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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 그 여적

2천명 의대증원 발표에 부치는 글

2천명 의대증원 발표에 부치는 글

언더우드동상
광혜원 정자각과 세브란스병원

세 달 전, 내 고향의 지우(知友)Y부인이 토욜 새벽에 복통으로 읍내ㅇㅇ종합병원 응급실에 입원했으나 휴일이라 전문의가 없어 응급실에서 당직의사의 의례적인 진료 후 월요일 아침에 전문의 진찰을 받았다. 전문의는 빨리 광주대형병원으로 이송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Y는 기진맥진한 상태로 말도 못하는 아내를 전남대학병원으로 이송했으나 응급실이 만원이어서 조선대학병원응급실로 옮겨 진찰을 받았을 땐 회생불가능한 장괴사 상태였단다. 실 날 같은 희망으로 수술을 했으나 아내는 곧 절명했다. 통한의 이틀이었다.

▲언더우드가(家) 기념관▼

언더우드가(家) 기념관

연희전문학교 3대 교장인 원한경 박사가 1927년 연희교정 서편언덕에 지었는데 이 사택은 연희교육과 기독교선교의 요람이 되었습니다. 1974년 원일한 박사가 사택을 연세대학교에 기증하여 연세대학에서 2003년 이곳을 ‘언더우드가(家) 기념관’이라고 명명하여 대(代)를 이은 소명(召命)과 유덕(遺德)을 기리고 있습니다. 예비하신 길을 묻고 찾는 기도와 수고를 아끼지 않은 언더우드 가문의 지혜와 헌신으로부터 배워, “도전과 창조, 소통과 공감, 나눔과 배려, 섬김과 존경”이라는 가치를 나누어 가지는 미래의 리더, 실천하는 연세인이 되겠습니다.      - 기념관안내판에서 발쵀 -

언더우드가 기념관 마당 우측에 수문장처럼 서있는 백화거목

그렇게 이틀간을, 아니 골든타임이었던 토요일 하루를 방치했던 읍내ㅇㅇ병원의료진이었다. 당직의사가 토욜 아침에 광주대형병원으로 이송시켰으면 소생할 수 있었을 텐데, 아니 그런 위급한 정황을 지켜보기만 한 Y는 자기가 멍청하고 무능해서 죽은 거라고 통분하며 자책하고 있다. 농촌읍내의 종합병원의 의료진은 대게가 수도권병원 내지 대형병원에 취업하기 위해 간이역병원쯤으로 여기고 있는 2류의사 일지도 모른다. 또한 시골병원의 의료기기와 시설이 낡아 정확한 병세진단이 난망일 수도 있으리라.

▲광혜원과 세브란스병원▼

근래 지방의 어느 병원에서 연봉4~5억 원에 의사를 초빙해도 오는 사람이 없단 뉴스를 봤었다. 전문의는 대게 40대쯤의 가족이 있어 애들교육과 문화생활을 염두에 둘 터인데, 불리한 여건은 유`무능을 떠나 수도권으로 몰리는 현실을 통찰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의 최대 이슈는 의정(醫政)갈등이다. 정부는 3월20일 2025년도 의대정원을 2,000명 증원하여 전국의과대학에 배정하면서 매년 2,000명씩 증원한다고 했다. 비수도권 대학에 1천639명(82%), 경인지역 대학361명(18%), 서울지역은 신규배정이 없다. 6년 후 1,600여명이 의대를 졸업하면 지방병원의 의사기근은 해결될까? 졸업학교 연고지 근무조건이란 후속조치가 따르겠지만? 

광혜원 뒤에 세브란스병원
광혜원 뜰안의 비석들

지금 의정갈등으로 전공의들 80%가 자릴 뜬다는데 그 공백을 어떻게, 언제까지 보완하면서 원활한 치료를 받을 수가 있을까? 정부의 지방의대생 배정은 대부분 현정원의 2배였고, 충북대는 정원49명인데 무려 3배인 151명을 배정시켜 200명이 됐다. 뜬금없는 횡재(?)에 얼떨떨할 지방의대들은 학사일정을 어떻게 짤까? 교수확보와 기자제보완 등의 인프라를 금년에 완벽하게 할 수가 있을까? 1,2학년 교양학부야 얼렁뚱땅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실험실습 위주의 4년 본과과정은 어떻게 이수할까? 본과과정의 핵심인 인체해부와 임상실험 실습용시신은 어디서 어떻게 조달할까?

백주년기념관 뒤에서 조망한 세브란스병원

수경원(綬慶園)터와 광혜원(廣惠院)

이 지역일대는 옛날 수경원이 있던 자리다. 수경원은 영조(英祖)대왕의 후궁인 영빈이씨(暎嬪李氏)의 원묘였다. 영빈은 16녀를 두었는데 외아들이 사도세자(思悼世子). 1969년 수경원이 경기도 고양시 서오릉으로 옮기고 봉분이 있던 자리에 1974년 연세대학교회(루스채플)를 세웠다. 영빈의 원묘를 옮긴 터에서 발견된 3개의 석함에 두 벌의 지석(誌石)과 한 벌의 명기(明器) 및 영조의 어필로 쓴 의열묘(義烈墓) 현판을 찾아내 현재 연세대학교박물관 민속전시실에 전시되어 있다.

