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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 길 - 산행기

장산 숲`너덜길 - 마고당`천제단

장산 숲`너덜길 - 마고당`천제단

양운폭포
마고당

제주도엔 장마전선이 상륙했다나? 회색하늘로 뒤덮인 부산도 심상치가 않다. 등산하긴 무방한 날씨라. 장산(萇山)을 향한다. 장산입구 대천공원엔 사람이 넘친다. 후덥한 도심에서 탈출한 피서인파일 것이다. 장산 양운천엔 생태체험학습 나온 유치원생들도 한 몫을 거들고 있다. 장산천변 숲길은 어느 때나 산님들을 단박에 일상 탈출케 하는 트레킹의 천국이다. 넓고 맑은 장산계곡을 흐르는 물소리와 울창한 수목이 뿜어내는 피톤치드의 상쾌한 청정골짝은 치유의 숲길로 한 없이 이어진다.

장산은 조정(왕가)의 산으로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 금산(禁山)이란 표석이 삼림욕장에 있다. 양운폭포(養雲瀑布)에 닿았다. 장산계곡엔 예 일곱 개의 돌 너덜겅이 있는데 지표수가 그 돌시렁(너덜겅) 밑으로 흘러들어 폭포를 이룬다. 바위에 부딪혀 떨어지는 폭포수의 물보라가 마치 구름이 피어나는 모습이라고 양운폭포라 부른다. 그 아래 가마솥 같은 소(沼)가 흡사 통나무로 만든 소여물통 같다 해서 구시폭포라고 부르기도 하고. 그 폭포 소(沼)에서 승천하지 못한 이무기가 살았다는 전설도 있다.

▲장산(양운천)계곡▼

그보다 더 신통방통한 일은 어느 날 구시폭포에 뜬금없이 하얀 두루마기가 날라 와 물살에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그 사연을 쫓아가는 산행이기도 하다. 갈수기인데도 폭포수 굉음은 숲의 이파리를 떨게 하고, 가이드라인을 쳐놓은 폭포엔 안전요원이 불침번을 서고 있다. 양운폭포 계곡숲길은 울퉁불퉁 돌길인데다 총총한 숲을 소요하는 적요의 시간이기도 하다. 숲 사이로 울리는 여린 물소리는 침잠(沈潛)의 늪을 일깨우는데 반시간쯤 즐기다보면 체육공원상단을 통과한다. 너덜지대를 억새 숲 방향 좌측에 마고당입구 이정표가 있다.

▲폭포사 입구▼

조붓한 숲길은 가파르게 이어진다. 숲속의 자연석계단은 오래 전에 인적이 끊긴 듯싶다. 빡센 경사 길은 줄곧 장대한 너덜지대와 동행한다. 너덜지대와 마주칠 때마다 난 불가사이 현상에 경외하면서 저 바위들이 화산석이란 점에 적잖게 회의한다. 계곡으로 흘러내린 용암이 굳어 화석이 됐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크고 작은 바위들이 하나도 붙어있는 게 없다. 애초에 돌과 바위들이 홍수에 떠밀려오듯 했다는 추측이 설득력이 있다. 바다가 융기하면서 돌`바위들이 골짝으로 휩쓸려 쌓인 걸까 싶은 게다.

▲폭포사 삼층석탑과 종각 & 대웅전 삼존불▼
산영각, 칠성각, 독성각

장산은 지각변동으로 솟은 야산으로 수많은 너덜지대와 그 거창함에 경탄한다. 마고당(麻姑堂)은 너덜지대의 돌과 바위로 축성한 기도처다. 돌담으로 둘러싼 마고할망의 성역에 들어섰다. 3년만이다. 고즈넉하다. 처음 찾아왔을 땐 귀신집이란 선입견에다 인적마저 끊겼나 싶어 으스스하기도 했는데 오늘은 왠지 정겹다. 누군가가 이따금씩 참배하고 청소도 했던지 정갈했다. 마고할망 - 마고는 구전으로 내려오는 우리의 토속적인 창세신이다. 마고할망은 거구여장부로 무지하게 힘이 셌으며 사람을 창조한 모신(母神)으로 한민족의 신이기도 하다.

▲폭포사경내▼

신라시대 박제상은 그의 책 ‘부도지(符都誌))’에 마고를 한민족의 창세신으로 묘사했다. 옛 신라였던 장산에서 천지(天地)신과 해신(海神)까지 신봉했던 주민들이 장산에 마고당과 천제단(天祭壇)을 세우고 기도한 건 자연스런 현실이었다. 높게 쌓은 돌담속의 마고당은 청기와 맞배지붕 돌집에 ‘상산마고당(上山麻姑堂)’이라 쓴 현판을 창방 위에 걸어놨다. 본당과 산신을 모시는 산신단과 제기를 보관하고 제물을 장만하는 부속건물이 있다. 석간수 샘물이 포도시 바닥을 적신다.

장산 어린이 체험학습장

요 근래에 공연했던 창작사극 중에 <장산국>이란 연극이 있다. “홀어머니와 살던 마음씨 고운 고씨 처녀는 해마다 장산 천제단과 마고당에서 천신(天神)과 산신(山神), 지신(地神)을 뫼신 마고할미에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낸다. 고씨 처녀의 정성과 심성을 어여삐 여기던 선인(仙人)은 무지개를 타고 장산에 내려와 고씨 처녀와 백년해로하게 된다. 부부는 아들 10명, 딸 10명을 낳아 장산국(萇山國)을 지상낙원으로 가꾸었다….” 옛날 가야와 신라의 후예들인 주민들은 지금도 1월과 3월에 마고당과 천제단에서 제사를 지내고 있다.

