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느낌~ 그 여적

와우산 - 해마루 트레킹

와우산 - 해마루 트레킹

불볕더위 속에 초목들도 시들시들 기를 못 펴는데 살판났다는 듯 빨간 떼거리로 태양을 탐하는 놈이 있다. 이름도 아리송한 협죽도(夾竹桃 nerium oleander)다. 유도화(柳桃花)라 부르기도 하는데 멀리서 보면 영판 배롱나무 같아 건성으로 지나치기 쉽다. 허나 배롱나무보단 꽃송이와 잎도 크고 탐스러운데다 때깔도 선연해 단연 돋보인다. 지중해성 기후를 선호해선지 놈들은 남녘 부산해안가에 자릴 잡았다. 오늘 아침 와우산 트레킹 중에 몇 번이나 나를 유혹하던지 그 화려한 미소가 아삼삼하다. 진녹색 이파리와 불꽃같은 정열은 여름정원수로 사랑받는다.

배롱나무
협죽도

화톳불처럼 피어오르는 붉은 꽃송이는 작열하는 태양에너지를 삼켜 토(吐)함이려니! 그 뜨거운 태양을 탐해선지 놈에겐 아름다움만치 치명적인 독성이 있단다. 협죽도는 꽃과 잎 등 모든 부위가 독성을 품고 있어 어린애나 애완동물이 섭취하면 심각한 중독에 고역을 치른다. 하여 놈은 방부제나 해충퇴치 원자재로 사용된다. 그리스 신화에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악녀로 꼽히는 마녀 ‘메데이아(Medea)’의 복수얘기가 등장하는데 사랑과 증오라는 인간의 이중성과 욕망의 화신을 까발린 비사로 협죽도와 매치시킨다.

여름꽃 칸나와 배롱나무가 뜨건 태양을 탐해 붉은 꽃을 토한다
▲문텐로드▼

복수의 화신이자 마법사이기도 한 메데이아는 모든 마녀들의 우두머리인 헤카테의 딸로 이아손과 사이에서 아들 메데이오스와 에리오피스를 낳았고, 테세우스의 아버지인 아테네 왕 아이게우스와 사이에서 메도스를 낳았다. 권력과 치정극의 궁중암투에서 자식들을 잃은 그녀는 배신의 복수를 하려고 협죽도의 독성을 이용한다. 그녀의 복수극은 장시간동안 피똥 튀기듯 지속됐지만 용케도 그녀는 죽지 않고 행복의 땅 엘리시온으로 가서 그곳에서 아킬레우스와 또 결혼했었다. 마녀와 협죽도의 독약!

미포항에서 해운대, 광안리,이기대공원, 오륙도까지 한 눈에~!
해월정 입구

불타는 듯이 아름다운 빨간 꽃 협죽도는 치명적인 독성을 품고 있기에 예쁜 꽃의 위험성이란 이중적인 상징의 경고로 회자된다. ‘메데이아의 복수’란 전설이 한 여름철 정원에서 빨갛게 타오르는 정경을 탐닉하면서 신화 속의 섬뜩한 기운이 폭염을 앗아갔음 싶었다. 협죽도의 아름다움과 치명적인 독성은 인간의 이중성을 경고하는 교훈적인 꽃으로 상징된다. 메데이아는 협죽도의 독성을 이용하여 복수를 하는 마녀였지만, 윤석열은 권력을 이용하여 사욕을 도모하는 협량꾼이다.

▲달맞이 별빛 길▼

전자는 어디까지나 신화이고 후자는 팩트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5년짜리 권력을 오용하는 협잡꾼인데, 그 권력에 부나비처럼 붙어 호가호위하는 정치모리배들의 이중성 또한 온 국민을 슬프게 한다. 공정과 상식을 메데이아의 마법처럼 남용하는 윤석열의 이중성에 불볕 여름나기가 짜증난다. 새벽달빛-은하수 길을 한 시간쯤 소요하니 해마루에 올라섰다. 우측에 와우산정상이 좌측엔 동`남해바다가 장대한 묵화병풍이 됐다. 막 떠오른 태양이 시스루 같은 겉옷 한 자락을 벗어 바다에 던진다. 오늘도 태양은 완전히 벌거벗을 모양이다.

