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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 그 여적

짝찾기 탑돌이 축제

짝찾기 탑돌이 축제

능소화

한가위나 정월 대보름 때 남녀가 탑돌이하다 처음 만나 사랑을 맺는 풍속이 있었는데 그 로망적인 스캔들은 천여년 전 신라시대에 지은 경주흥륜사(興輪寺)의 비화와 영월 쌍룡리 탑골의 쌍룡굴 전설에서 실감한다. 영월 탑골의 삼층석탑에서 양반집 딸과 머슴이 탑돌이를 하다가 눈이 맞았다. 딸과 머슴의 연애사실을 알아챈 양반집에선 격노하여 남녀를 각각 다른 굴에 가두었다. 근디 이듬해 봄에 두 굴에서 각각 용이 나와 서로 껴안고 승천했다. 이승에서 못한 사랑 하늘에서 불태운 로맨스는 쌍룡굴전설로 남았다. 이 굴은 지금의 쌍룡양회 채석장에 있다.

미치광이광대버섯

조선조 세조임금은 원각사(서울 탑골공원) 탑돌이가 풍기문란하다고 금지령을 내렸다. 그만큼 탑돌이는 남녀가 자유롭게 만나 사랑을 꽃피우는 미팅장소로 인기였다. 신라 원성왕 때의 설화 김현감호(金現感虎 ; 김현을 사랑한 호랑이)는 화랑 김현(金現)이라는 총각이 흥륜사에 가서 한참동안 탑돌이를 하다 한 처녀와 눈이 맞아 화톳불 튀듯 꽃피운 연애이야기다. 탑돌이 하던 김현이 처녀의 고운 자태에 반해 다가가서 수작(?)을 걸었다. 한참을 다정하게 소곤대던 처녀가 밤이 늦었다며 집에 가겠다고 하자 김현은 다시 만날 약속을 간청했지만 처녀는 거절한다.

미치광이광대버섯은 서울안산 숲길 참나무 밑둥에 작년에 이어 금년추석에도 꽃 피웠다
아내와 단촐하게 차례상을 올리자 까마귀가 창가(좌) 숲에 앉아 한참을 두리번 댔다. 까마귀는 길조라는데~!

그래 김현은 처녀를 집에까지 데려다주기로 한다. 어느새 연인처럼 속살대며 숲길을 걷고 있는데 뜬금없이 처녀의 어머니가 나타났다. 처녀가 변명하듯 상황을 얘기하자 어머니는 “괜한 짓을 했구나. 네 오빠들이 알면 난리 날 텐데 이를 어쩐다?”라며 걱정하던 차 어디선가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처녀모녀는 김현을 얼른 다락방에 숨겼다. 그때 호랑이 세 마리가 집에 들어오더니 “킁킁, 아니 뭔 사람냄새가 나는데, 오랜만에 포식해볼까” 라고 소리치는 거였다. 처녀는 기겁한다.

서울 처제네가 가꾸는 주말농장에서 추석 전 날 채소선물을 챙겼다

 당황한 처녀가 오빠호랑이를 가로막자 어머니가 “뭔 냄새가 나야? 배 고픈가 보구나”라며 시침일 때곤 앞장서서 부엌으로 향한다. 이때 갑자기 하늘에서 뇌성 치며 호령하는 게 아닌가? “못된 놈들! 사람을 잡아먹겠다는 네놈들을 먼저 죽여야겠구나.”라고 꾸짓자 호랑이들이 겁에 질려 우왕좌왕 한다. 처녀는 울면서 오빠들 대신해 저에게 벌을 주시라고 용서를 빌었다. 일순 적막이 흐르고 오빠호랑이들은 놀랜 나머지 산속으로 들어가 용서를 빌겠다며 사라졌다. 다락에 숨어 이 정황을 엿보던 김현이 나와 처녀를 보듬자 그녀는 고백한다.

흥륜사(수채화)

“본래 저도 호랑인데 사람을 만나 사랑을 나누고 싶었어요. 그래 도련님을 만난 순간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헛된 꿈이지요. 내일 저는 다시 호랑이로 변신해 횡포를 부릴 텐데 제발 저를 죽여주세요. 그게 저를 위하는 길입니다”라고 애원한다. 날이 밝자 처녀호랑이는 장터에 나타나 사람을 헤치고 달아났다. 김현이 뒤쫓는다. 숲길에 들어서자 호랑이는 처녀로 변신했다. 멈춰 선 호랑이처녀는 “이승에서 도련님 만난 인연 소중히 간직하고 떠나렵니다. 제가 죽거든 저를 위해 작은 절 하나 지어주시면 거기서 회개하며 기도하겠습니다.” 라며 흐느끼는 거였다.

흥륜사

“그리고 저한테 상처 입은 사람들은 흥륜사의 간장을 상처에 바르고 절의 나발 소리를 들으면 깨끗이 나을 것입니다.”라고 말 하기 무섭게 처녀는 김현의 칼집에서 칼을 빼내어 자결한다. 호랑이 공포에 떠는 주민들을 위해 원성왕은 호랑이를 잡아온 자에게 벼슬을 주겠다고 선포한 때였다. 호랑이 삼형제의 종적도 사라져 경주일대는 평온해 졌다. 김현은 호랑이의 횡포를 없앤 공로로 벼슬길에 올라 호랑이처녀의 소원대로 경주 서쪽 냇가에 절을 지어 호원사(虎願寺)라 명명했다.

추석연휴 피날레를 장식한 폭우 속의 해운대백사장
봉황구름

김현은 짬짬이 승려들을 호원사에 초청해 범망경을 강독하는 법회를 열어 호랑이처녀의 명복을 빌고, 이 사연을 생전에 '논호림(論虎林)'이라는 제목의 글로 지어 세상에 알렸다. 해운대 해월정의 달맞이 축제도 흥륜사탑돌이의 전승일 테고, 이곳 처녀총각들이 달맞이 하며 눈 맞추는 에덴동산이지 싶다. 무릇 축제는 일상탈출의 해방이요 욕망해소의 파격이라. 거추장스런 모든 가식을 벗어던진 진정한 나를 찾는 자유 - 원초적인 욕구의 해소와 충만 행위는 공동체의식을 고무하는 축제였던 것이다. 사랑은 모든 장애를 뛰어넘어 모든 걸 가능케 하는 원동력이다.                 2024. 09 추석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