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느낌~ 그 여적

‘지옥에 간 목사’ & ‘정절과 장수’

‘지옥에 간 목사’ & ‘정절과 장수’

‘지옥에 간 목사’를 봤나요? 궁금하시면 해운대 동백섬으로 오세요. 5월의 신록 속에서 뽐내고 있는 그를 조우할 수 있다. 놈들은 본시 남녘 제주도 출신이란 데 거기선 아왜낭 또는 아왜낭목이라 불렀다. 아왜낭은 아왜나무의 제주방언으로 산호수(珊瑚樹)를 일컫는 변음으로도 쓰였단다. 제주도에 많은 산호수는 붉고 검은 열매가 산호를 닮았다하여 아왜나무를 산호수라 부른다고 국립수목원이 밝혔다. 요놈들은 지금(5~6월) 하얀꽃들을 방추형으로 무더기로 피워내고 있다.

 짙푸른 초록이파리 속에 하얀 좁쌀 꽃이 주렁주렁 피었다가 가을(9~11월)엔 빨강열매가 검정색으로 익어 산호 같단다. 하여 일본서는 아와부끼(거품나무)라고 하는데 일부에선 아와부끼의 변음이 아왜나무로 됐지 싶단다. 잎은 짓찧어서 타박상이나 골절상에 붙이면 좋고, 뱀에 물렸을 때도 효험이 좋단다. 아왜나무는 종자와 삽목번식을 하는데 뿌리가 잘 내려 삽목법이 애용된다. 가을에 잘 익은 종자를 발라내어 젖은 모래에 저장했다가 이듬해 봄에 파종한다.

물기 있는 땅을 좋아하므로 가뭄엔 관수하는 게 좋다. 성장이 빨라 파종 후 3~4년 후에 이식할 때 밀식 않는 게 좋다. 따뜻한 남녘지방에 자생했는데 지금은 기후온난화로 중부지방에서도 식재가 가능해 활용가치가 좋지 싶다. 정원수, 울타리, 방화수, 해안방풍수로 제격인데다 번식도 쉽고 잘 자라 대로변 화단이나 중앙분리대에서 상록조경수로 좋지 싶다. 근디 놈은 왜 ‘지옥에 간 목사’란 꽃말을 달았을까요? 속 시원하게 알려주는 곳이 없다.

하여 내 짧은 소견으론 ‘불지옥에서 소방수 역할을 하는 희생’의 모습을 의인화 했을 것 같다. 산림청이나 지자체에선 우리나라 곳곳에 아왜나무 식수를 권장하여 정원수로, 방화와 방풍수로 멋진 환경을 조성하길 염원해 보고 싶다. 남녘 해안과 섬은 상록관목으로 치장을 했는데 짙푸른 숲 위로 솟구친 소나무들이 춤추듯 서있어 한결 더 운치를 자아낸다. 늘푸른 관목으로 뒤덮인 동백섬엔 아름드리 소나무가 하늘을 떠받치고 있어 거센 바닷바람과 맞선 위용은 자못 경외감마저 든다.

소나무들이 척박한 바위산에서 몇 백 년을 버티며 우람하게 성장할 수 있음은 아왜나무를 비롯한 동백, 후박, 사스레피나무 등이 관목숲을 이룬 탓일 게다. 소나무가 어릴 땐 놈들이 방풍`방화를 해줬을 것이다. 특히 소나무의 약점은 화마(火魔)가 아닌가. 소나무 침엽수는 불소시게요 목질수액은 송진으로 불에 닿다하면 끝장이다. 그 불길을 막아주는 소방수가 아왜나무 사촌간인 동백, 후박나무 등등이다. 놈들이 아랫도리를 보호하고 있기에 소나무는 하늘로 치솟아 멋대로 활개 치며 기묘하면서 부드러운 춤사위를 즐기고 있음이다.

재질이 단단하여 휘거나 갈라지지 않고 결이 곱고 벌레가 안 생기는 소나무는 궁궐이나 사찰 건축의 최고급 목재로 애용된다. 놈들이 서로 상부상조하는 상록 숲길을 소요하면서 피톤치드 호흡의 상쾌한 기분은 유토피아가 바로 여기라는 자각에 이른다. 싱싱한 솔잎은 통증치료와 지혈에 좋고, 송진은 고약과 반창고의 원료로, 염증치료제로 쓰인다. 소나무는 매화, 대나무와 함께 세한삼우(歲寒三友)로 사랑받아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가 그걸 입증한다.

내 어릴 적 소나무속 연피는 껌 씹듯이 씹었고, 관솔은 아궁이 불소시게로 특별했다. 동구의 당산나무는 동네에 애가 태어나면 금줄을 허리에 걸쳤는데 인줄에 솔잎을 끼운 건 새 생명을 축원하는 의미였을 테다. 동백섬의 소나무는 우람차기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보고만 있어도 경건함과 평안에 이른다. 소나무의 울음파장이 고조되면 파도의 파고가 높아지고 해안의 사철관목들은 일제히 서로를 부둥켜안고 등받이 방풍자세를 취한다. 자연의 섭리에 경외한다. 소나무꽃말은 정절과 장수란다.          2024. 05.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