▲아침에 울창한 녹음 속을 소요하는 달맞이 별빛 길▼

올망졸망한 청사포항구도 밤의 베일을 거두고 있다. 아침의 누리는 어디서나 아름답다. 특히 해마루의 풍경은 대한팔경의 하나로 회자된다. 장산에서 내려다본 와우산이 흡사 소가 누워있는 모습이라 명명된 이름이고, 형제봉은 소의 양쪽 귀(뿔)에 해당되며 소의 꼬리 부분이 갯가-미포(尾浦)라고 불렀다. 미포 동쪽 해안선이 불쑥 튀어나온 곳 - 고두백이[고두말] 절애의 해월조망대가 한 장의 그림엽서 같다. 망망대해에 섬처럼 떠있는 정박선들의 정체가 궁금하다. 청명한 날 수평선은 대마도까지 이끌고 나온단다.

청사포 구름다리
해마루 입구 입간판

송정해수욕장과 죽도가 지척이다. 그 뒤로 고리원자력발전소까지 아는 채를 하고 장산이 북쪽에서 거대한 장성마냥 휘둘렀다. 해운대백사장에서 와우산 해마루에 오르는 달맞이 길 - 별빛십리는 해송과 사철나무의 울창한 숲속이어서 여름철 트레킹코스로, 치유의 산책길로 사랑받는다. 해운대가 얼마나 살기 좋은 곳이란 걸 실감케 한다. 태양처럼 붉게 타는 협죽도를 많이 식재하여 해운대를 빨간 꽃의 도시로 화장하면 어떨까? 여름철 태양을 마주한 채 하늘거리는 빨간 꽃송이를 탐닉하면서 메데이아의 교훈을 새겨보는 낭만을 꿈꿔본다.                        2024. 08. 18

해마루
와우산 우듬지
해마루에서 조망한 청사포
해마루에서 조망한 두산위브 아파트
▲해마루 바위 전망대에서 조망한 청사포 쌍둥이 등대와 해월전망대▼
▲해마루계단▼
▲달맞이 엣 숲길▼
팔손이, 해운대에 어디서든지 팔손이의 영접을 받곤 한다
▲아침햇살은 숲바닥 잔챙이 푸나무들의 유일한 한 끼의 식사메뉴로 에너지원이기도 하다▼
하트바위, 놈을 포획하는 내 구도솜씨가 어설펐다
▲와우산의 주종 사철나무는 해송과 동백, 물푸레 등인데 우람한 해송들 훔쳐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달맞이 옛숲길에서 필자가 젤 좋아하는 바위너덜 숲길은 발마사지까지 덤으로 챙긴다▼
▲아침을 여는 해운대해수욕장▼
메데이아, 윤석열과 비유한 나의 시건방을 여간 불쾌하게 여길것 같다

신의 혈통에 예언능력을 지닌 메데이아가 이아손과 결혼했는데 이아손이 크레온 왕의 딸 글라우케와 또 결혼준비 하는 것에 분노해 복수의 화신이 된다. 하여 메데이아는 이아손과 글라우케를 살해 할 계획으로 금빛 예복과 왕관에 독을 발라 아이들을 통해 신부에게 선물한다. 이를 착용한 이아손과 글라우케, 자신의 아이들까지 맹독이 전염되어 독살된다. 맹렬한 독은 불처럼 그들의 사지를 불태워버렸다. 아이들의 독살은 이아손에 대한 처절한 이중 복수인 셈이다. 메데이아는 이아손이 다시는 자신의 아이들을 안을 수 없다는 고통을 상상하며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독백한다.

“나는 내 아이들의 시신을 당신과 함께 두지 않을 거예요. 내가 애들을 데려가 헤라 여신의 성역에 묻겠어요. 그리고 나에게 그 모든 악행을 저지른 당신에게, 나는 불길한 운명을 예언합니다.”

이때 예복과 왕관에 바른 독이 협죽도의 독물이었지 싶다.

협죽도

 

'느낌~ 그 여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름 꽃 협죽도  (0) 2024.08.22
태풍 종다리 앞에서  (0) 2024.08.22
능소화(凌霄花) - 여름날의 그리움  (0) 2024.07.24
똥고집의 똥 전쟁 & 새똥전쟁  (0) 2024.07.10
해운대해수욕장 맨발걷기  (0) 2024.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