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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 길 - 산행기

장산 속내 엿보기

장산(萇山)  속내 엿보기

장산 정상에서

부산지방은 오늘도 회색하늘에 꾸무럭한 날씨다. 중부지방은 장마속의 찜통더위가 기승일 거란 데 나는 간단하게 배낭을 챙겼다. 장산(萇山 634m)의 진짜 정상을 등정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장산을 몇 번쯤 올랐는데 여태 군부대 철조망 앞의 ‘장산’이란 표지석을 정상으로 알고 있었다. 군부대 철조망안 10여m 더 높이에 있는 정상을 개방한 사실을 나는 웹상에서 어제 인지했다. 등잔 밑이 어둡단 말은 나를 이름이라. 정상에 주둔하고 있는 방공포대가 2022년5월부터 오전10시~오후3시까지 개방하고 있단다.

시국이 수상해선지 전투기들의 굉음이 부산하늘과 장산골짝 찢어놓기를 반시간쯤은 했으리라, 어제부터 이틀간~?
마당바위 소풍 온 조개바위
간비오산쪽의 들머리

 나는 오늘 장산 산행들머리로 간비오산자락을 택했다. 입산하자마자 거대한 곰솔이 밑동에 노랑망태버섯 하나를 세워놓고 내게 망태우산을 내밀고 있잖은가! 장만데 비옷 안 챙긴 나를 알고 걱정함인가? 망태버섯은 주위에 동료가 있기 마련인데 놈은 홀로다. 상서롭다는 생각이 들어 오늘 산행이 왠지 더 달뜨는 거였다. 토요일인데 후덥지근한 날씨 탓인지 산님이 뜸하다. 군부대철조망을 스친다. 장산부근에 주둔한다는 제53보명사단의 울타리일까? 장산은 남녘 끝에 거대 도시 안인데도 지금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다.

숲속에서 자귀나무도 꽃을 피웠다
망태버섯, 상처 입긴 했지만 반가웠다, 하루쯤 버티고 허물어지는 망태버섯은 주위에 딴 놈이 움트는데 기미가 없었다
첫번째 쉼터

장산 골짝일대는 산 중턱 곳곳에 철조망과 출입금지 표식이 많다. 6.25때 부산형무소 학살사건으로 1,500여명의 희생자들이 발생한 곳에다가 북한간첩선이 출몰한 땜일 테다. 경남지구계엄사령관(김종원)과 부산 CIC가 부산형무소 수형자들을 마구잡이로 살해한 제노사이드(Genocide 集團殺害) 비극의 현장이 장산골짝이다. 하여 공비와 대남간첩작전을 차단한다는 명분으로 곳곳에 지뢰를 매설했었는데 다 재거를 못해 지뢰위험지대로 남아 철조망이 존재한다. 그 통에 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정상부 습지에는 멸종위기 동식물 540종이 서식하고 있단다.

▲안부 쉼터의 수국▼
장산엔 이런 방화수 웅덩이가 곳곳에 있다

등산 중에 멧돼지가 밤새 땅을 파헤쳐놓은 흔적이 곳곳에 있다. 어떤 땐 고라니 떼도 발견된다. 장산골짝이 깊고 수풀도 무성하여 습지가 많고 바위너덜지대가 아홉 군데나 되는 독특한 산이라 야생동물들이 서식하나 싶다. 장산은 동해가 아직 호수이던 시절 백악기 말의 융기 때 함께 생성된 지름 5km 정도의 칼데라를 가진 높이 3,000m 정도의 거대한 화산폭발이었다. 너덜겅은 화산분출 때의 화쇄류가 굳어 만들어진 응회암덩어리로 어마어마한 규모에 압도당한다. 나는 상상을 초월하는 바위와 돌덩이들이 하나도 붙어있지 않고 홍수처럼 떠밀려 있음에 의아해 한다.

방화수 옆의 산붓꽃
멍청하게 너무 밀식해 놓은 편백숲, 몇 년 후부터서는 고사당하는 놈도 부지기수 일 것이다.

안부와 중봉을 밟고, 정상아래 8부 능선쯤에서 바위와 곰솔과 오리나무들이 그늘사초 밭에서 어울려 태곳적분위기를 뽐내는 초록장원에 들어선다. 그때 억새 숲 쪽에서 나타난 산악자전거커플의 라이딩에 놀란다. 아니 부러웠다. 그들이 자전거를 끌거나 들고 오르는 고역이 안타깝게도 보였지만, 그 고생을 부러 즐기나(?) 싶은 여자라이더가 앞장서고 있어 부러웠다. 건강한 몸에 취미생활도 공유하는 커플은 선망의 대상이기 마련이다. 지향하고 추구하는 바를 공감하며 공생하는 희열은 남다를 삶일 것이다. 근데 나중에 정상에 올라서니 MTB회원들 세상이 아닌가!

