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포츠의 에덴동산 - 해운대
까마귀는 이젠 우리나라 텃새마냥 사시사철 산야에 서식하는데 특히 남쪽지방에선 집단생활을 하나싶다. 해운대엔 사철나무 숲이 울창해선지 숲길을 소요하다보면 놈들의 ‘까악’ ‘까악’ 울음소리가 여간 거슬린다. 내 어릴 땐 겨울철에 동구 당산나무에 까마귀가 날아와 울어 재치면 어른들은 팔을 흔들면서 고함질러 쫓아내곤 했었다. 새까만 털의 까마귀는 울음소리마저 앙칼져 불길한 징조로 여겼던 모양이다. 근데 사실은 저승에 계시는 조상님의 소식을 전하러 온 길조(吉鳥)란다.
조상님의 안부쪽지를 입에 물고 은하수를 건너 사람에게 전하려온 까마귀는 은하수를 건너면서 뜨건 태양에 그을려 까맣게 된 게다. 놈은 사람이 죽으면 다시 은하수를 건너 북극성에 돌아가 조상님께 부음을 전하고 망자를 배에 태워 은하수를 건너서 조상이 있는 북극성으로 안내하는 길조다. 하여 죽음과 연관된 탓에 까마귀를 흉조(兇鳥)라고도 했지 싶다. 사람이 죽으면 ‘돌아가셨다’라고 말하는 건 ‘북극성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말이다. 땅거미 짙어진 달맞이 고개 해마루에 서면 총총 명멸하는 은하수띠를 볼 수가 있다.
청정 숲과 청정바다에 대기오염이 사라진 땜에 해운대 해마루의 은하수는 선명할 수밖에 없으렷다. 휘영청 달 밝은 보름밤에 은하수가 발광하는 윤슬바다 아래 해마루 마당엔 짚단으로 만든 달집에 불을 지핀다. 달집불길을 돌면서 강강수월래를 합창하는 달맞이 축제는 처녀총각의 짝 찾기요 주민들이 일상탈출 하는 해방구였다. 달맞이 축제는 신라시대부터 천여 년을 이어져 온 민속축제였다. 달맞이 축제에서 처녀총각은 눈이 맞아 영원한 사랑을 꿈꾸는 연애의 에덴동산 이였다.
신라시대 프리섹스가 허용됐음도 달맞이 축제에서 기인한 성문화의 개방이었지 싶다. 미실의 방만한 사생활이나 백제 서동이 떠벌린 가짜뉴스(?)에 홀라당 따라나선 선화공주의 사랑의 도주 등 낯간지러운 러브스토리가 많다. 사냥꾼 도령과 나물 캐는 처녀가 사랑을 엮은 곳도 여기 해맞이 언덕이다. 해운대는 한국전쟁 후 주한미군의 휴양지로 사용되고 달맞이고개는 미군들이 골프장으로 사용했다, 달맞이고개 골프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골프장이었는데 이때 이곳 아이들에게 노다지 꿈을 품어주기도 했다.
아이들이 골프장주변의 골짝이나 웅덩이에 빠진 골프공을 주워서 클럽에 갖다 주면 약간의 돈을 주어서 용돈벌이장소로 소문 난 곳이었다. 클럽은 귀한 골프공을 싸게 사서 좋고, 애들은 쉽게 용돈 벌었던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별천지였다. 부산은 해수욕장도, 골프장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개장한 레포츠의 에덴동산인 셈이다. 애인을 찾아 사랑을 수놓으려면 부산엘 와라. 태양이 작열하는 한 여름철이든, 보름달 휘영청 밝은 한가위 밤이나 정월대보름날 밤엔 애인 찾기 축제가 펼쳐진다. 부산은, 해운대는 로망의 고장이라! 2024. 09. 06
최백호의 노래 <부산에 가면>의 가사 일부를 발쵀했다.
"부산에 가면 / 만날 수 있을까 / 하얀 별이 밝던 / 그 밤에 웃던 너를 / 따스하게도 / 날 안아주었던
온기가 아직 남았을 / 부산에 가면 -후략-
그때와 달리 혼자이지만 / 지금 만나러 가요 / 우연이라도 좋아 / 운명이라도 좋아 / 너도 나처럼 그리워했을까
약속하지는 않았어도 / 같은 추억을 두고 온 것만 같은 / 그 부산에 가면 -후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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