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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 그 여적

구덕포의 아침햇살

구덕포의 아침햇살

안개 자욱한 구덕포의 여명

 연일 볶아대는 무더위를 피하려고 나는 요즘 새벽트레킹을 자주 한다. 그 중 와우산 자락코스에 해운대~송정구간에 구덕포라는 조그만 포구가 있는데 오션`뷰가 일품이다. 광대한 동`남해바다의 표정을 살피면서 수평선에 코빼기 내민 다릿돌전망대서부터 송정해수욕장과 죽도, 너머의 고리원자력발전소까지 일별할 수가 있어서다. 구덕포엔 양식업과 미역, 멸치잡이가 성업이다. 구덕포 고두말에서 돌출한 다릿돌전망대는 구덕포와 청사포의 경계다. 8월 송종해변축제 때 후리질(어로작업) 재현이 볼만하고, 미포,청사포,구덕포를 잇는 해운대삼포길 걷기대회도 성황이란다.

구덕포 방파제에서 조망한 송정해수욕장의 아침

옛 동해남부선 철도부지를 활용해 만든 ‘해운대블루라인파크’의 해변열차와 스카이캡슐이 금년엔 국내외 관광객 250 만여 명이 찾을 부산의 대표 관광 명소다. 그 해운대블루라인파크는 미포정거장~달맞이터널~청사포정거장~다릿돌전망대~구덕포~송정정거장 등 6개 정거장 4.8km를 오가는 해운대해변열차와 미포정거장~청사포정거장을 오가는 스카이캡슐은 망망대해를 조망하는 이색적이고 낭만적인 추억거리로 인기 만점이다. 허나 나는 와우산 상록 숲을 관통하는 산책길 소요를 즐긴다.

▲구덕포구 해안 아침풍경▼

송정해수욕장 지척에 구덕포구가 있다. 옛날 포구마을에 조씨 성을 가진 남자가 개 한 마리를 키우며 살았다. 개주인은 개가 새끼를 낳으면 팔거나 잡아먹곤 했는데 어미 개는 뿔따구가 나서 복수할 궁리를 하게 된다. 개는 집안 헛간처마에 능구렁이를 담아놓은 뱀 술병을 쳐다보곤 했었다. 글다가 언젠가 부턴 개가 새벽외출을 하고 와선 뱀 술병에 눈알이 빠지도록 집착했다. 이를 괴이하게 여긴 주인은 다음 날 새벽 집을 나서는 개를 미행한다. 산골짝으로 들어간 개는 큰 구렁이를 만나더니 자신의 원수를 갚게 해달라고 애원을 하는 게 아닌가.

▲다릿돌 전망대▼

그러자 구렁이가 개에게 집안의 능구렁이 술병을 없애면 원수를 갚아주겠다고 장담을 코 깨지게 했다. 그 말을 엿들은 조씨는 사타구니가 불나게 뛰어와 술병을 치우고, 동네 사냥꾼을 불러 구렁이 포획작전을 짜고 기다렸다. 마을에 내려온 구렁이도 그 기미를 눈치 채고 사냥꾼 눈에 안 띄게 잽싸게 집안에 숨어든다. 구렁이가 주인과 마주치자 입을 크게 벌리고 덤벼든다. 그때 조씨가 구렁이 입에 뱀술병을 던져 넣자 구렁이가 혼절 나자빠졌다. 조씨는 기절한 구렁이를 얼른 잡아 한방약으로 만들어 문둥이와 중풍환자들의 병을 치료하도록 했다.

해안과 바다를 오염시킬 오염덩어리인 스레트를 언제까지 전시(?)할 텐가? 바로 앞바다에선 낙실질과 해녀들이 물질하고 있다
▲구덕포구의 카페▼

구경만하고 있던 싸가지 없는 개도 조씨가 보신탕으로 먹었다. 300여 년 전에 구덕포에 처음 정착한 사람은 조씨였다. 이 얘기는 1996년에 발행 된 <해운대민속>에서 ‘뱀술로 죽인 뱀’을 발췌한 내용이다. 구덕포구 굴다리 앞에 지방보호수 ‘용 곰솔’이란 해송 한 그루가 있다. 300여살 된 용 곰솔나무는 구렁이가 승천하려다 못하고 똬리를 튼 자세다. 조씨가 보신탕용으로 죽인 구렁이새끼인지도 모른다. ‘뱀술로 죽인 뱀’얘기를 읽으면서 넉살좋은 윤석열대통령 생각이 문득 났다.

여명이 수면을 일렁이는 눈부신 아침바다에 얼리버드가 아닌 물질하는 해녀들이다

모든 걸 자기 멋대로 재단하고 밀어붙이는 막무가내 정치행위 말이다. 300년 전에 개주인은 개새끼를 팔거나 키워 보신탕용으로 하는 건 당연한 불문율이었다. 그 행위를 핑계로 개주인을 해코지하려던 구렁이는 악당이다. 주인에게 불만을 토하는 개를 달래 공존의 장을 마련해야 할 구렁이가 사적감정을 악용해 분란을 일으켜 적대행위를 하는 건 공정과 상식에 반한다. 경쟁과 협력에 기반 한 건전사회활동을 선도해야 할 대통령이 아집과 독선으로 정쟁을 야기 시켜 국력을 낭비 하는 꼼수정치가 역겹고 우리를 슬프게 한다.

▲구덕포구의 300여 살 먹은 용곰솔의 위용▼

안개 자욱한 구덕포구가 아침햇살로 뿌옇다안개속의 시국을 보는가 싶어 불편한 게 비단 나 혼자만의 심경일까시계 불안한 안개를 걷어치울 선봉장은 윤석열이다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슬픔도 기쁨도행복도 고통도 내가 만드는 것”이라며 양자역학 이론을 차용해 ‘방하착(放下着)’을 주문했다모든 것은 결국 내가 만드는 것이다내가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일체유심조다대통령이 방하착을 외면하면 불행은 온 국민이 감당해야 한다윤석열은 내려놓는 정치를 해야 한다.

철거해야 할 폐가 스레트지붕을 페인트칠 해 관광상품(?)화 하는 무모한 행정이 안타깝다. 극심한 환경오염물질로 처리비용이 상상을 절해 눈가리고 아옹하는 지자체의 꼼수가 아닐런지?
와우산 숲속 산책길

즐겁고 괴로운 것도, 기쁘고 슬픈 것도 내가 만드는 것이다. 누구보다도 윤석열이 귀담아 듣고 솔선수범해야 한다. 안개는 벗겨지고 해는 솟기 마련이다. 안개속의 음흉함이 백일하에 들어나면 어떤 철면피도 시들해진다. 안개바다 햇무리 속에서 새벽 물질하던 해녀들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나라 주인은 착한 서민들이다. 순진무구한 서민들한테 염장 지르지 말라. 여름무더위 만으로도 속이 탄다. 뿌연 햇살이 소나무 숲 위로 흩뿌린다. 여름도 불원간 물러설 것이다. 자연스런 변화는 인류의 희망이고 기도다.       2024. 08. 25

▲와우산자락 청사포 어느 카페의 데칼코마니 풍경▼
해수욕장 쓰레기를 치우는 새벽의 청소원들과 백사장에 설치된 비치파라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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