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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 그 여적

해운대해수욕장 맨발걷기

해운대해수욕장 맨발걷기

100층이 넘는 엘시티는 해운대해수욕장의 랜드마크로 솟아 다양한 풍경을 연출한다

엎어지면 코 닿을 해운대해수욕장에서 백사장 맨발걷기를 무시한 채 산행 내지 트레킹코스만 찾았던 나의 무지렁이가 가소로웠다. 아니 무식한 소치였다. 맨발로 해안모래 밟기가 황톳길 보다 장점이 많다는 사실을 이제 알아채서다. HB타운 13층 창밖으로 펼쳐지는 해운대해수욕장은 점입가경이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해안을 걷는 사람들이 꼬리를 잇는데도 무관심했다. 더욱이 노인 주제에 땡볕 속에서의 해안 모래톱 산책(?)을 나는 무던히도 기피했는데, 지금은 아침의 행복을 낚으려 바닷물 젖은 모래톱을 향한다.

▲해운대해수욕장을 휘두른 마천루들은 호텔이다. 그래도 신축공사 중인 건물이 호텔인 것은 수요공급의 불균형 땜일까? ▼
'일찍 일어나는 새가 살아남는다'를 실증하는 비들기들이 새벽부터 백사장을 누빈다

내가 평소 바다를 멀리하는 건 까만 피부에 한 시간쯤만 햇볕에 그을려도 흑인종 사촌이 되고, 검게 탄 피부는 겨울이 돼야 본색을 되찾는 피해망상(?)땜이었다. 혹자는 까만 피부가 건강해 보여 좋다하지만 난 헛소리 말라고 튕겼었다. 그러던 내가 해변모래사장에서 강아지 뛰놀 듯 하게 된 건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박동창 회장의 맨땅 맨발걷기 예찬론을 접하고부터였다. 박회장은 맨땅보다는 황토가, 황토보다는 해안모래가 장점이 더 많다고 실화까지 소개하고 있었다. 근디 월초엔 동아일보에 기사도 났었다.

여인의 한결같은 폼을 난 50여m 떨어진 곳에서 봤을 땐 사진찍는 줄 알았다. 근디 그녀는 목하 기체조 중이었다. 육해공의 아침 서기를 만끽하나~!
아침바다 수영동호인들이 모래톱으로 나오고 있다. 첨단문화의 첩병은 대게 여자들이 선도한다

맨발로 맨땅을 걸으면 땅바닥의 돌멩이나 나무뿌리, 가지와 이파리 등등 다양한 물질이 발바닥과 마찰하며 각 반사구의 지압효과로 오장육부와 모든 신체기관에 좋아진다는 실증사례를 고대 중국과 이집트에서부터 입증해왔다고 했다. 65세의 A씨는 5년 전에 폐암4기로 진단받아 항암치료만 50번을 받았는데 맨발 걷기를 2년 하면서 더 이상 암이 퍼지지 않았단다. A씨는 가까운 하나개해수욕장에서 맨발걷기를 하여 폐암치유에 성공했단다. 그녀는 사실 고혈압, 고지혈, 전립선, 녹내장 등 ‘종합병원’이다시피 망가진 몸이었는데 지금은 약 복용도 안한다고 했다.

애완견과의 산책, 나는 애견인들의 개에 쏟는 정성이 가족과 이웃을 향한다면 세상은 보다 더 훈훈해질 거라고 몽상(?)해 보곤한다

해운대백사장 길이는 1.5km, 폭 70~90m, 면적 120,000㎡로 수심이 얕고 조수의 변화가 심하지 않아, 독일의 공영방송사 ZDF와 미국 주요언론사에서도 세계 3대해수욕장이라 평가할 정도로 국내외 인지도도 높다. 그래 외국인 관광객이 해마다 더 많이 찾는 곳이 됐다. 해맞이축제, 달맞이온천축제, 바다축제, 모래축제, 부산바다축제, 부산국제요트매치컵대, 겨울엔 북극곰 수영대회가 열린다. 울`내외는 십여 년 전부터 년 중 몇 번은 여기서 보내지만 ‘젊은이들의 축제’라고 부러 외면해왔다.

