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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 그 여적

여름 꽃 협죽도

여름 꽃 협죽도

협죽도

유래 없이 한 달이나 계속되고 있다는 부산지방의 폭염과 열대야는 해운대백사장을 뜨겁게 달군다. 열사의 백사장을 식혀보겠다고 줄 차게 달려오는 바닷바람은 파도와 어깨동무한 채 백사장을 달래려다 지쳐, 애먼 바닷물까지 뜨뜻한 온천수를 만든다. 무턱대고 사람들은 바다에 뛰어들 일이 아니다. 성질난 바다에 36도열덩치를 무대포로 내던지는 피서객들의 알량한 속셈을 바다는 경원했던 터였다. 바다가 아무리 속이 깊고 넓다한들 하루에 십만 여명이 난동을 부리면 속이 부글부글 끓을 터라.

흰협죽도

그 뜨거운 열사의 해안에서 창시 빠진 듯이 비시시 웃는 놈이 있다. 협죽도다. 불타는 태양을 포식해선지 빨간 연지곤지 바르고 환하게 웃는 협죽도는 살짝 미안해선지 화단방풍림 속에서 여름사냥을 하고 있다. 놈은 여름이 기지개를 펴는 6월부터 정체를 드러내어 9월에 여름과 같이 사그라진다. 난 처음에 놈을 못 알아봤다. 내 어릴 적에 간지럼 잘 타 간지럼나무라고도 했던 배롱나무인 줄만 알았다. 놈은 태생이 본시 아열대지방이라 제주도와 남녘에 분포한데다 내 식견이 워낙 좁아 어디 있어도 그냥 지나쳤을 테다.

열정적인 협죽도를 화단 관상수나 가로수로 선용하면 무더운 여름철 힐링수로 그만일 것이다

협죽도(夾竹桃 Oleander)는 우리가 대게 올리앤더라고 부르는데, 열대·아열대 지방에 주로 분포하는 복숭아꽃을 닮은 아름다운 꽃으로 향기도 강하다. 원산지는 인도로 전 세계에 4종이 있고, 지중해연안, 아시아 열대 및 아열대지역에 분포한다. 야생분포는 인도와 네팔에서, 한약재는 중국에서 발전하였으며 고려시대에 중국 또는 일본을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제주도와 남쪽 해안가에 자생했지 싶단다. 6월에서 가을까지 꽃피는 협죽도는 추운 중부이북지방에선 화분에 심어 실내에서 완상했을 터.

해운대해수욕장 씨랜드 화단 후미진 곳에 협죽도가 있는데 출입금지다

잎이 대나무와 비슷하고 꽃은 복숭아와 같아 협죽도라 하고, 또한 버드나무 잎에 복숭아 꽃 같다하여 유도화라고도 한다. 가지, 잎, 꽃을 강심제와 이뇨제로 사용하지만 독성이 있다. 번식은 주로 포기나누기와 꺾꽂이로 하는데 인도, 페르시아, 지중해연안, 한국과 중국에 분포한다. 여러 겹꽃은 만첩협죽도, 연한 황색은 노랑협죽도, 백색은 흰협죽도라고 한다. <동국이상국집>에 ‘푸른 대나무의 형상은 군자를 닮았고, 홍도(紅桃)처럼 아름답다’라고 <협죽도화夾竹桃花)>란 시(詩)가 수록 됐다. 놈은 아름다움 못잖은 독성과 약성분을 지니고 있는 별종이다.

▲또 하나의 여름 꽃 능소화▼
▲능소화는 임금의 하룻밤 풋사랑에 상사병으로 죽은 어린궁녀 소화의 한이 설여있다▼

협죽도는 강심, 이뇨, 거담정천(祛痰定喘), 진통, 거어(祛瘀), 심부전, 천식해소, 무월경에 치료효능이 양호하여 민간요법으로 활용된다. 올레안드린(Oleandrin)이라는 독성은 설치류와 조류엔 거의 효과가 없고, 인간과 개, 고양이, 벌레 등의 동물에 강심작용을 나타낸단다. 협죽도의 독에 중독되면 어지럼증과 복통, 구토, 설사를 하고, 심하면 심장마비로 사망할 수도 있다. 옛날에 협죽도를 즙으로 만들어 화살촉에 바르거나 사약의 재료로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리스신화에서 메데이아가 남편 이아손의 사랑의 배신을 복수할 때 협죽도 액을 사용했다.

