여자들이 해산 후 어혈이나 자궁출혈 및 대하를 낫게 하며, 대소변에도 좋다고 동의보감에 기록돼 있단다. 높은 담장으로 이웃과의 소통을 차단하는 도회지 주택가 담장에 능소화가 넘실대면 좋겠다. 담장에 능소화를 심어 가꾸면 시가지도 사람도 아름다운 세상이 될 텐데~!      2024. 07.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