미역줄기를 통째로 밀고 온 파도의 한숨이 상상 됐다. 필시 기장 미역양식장의 부주의 탓인지 모른다

나는 새벽6시에 백사장에 들어선다. 이미 몇 십 명은 해안모래를 밟으며 파도와의 신나는 장난짓(?)에 빠져들었다. 밀려온 파도가 모래톱을 말끔히 씻어놓으면 사람들은 짓궂게 발자국을 남기고, 파도는 곧장 달려와 발자국을 없애는 역습의 반복에 시간을 잊는다. 이런 인간과 바다의 역습은 인류의 탄생 때부터 비롯됐을 테다. 아니 인간들의 장난(?)에, 무식한 행패에 바다는 얼마나 시달리고 병든 몸 치유하느라 몸부림치는지 모른다. 모래톱이 그걸 입증하고 있다. 모래톱의 쓰레기는 인간의 한쪽 얼굴이다.

바닷물이 밤새워 가져온 쓰레기들! 이 걸 반기는 새떼가 있고, 얄궂게도 미역과 톳을 챙기는 사람도 있다. 이 틈세에서 폐비닐 종류를 수거하며 우릴 감동시키는 어른도 있다. 이도 저도 아닌 나는 보잘 것 없는 회색인간인가?
복새끼도 해초류에 끼어오고~!
파도가 안고 온 쥐고기를 내가 사진찍고 있는데 아주머니가 옆에서 기다리다 '아저씨 내가 가져도 돼요?'라고 물었다. 글곤 그녀는 비닐봉지를 꺼내 담는다

지구상의 육대륙을 적시면서 흘러온 물들이 오대양에 모여 내린 난상토론의 결론은 “사람이 가장 멍청하다”는 거였다. 사람이 만든 온갖 공해물질들이 결국엔 지구를 병들게 하여 지들의 삶을 파괴하는 대도 모른 척 되풀이하고 있다는 게다. 바다는 인간이 야기한 공해물질을 삭히느라 파랗게 질려 검푸르게 됐는지도 모른다. 삭히다 삭히지 못한 쓰레기를 안고 온 파도는 지금 해안 모래톱에 내려놓는다. 얼마나 힘 버거웠으면 개 거품 토하며 울부짖는 파도의 소리가 푸우 푸~ 한숨일까! 그 울음소린 각기 다르다.

아침 해안 모래톱 산책은 수행이 길이며, 자성의 길이기도 하다
모래톱의 쓰레기는 우리가 버린 폐기물이고, 그 쓰레기 썩는 물에서 잡아 온 생선을 반찬으로 먹는 우리들을 바다물은 한마디로 일격한다. "세상에서 제일 멍청한 동물은 인간이다"라고.

초단위로 토해내는 파도소리를 귀 기울려 들어보라! 내 둔한 청각으로도 단 한 번도 같지 않은 울음이었다. 신음이었다. 하소연이었다. 절규였다. 무지한 인간들에게 자연에 동화될 양심을 일깨우려는 바다의 합창이었다. 음악가들은 바다에서, 자연에서 음원을 깨친다던가! 인간이 하도 말을 안 들으면 바다는 노도(怒濤)한다. 태풍으로라도 불결한 것들을 쓸어버리고 싶었는지 모른다. 바다는 진정 잔잔한 수평이 해원(海源)이다. 바닷물은 뭍에 가까이 오면 짜증이 나는 걸까? 미세한 파동은 물결을 낳고, 물결은 어깨동무를 하면서 세를 이뤄 거칠게 상륙한다.

어디나 사람 모이는 곳에 '금지'란 표지가 있기 마련인데, 바다는 어찌 견디겠나? 정녕 태풍이 맬급시 오진 않지 싶었다

주의를 좀만 게을리 하면 파도는 내 종아리를 때리고 물보라를 튀기면서 뜯긴 해초와 비닐조각을 모래톱에 남긴다. 해안모래 밟기는 자성(自性) 찾기의 수행길이다. 자연에 동화되는 시간은 병든 몸 치유의 길인 셈이다. 산행 땐 노인 동반한 젊은이를 못 봤지만, 해안 모래톱에선 노인의 지팡이(?)가 된 젊은이들을 마주친다. 모래톱이 평평하고 평안해서 효행의 길로 좋단 걸 알아서다, 해원에서 달려온 바닷물이 시름 내려놓으며 평온해지는 모래톱은 인간의 영원한 안식처다. 오늘도 나는 눈 뜨자마자 두 시간의 행복을 낚으려 해안으로 향한다.             2024. 06. 12

 #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yjongk@donga.com -동아일보-

갈매기의 아침성찬! 난 이 장면을 목도하고 새들이 해안가에서 시간을 낚는 까닭을 이해할 것 같았다
모래조각 축제마당이 끝난 모래벽
모래털이를 위해 해안 화장실 옆에 샤워부스와 수도꼭지가 다수 비치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