담 넘어 고갤 빼들고 님을 기다리는 능소화는 양반꽃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배롱나무도 뜨건 태양을 해바라기하며 붉게 꽃피워 올리는 여름꽃이다.

신의 딸로 마녀이자 복수의 화신인 메데이아는 남편 이아손이 딴 여자(글라우케)와 결혼을 하려하자 결혼식에 착용할 예복과 왕관에 협죽도의 맹독을 발라 독살하고, 나아가 자신의 두 아들까지도 죽이는 소름끼치는 복수를 한다. 여자는 남편의 허물을 다 포용해도 사랑의 배신은 응징한다. 협죽도 꽃받침은 5갈래이고, 길이가7-15cm 피침형의 두꺼운 잎에 맹독이 있어 함부로 다루면 위험하다. 하여 꽃말도 '위험', '방심은 금물'이다. 특히 두꺼운 잎은 질기고 오염에 강한 내성이 있어 대기오염을 정화시킨다.

▲와우산 해마루 숲에서 배롱나무가 절정을 뽐낸다▼

번식과 성장이 양호하고 관리하기 편한데다 정화능력이 있어 가로수와 실내 관상수로 선호한다. 베트남의 하노이~하롱베이 고속도로에선 협죽도가 가로수로 뽐내고 있다는데 난 몰랐다. 독(毒)성이 있어 '자살나무'라고 불러서 자살하려고 과다섭취해도 실제로 사망자는 거의 없단다. 협죽도를 불태운 연기의 독성분을 흡입하면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비닐하우스에서 협죽도를 훈증하여 천연농약으로 이용하는 친환경 농업을 한단다. 제주수학여행을 갔던 학생이 협죽도 가지를 꺾어 나무젓가락 삼아 김밥을 먹었다가 사망했다나?

미국에서는 협죽도 가지를 핫도그로 사용하다, 프랑스에서도 협죽도 가지로 바비큐를 만들어 먹다가 사망했다는 얘기는 다소 과장된 ‘도시전설’이라고 2005년에서 미국 임상 독성학회에서 발표했었다. 인간에게 유의미한 독성 효과가 발생한 사례는 딴 식물에서도 많이 있었다. 관상용 식물 중에 독성 있는 것이 많아 잘 알아보고 사용하면 불행을 예방할 수 있다. 햇볕 쨍한 양지 물기 있는 땅에 잘 자라는 협죽도는 삼목으로 번식하기 좋고, 성장이 빨라 가로수나 관상수로 많이 식재하여 아름다운 도시조성에 활용하면 좋겠다.

작열하는 태양의 계절에 시들시들 하는 초목들 사이에 빨갛게 불꽃 튀는 협죽도가 활기를, 짙은 꽃향기에서 여름피서의 낭만을 꿈꿔본다. 무미건조한 해수욕장 사구언덕에, 밋밋한 도로에 협죽도를 심어 여름 내내 붉은 꽃의 퍼레이드를 받는 길손이고 싶어라. 피서객이고 싶어라. 남쪽의 지자체는 공원과 도로와 공한지에 협죽도를 식재하여 아름다운 꽃과 향기의 고장으로 거듭났으면 좋겠다. 시퍼렇고 두툼한 잎에 탐스럽고 향기 좋은 빨간 꽃다발의 선물은 여름철휴양지로, 힐링처로 그만일 테다. 여름 꽃 협죽도를 사랑한다.

2024. 08. 22

# ‘협죽도와 메데이아’ 얘기는

https://pepuppy.tistory.com/536775 [깡 쌤의 내려놓고 가는 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해운대해수욕장 방풍림속의 배롱나무▼
맥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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