정상 아래 쉼터에서 조망한 부산시 - 센텀시티일대와 광안대교
운무 속의 금련산과 황령산

옛날 인증`샷 했던 철조망 밖 정상에서 MTB커플이 내 모습도 담아줬다. 글고 다시 10분쯤 올라 철조망 안의 장산 진짜정상에 섰다. 표지석엔 "바다를 품고 하늘을 꿈꾸다"라는 글이 음각됐다. 안개 드리운 부산은 ‘바다를 품고 하늘을 꿈꾸듯’ 발아래서 몽유한다. 아름답다. 눈엣가시처럼 어른대는 철조망만 없었으면 장산의 뷰`포인트는 천상천하 유일일 것이다. 하늘과 바다와 산과 강과 도시와 산골이 한눈에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오늘은 안개까지 흐른다. 정상에 서는 기쁨은 언제나 새롭다. 형언할 수 없을 뿌듯함이 다시 산 정상에 서게 한다.

8부능선쯤에 석굴이 많다

억새밭쪽으로 하산하려다 아까 온 길을 되짚기로 했다. 반시간쯤 절약되는 하산시간을 쉬엄쉬엄 즐기고 싶었다. 이젠 무리한 산행은 삼가야할 노년이란 걸 명심해 네댓 시간의 산행을 지향해서다. 해찰하는 즐거움에 산행시간을 할애 하기로 말이다. 몇 해 전에 <장산범: 거부할 수 없는 목소리>란 영화가 있었다. 네이버 웹툰 2013 전설의 고향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영화<장산범>의 공통적인 외형은 진홍색의 피부, 비단같이 곱고 긴 털의 호랑이를 골격의 거대 한 괴수를 의인화한 공포 스릴러 영화였다.

장산범 혀바위
똥바위

특히 여성의 머릿결 같은 매우 아름답고 고운 백발의 긴 털이 일종의 환각을 일으켜 사람의 경계심을 없앤다. 장산범이 장산일대에 서려 있는 영적인 존재로 무당의 몸에 빙의해서 힘을 발휘하여 장산범에게 딸을 잃은 어머니의 슬픔과 고통을 염정아가 연기하여 호평 받았었다. 장산엔 반여동 장산산록의 범굴, 재송동 새마을 당산 옆 계곡의 범전골 등 밤마다 호랑이가 내려와 어슬렁대는 밭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만큼 장산 일대에 서려있는 무당의 전설이 많다. 또한 장산 허리께엔 마고당이 있다.

MTB커플

얼마 전 나는 <장산 숲`너덜길 - 마고당`천제단>이란 글을 블로그에 올리기도 했다. 장산엔 조선왕실의 임야임을 고지하는 79개의 표석이 있는 명산으로 일반인의 출입금지구역인 ‘금산(禁山)’ 표지석이 있다. 그렇게 보호림이었던 양운 계곡의 넓은 청정지역이 부산시민들의 쉼터로, 체육공원으로 사랑받고 있다. 특히 소나무군락지는 삼성 고 이건희 회장의 사유지였다가 부산시에 회사했다고 한다. 왕실임야가 어떻게 개인의 소유가 됐는지 궁금했지만 어찌됐던 국가에 환원 됐으니 오히려 잘 된 일일 것이다.

꽈배기 연리지의 절대 사랑에 숨죽이는 바위도 행운일 테다. 훔쳐보는 재미가 얼마나 쏠쏠할지?

기업이 이룬 부(富)를 사회에 공헌하는 기부행위는 진정한 애국이다. 부의 상속은 일천하기 십상이지만 명예의 전수는 영원하다. 장산은 트레킹하기 맞춤 산이랄 만큼 아기자기하고 등산로도 사통팔달이라 부산 어디랄 것 없이 산행하기 좋단다. 부산시민들은 행운아다. 장산을 호연지기 삼은 해운대주민들의 자부심이 대단하다는 걸 나는 몇 차례나 듣곤 했다. 지금도 마을사람들은 마고당과 천제단에서 해마다 기도제를 올리고 있음이라. 세 네 시간을 오지게 해찰하면서 힐링 하는 장산은 치유의 장원이다. 더구나 숙소와 지근거리여서 좋다. 오늘처럼 망태버섯의 인사도 받고~!             2024. 07. 13

군부대 철저망 밖의 정상석, 이태 전까지 정상노릇을 한 표지석이다

# ‘https://pepuppy.tistory.com/536759에서 <장산 숲`너덜길 - 마고당`천제단>을 보실 수 있습니다

정상에 오르는 부대 안의 숲에서 엿본 해운대방면
정상에 이미 도착한 MTB동호회원들
'바다를 품고 하늘을 꿈꾸다' 2022년1월 표지석을 세우고 5월 개방을 했단다 (AM10~PM3)
장산을 기웃댄지 10여 년만에 진짜 정상에 선 필자
장산634m 높이는 태백산맥의 어느 산 등정과 맞먹는다. 대게 고도1000m쯤에서 산행을 시작하기 이쑤여서다
▲이틀간 부산 오후의 반시간쯤은 전쟁터보다 더한 요격기굉음에 놀랬다. 뭔 일이 난 걸까? 하고, 비행연습이라면 들판이나 해안이나 산간지방에서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
해운대마린시티-이기대공원-송도-영도가 안개옷을 걸쳤다
중봉과 해운대
황령산과 금련산과 서북부시가지
너덜겅지대
마고당돌담
▲소나무숲길▼
광안대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