또한 수경원의 부속건물인 정자각(丁字閣)과 비각(碑閣)은 뜰 안에 그대로 보전돼 있고, 목조한옥은 광혜원을 실제 크기 그대로 복원한 것이다. 광혜원은 1885410일에 개원된 우리나라 최초의 현대식 병원이자 연세학원의 연원(淵源)이 되는 기관으로서 연세인의 의술발전을 꽃피운 산실이 되었다. 광혜원은 처음엔 저동에 있은 홍영식의 저택을 사용하였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원래건물의 형적조차 찾을 수가 없게 되었다. 

19855월 연세대학교창립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광혜원 복원이 추진되어 1987410일 봉헌하여 우리나라 현대의학 발상지를 보전하고 기념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정자각은 연세기록보존소, 광혜원은 연세사료관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뜰 안은 박물관 야외전시장으로서 석조예술의 터전으로 자라잡고 있다. 이곳은 연세의 뿌리를 확인하고 역사를 이어주며 보람찬 미래를 키우는 자랑스러운 연세의 소중한 공간이다.                   20031030일                        -정문 앞 안내판에서 발쵀-

정자각

또한 의대생을 2,000명 늘리면 우수학생들의 쏠림현상에 다른 이공계와 인문계의 우수두뇌 공동현상이 명확하고, 의대입시 사교육열풍이 야기할 사회문제 해결책은 있는가?  R&D예산삭감으로 이공계를 냉가슴 앓게 한 정부는 공학도와 인문학도들의 염장까지 불지른 셈이다. 작년, 윤대통령의 5살짜리 초등학교 조기입학 소동이 오버랩된다. 뭐가 그렇게 급한가? 정부는 의료계와 대화를 통해 이런 모든 과정이 순조롭게 완비된 학교에 그에 걸맞은 정원배정을 했어야 했다. 의사의 의술(醫術)은 고난도의 인술(仁術)이다.

광혜원비각
광혜원정문

생명을 담보하는 의술은 실험실습이 아니다. 내가 16년 전인 2008년, 지방의 W의대에 시신기증을 할 때의 대학관계자의 하소연이 떠오른다. 지방의대생들은 실험실습을 하고 싶어도 시신이 없어 서울유수의 의대와 결연하여 그학교 학생들이 실습을 끝낸 후에 간신히 시신해부와 실습시간을 갖는다는 거였다. 그마져 부정기적인데다 해부와 실험을 마친 마루타(maruta)여서 실습효과가 미진하지만 감지덕지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 실습을 위해 상경하여 며칠간 서울에 머무는 경제적, 시간적인 낭비는 예외라면서 실습용 시신확보는 갈수록 지난하다고 애로사항을 실토했었다.

세브란스병원과 심장혈관병원
광혜원 우측 언덕에 있는 이한열열사 동산

옛날엔 무연고시신 활용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어림도 없단다. 연고자가 언제 나타날지 몰라 전적으로 시신기증자들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죽음을 앞둔 뇌사자 한 분이 아홉 분에게 새 생명을 줄 수 있다는 뜻의 ‘1 SAVE 9’라는 표어가 있다. 또한 시신은 우리들이 겪는 각종 질병치료에 얼마나한 공헌을 하게 되고, 범죄예방과 범인확인에 획기적인 기여를 하는 법의학발전의 모태가 된다. 마루타를 원활하게 수용하여 임상실험과 실습을 충분히 해야 유능한 의사와 법의학자가 양산된다. 그런 유능한 의사와 법의학자를 양성할 인프라를 준비한 후에 의대생정원을 늘려야 함이다.

▲언더우드가 마당 앞의 연세문인의 방▼

하여 시신기증자를 확보하기 위한 범정부적인 투자와 홍보를 지속적으로 벌리고, 시신기증자에게 공익선행자로써의 인센티브를 줘서 범국민적 참여를 이끌어 내야한다. 대통령내외부터 시신기증에 앞장서면 좋겠다. 나아가 고위직 임명과 선출시에 시신기증자들에게 가산점을 주면 어떨까?  미국은 저명인사들의 시신기증이 활성화 되어 매일 수십 수백구의 시신이 서울만 한 넓이의 시체공원에 안치되어 의학도와 법의학자는 물론 세계의 학자들이 찾아와 연구`실습을 하고 있다. 내셔널지오그래픽TV에서 방영한 ‘미국의 시체 공원'편을 재방하면 싶다. 죽으면 화장터에서 사라질 몸뚱이를 인류사회를 위한 불소시게가 되는 영예를 누리는 죽음! 그 영광을 주저할 이유가 없다.     2024. 03. 20

기독교박물관

https://pepuppy.tistory.com/282에서 <1 SAVE 9>를 보실 수 있습니다.

# 장기이식관리센터 이 멜 주소 ; www. konos. go. kr        전화 ; 02) 2276-0027. 2272-7161.

언더우드가와 캠퍼스를 연결하는 언덕숲길
백화나무
산수유
겨울에 만개한 버섯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