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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 그 여적

홀로서기 연습

홀로서기 연습

- 감자, 양파와 마늘 껍질을 벗기고 다듬어 먹기 좋은 크기로 준비한다. 참치양념장을 만들어 약간의 물을 붓고, 팬에 오일을 두르고 채소를 볶아준다. 참치를 넣어 볶으면서 감자와 호박을 넣어 익어갈 무렵에 양파와 마늘 등의 채소를 넣고 조금 후에 양념장을 부어 보글보글 끓으면 고추장이나 간장으로 간을 맞춘다. -

 참치`호박 국을 끓이려고 아내한테 묻고 인터넷에서 참고한 레시피 메모다. 참치국이 완성될 때까지 나는 아내에게 네댓 번의 전화를 했는데 통화 끝판에 아내는 참치국 한 번 끓이면서 별스런 요란을 다 떤다고 면박(?)을 줬다. 우리집 참치국 역사는 45년도 훨씬 넘는다. 그때 참치`캔은 일반가게엔 없어 서민들도 낯선 식품이었다. 내가 통제부PX에 들랑거리면서 2~3개를 구입해 오면 아내는 호박국을 끓여먹거나 동그랑땡을 만들어 도시락반찬으로 애용한 우리 집의 별식반찬 이었다.

▼청사포 해돋이▼

언젠가 아내에게 어떻게 그런 참치요리를 할 수 있었는지 물으면 그냥 해봤다고 했다. PC도 없고 요리책 볼 리가 없던 아내의 손은 마이다스의 손이었던 셈이다. 다행스럽게 나나 애들이 잘 먹어 PX참치(입고물량이 극히 적었다)는 거의 우리 집 몫이다시피 했었다. 그런 참치(동원라이트튜나) 황다랑어 팩(170g) 3개를 나는 오늘 싱크대 선반에서 발견하여 아내에게 전화질을 해대며 뜬금없이 참치요리사(?)가 됐다. 혼밥`신세인 지금 반찬 만드는 걸로 아내한테 전화질 하는 건 이젠 다반사가 됐다. 그렇게 얼렁뚱탕 만든 반찬은 맛이 없기 일쑤다.

그런 혼밥`생활이 벌써 4개월을 넘기면서 내가 아내의 우주(宇宙)가 아니라 아내가 나의 우주란 걸 실감한다. 늙어지면 남자는 아내 앞에선 어린애일 뿐이란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제아무리 인스턴트식품이 다양하고, 질 좋은 먹거리가 풍부해도 아내가 빚은 음식과는 비교자체가 안 된다. 아내의 손맛에 반세기를 길들여진 탓일까? 아니다. 손맛 이전에 애정이 듬뿍 든 음식이어서다. 나는 아내의 음식을 생각하면서 아내의 손은 신(神)의 손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음식에 관한한 가히 마이다스의 손이라 단정한다.

▲청사포해안 초소의 일출▼

계량컵이나 저울 없이 눈썰미와 혀로만 이 세상에서 하나뿐인 아내의 음식이 창조(?)된다. 초겨울 김장김치를 담굴 때의 아내는 김장의 달인이다. 씻은 배추를 간수에 절이고, 십여 가지의 양념을 만들어 섞어 버무린 배추소는 순전히 혀와 눈썰미로 빚은 기막힌 셰퍼의 솜씨다. 탄성이 절로 난다. 그런 아내가 없는 나 홀로의 부산생활은 절망하기 전에 어쩌면 앞으로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단 생각에 마음을 추스르게 된다. 늙으면 언젠간 홀로가 된다. 홀로 사는 연습(?)은 부산 오피스텔이 매도될 때까지 지속될 판이다.

때깔, 내 코흘리게 시절로 타임머신 비행을 띄웠다

 고백컨대 내 속내는 오피스텔이 안 팔려도 괜찮다. 매도가 성사되면 강릉에 쉼터를 사겠다는 둘째의 이전계획이 선뜻 내키지 않는다. 서울서 가까운 강릉지방은 바다와 산이 어울려 레포츠의 천국이지만 겨울철엔 폭설 탓에 늙은 울`부부에겐 불편할 터다. 특히 산행트레킹을 즐기는 나는 대중교통편도 신경이 쓰인다. 어찌 보면 부산은 사계절 내내 즐길 수가 있는 휴양지일 수 있단 점이 강릉과 대비된다. 10여년을 짬 날 때마다 부산해운대에서 뭉갰지만 미련이 남는 곳이다. 해운대백사장과 동백섬, 와우산을 잇는 트레킹은 천혜의 힐링코스다.

▲둘째가 제공하는 넉넉한 식품들 탓에 홀로서기는 수월하다. 이렇게 많은 식자재들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특히 '비비고 시리즈 식품'들은 수준급이어서 '혼밥족'들이 애호할 것 같았다▼

둘째가 모든 편의를 제공하는 피서생활 내지 매수인을 기다리는 지금 이 상황을 나는 못내 즐기고 있다. 부부가 잠시 동안 떨어져 사는 묘미(?)는 나를 관조하는 성찰에 이어 부부애의 성숙을 되짚어 보게 한다. 진공포장 된 참치`팩은 유효기간이 지났었다. 아낸 팩을 개봉해서 냄새와 맛이 이상이 없으면 한꺼번에 끓여 냉장고에 두고 쫌씩 덜어서 데워먹으라 했다. 냄비에 가득한 호박참치국은 앞으로 몇 끼니를 국물 걱정은 던 셈이다. 추석이 성큼 다가온다. 더위가 물러서면 복덕방도 활기를 찾으려나? 매도인을 기다려본다.     2024. 09. 07

▲해월정사의 아침▼
▲대마도, 청명한 날엔 수평선에 대마도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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