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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 길 - 산행기

장산 - 옥녀봉 - 춘천산책길

장산 - 옥녀봉 - 춘천산책길

해운대 와우산의 일출
해운대국화축제

가을기운이 완연한 10월의 산자락에선 환하게 웃는 구절초와 자주 마주친다. 꼿꼿이 서서 방긋 웃으며 내뿜는 향기도 일품인데 그 향기 속에 여인의 한을 풀어준 밝은 미소와 향기가 산님들 발걸음을 가뿐하게 해준다. 옛날 결혼 한지 서너 해 된 여인이 있었는데 임신이 안 되어 온갖 노력과 정성을 다했으나 효험이 없었다. 근데 어느 날 스님이 찾아와 마음고생이 심한 여인에게 한 사찰을 알려주면서 그 절에서 치성을 드려보라고 했다. 하여 여인은 그 사찰엘 찾아가서 지극정성으로 치성을 드렸다.

쑥부쟁이
망태버섯, 나는 망태버섯과 조우 하는 날엔 왠지 신바람이 났다

사찰 내 약수로 밥을 짓고, 절 주변의 구절초를 채취하여 달인차를 음용한지 한참 후 임신을 하여 옥동자를 해산했다. 이 소문이 나라 안에 퍼져 불임으로 애태우던 여인들이 이곳 절에 와서 사찰약수로 밥 지어먹고, 구절초 달인 차를 복용하여 임신하게 되자 구절초를 선모초(仙母草)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런 구절초가 장산 옥녀봉아래 안부쉼터에 화사하게 피어 산님들을 기쁘게 한다. 구절초와 비슷한 게 쑥부쟁이다. 연보라색 꽃의 쑥부쟁이는 꽃잎이 길고 날씬한데 향기가 없다.

▲옥녀봉 코밑의 암벽등로를 나는 여태껏 몰랐었다가 오늘 처음 등정랐다▼

꽃잎이 둥글고 향기 좋은 구절초는 말려서 베개 속에 넣어 사용하면 두통이나 탈모에 효과가 있고, 머리칼이 희게 되는 것을 방지해 준다고 한다. 근데도 염색약은 우후죽순처럼 많아 아리따리 한 건 왜일까? 구절초를 채취에서 배게 속 넣기까지가 번거롭고 귀찮아서일 테다. 옥녀봉에 오르면 해운대와 광안리 해안의 마천루 숲이 검푸른 산자락과 푸른 바다 속에서 솟아난 현대문명의 상징처럼 멋지다. 여기서도 날씨가 좋으면 대마도 조망도 가능할 테다. 태초에 대마도를 비롯한 일본열도는 우리나라에 붙어있던 육지였다.

지질학적으로 한반도와 일본열도가 딱 붙은 대륙으로 동해가 아직 호수이던 시절에 지름 5km 정도의 칼데라(caldaria)를 가진 높이 3,000m 정도의 거대한 화산이 폭발했다. 그때 동해분화구가 깊이 파이면서 분출된 화쇄류가 일본열도가 된 것이란다. 해서 일본은 언제 화산폭발이 일어날지 불안한 화산지진대의 나라이다. 그렇게 지질학에 의하여 유추해보면 일본은 우리한테서 떨어져나간 섬나라다. 그런 일본이 배은망덕하게 끊임없이 우릴 귀찮게 한 셈이다. 분가한 자식이 버릇없는 건 우리 선고(先考)들의 책임도 상당할 테다.

청명한 날 옥녀봉에 올라서면 해운대해수욕장 너머 수평선에 대마도가 보인단다
광안대교

장산정상에 섰다. 정상은 6.25전쟁 이후 군사기지로 민간인의 출입이 제한되었다가 2022년 6월 28일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장산에는 화산폭발로 생성된 것으로 보이는 화산지형들이 많이 남아 있다. 화산용암인 화쇄류가 굳어 만들어진 응회암 바위들이 정상에서 부터 산자락에 널려있고, 그런 응회암 너덜이 9개나 된다. 장산으로 부터 4km 밖의 청사포 해안에서도 화산의 흔적이 발견됐단다. 장산등산에서 목도하게 되는 특이한 현상은 그런 거창한 너덜겅지대를 몇 군데는 건너야 된다는 점이다.

중봉쉼터
중봉에서 조망한 홍령산과 금련산 방향의 시가지

장산 정상부근에서 산 아래까지 하얀 바위들이 켜켜이 쌓여 강물 흐르듯 장관을 이루는 너덜겅이 장산엔 아홉 군데가 있는데, 전차보다 더 큰 바위가 자갈바위 강을 횡단하는 듯한 장관은 화산폭발 때 응회암 화쇄류가 흘러내리다 굳어버린 바위들이 만든 거란다. 화산폭발의 용암모습을 실감나게 웅변해주고 있는 장산은 다른 어떤 산보다 특이하다. 그다지 높지 않은 장산이지만 골이 깊어 장산계곡과 구곡계곡의 마르지 않는 물길이 만나 곤두박질치는 양운폭포와 구시폭포가 눈호강을 시킨다.

깃대봉버섯

암석단애 9m높이에서 3계단상으로 떨어지는 하얀 물기둥은 용이 춤을 추며 승천 하는듯한데 검푸른 웅덩이는 둘레가 15m로 마치 가마솥처럼 생겼다고 하여 가마소라 불린다. 그 가마소가 마치 통나무로 만든 소여물통 같이 생겼다고 하여 구시폭포라 한다. 결코 마르지 않는 물길은 대천수원지에 물꼬를 터주고 춘천의 주류가 되어 해운대시가지 지하도수로를 관통하여 동백섬에 이른다. 춘천산책길은 시민들이 천변을 소요하며 자연생태계에서 위무 받는 치유의 시간인 것이다. 그 춘천엔 청둥오리가 텃새노릇을 하며 시민들에게 자연의 경외심을 공유케 한다.

공알바위

그 정경만으로도 춘천산책은 행복하다. 춘천산책길은 도심에서 자연과 동화하는 산책로로 시민들이 가볍게 대천호수에 이르는 힐링코스다. 돌과돌 사이를 빠져나가는 물소리와 갓길수풀을 헤치는 바람소리는 장산등산에 이르는 워밍업의 당의정길이다. 나는 이 춘천산책길을 최근에 인지해 얼마나 신바람 났는지 모른다. 해운대모래사장을 밟는 전율 속에서 해원을 달려온 파도의 밀어에 귀를 쫑긋 세우다가, 춘천산책길에서 청둥오리의 평온을 안는 일상탈출은 행복 그 자체다. 오래오래 해운대에 머물고 싶다. 숙소인 오피스텔이 안 팔렸으면 싶다. 2024. 10. 13

일난성 네쌍둥이의 연리지 사랑
장산정상의 바위동네, 지금도 군부대영내에 있다
필자
광안대교와 이기대공원과 영도
정상의 억새
너덜겅, 장산엔 9군데 너덜겅이 있다
해운대 마린시티
황령산과 금련산
양운폭포
▲장산계곡(춘천)▼
송림지대의 쉼터(이건희 회장이 사유림을 구청에 헌납했다)의 '이산'표석
황톳길
▲대천호수▼
▲춘천산책길▼
춘천산책길 소요는 반 시간남짓 즐길 구 있다
청둥오리떼의 망중한 정경
어떤 뷰띠크
구절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