▲양운폭포 가마소. 천제단제사에 참배한 어느 촌부의 두루마기를 삼킨 비극(?)의 폭포다▼
양운폭포
너덜겅지대

천재단은 너덜겅을 건너 100m쯤 위에 있다. 이정표가 없으면 찾아가기 난망일 만치 흐지부지한 경사길이다. 낮고 엉성한 돌담으로 제단을 감싼 천제단은 넓은 바위로 제단을 쌓아놓고 너럭바위 위에 3개의 입석을 안치했는데 각기 천신, 지신, 산신을 의미한다. 제단바위를 감싸듯 휘두른 돌담이 지극이 평안하게 한다. 마고당 할머니께 제사 올리기 전에 천신과 산신께 먼저 제사를 올리는 천제단은 우리민족 고유의 토속신앙의 상징이다. 또한 가뭄 땐 기우제를 지내기도 했단다.

▲너덜겅과 마고당입구▼

강화도 마니산의 첨성단, 지리산 노고단, 태백산 천황단이 장산의 천제단처럼 신에게 제사 지내는 제천단(祭天壇)으로 실재하는 우리민족 고유의 신성한 토템사상의 기도처였다. 가뭄과 홍수와 일식과 월식이 두렵던 시절 제천단은 간절한 기도처로써 마을사람들을 일체감으로 묶는 기도처였다. 부귀와 자손의 번영을 비는 전통 민간신앙이 우리네 일상생활과 얼마나 밀접한지를 이곳 장산주민들은 반세기전에 체험한 얘기를 한다. 가야시대부터 장산곳 씨족마을주민들은 ‘상산마고령상신위(上山麻姑靈上神位)’라 쓴 나무위패를 뫼신 천제단에서 제사를 지낸다.

마고당 앞 너덜겅에서 조망한 부산해운대
마고당 숲길은 인적 끊긴 태곳적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제를 주관하는 제관(祭官)은 제의(祭儀) 열흘 전에 부정 없는 마을주민을 선정하고 금기생활을 하며 제물도 부정 타지 않은 정갈한 음식 몇 가지를 정해 정화수와 함께 올린다. 그날도 송아지를 잡아 제물로 올리며 제의를 마쳤다. 6월(음)날씨가 워낙 더워 제관들과 마을주민들이 두루마기를 벗어 신당 옆 바위 위에 얹어 놓고 고수레를 한 후 입가심할 때였다. 바위 위에 걸쳐놓은 두루마기 하나가 하늘로 날아올라 양운폭포 아래 가마소에 떨어지는 게 아닌가. 사람들이 달려가서 소에 빠진 두루마기를 건지려 소동을 벌렸다.

▲마고당을 휘두른 담장은 너덜겅 자연석▼

 사람들이 긴 막대를 들고 소를 휘저으며 두루마기를 건지려 야단법석 떨었지만 두루마기는 물살타고 춤추는 듯 폭포중앙을 맴돌며 물보라에 휘말리자 결국은 포기하고 만다. 나중에 알고 보니 두루마기 주인은 아내가 임신 중인지라 산신령의 신벌(神罰)을 자초했던 거였다. 그는 참석 안 했어야 했다. 결국 시름시름 앓다가 죽자 마을사람들은 마귀할멈의 노여움이라고 쉬쉬했다. 50여 년 전의 일이다. 신라 탈해왕 23년경 부족국가 장산족이 살았다는 기록이 있다. 천제단과 마고당은 부산시 민속자료 제6호이다.

마고당 치성대
상산마고당 신전. 마고당 문패가 야릇하다
마고당 뒤의 너덜겅

조선조에 봉산으로 지정된 장산은 물과 돌과 전설이 뭉근한 울창한 산이다. 남해기온이 장산계곡에 스며들어 푸나무와 폭포를 어르면서 감미로운 풍운으로 파라다이스를 이루는 산이다. 특히 너덜겅의 장대함은 자연의 위대함을 실감케 한다. 해발 634m의 장산은 오롯한 높이로써 표고 1000m이상에서 시작하는 백두대간 여느 산의 등산보다 산행맛과 멋이 특별하다. 숲 사이로, 너덜겅골짝 사이로 선뵈는 하얀 마천루들과 푸른 바다는 멋진 사생화로 파노라마 친다. 내가 부산을 자주 찾는 소이는 장산이 베푸는 치유의 숲에 멱 감고 싶어서다.                   2024. 06. 26

▲마고당제실과 석정(우물)▼
▲마고당고 천제단을 잇는 숲길 100m는 흐지부지 끊긴 곳이 많아 헷갈리게 한다▼
장산의 산양 배설물, 오늘 산행에선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다
천제단 너럭바위의 천신 지신 산신을 의미하는 세 개의 입석
천제단 너럭바위
천제단 뒤의 호위무사바위와 입석
▲천제단 너덜겅, 이 거대한 바위계곡의 형성에 대한 수수깨끼는?▼
마고당, 전제단 숲길은 장산너덜길에 합류된다
안부 사거리
봉대산으로 하산길에 접하는 군부대 훈련장
해운대 마천루
▲간비오산에서 조망한 마린시티와 광안대교▼

장산(萇山) & 마고당(麻姑堂) (tistory.com)에서 마고당에 관한 글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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