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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 길 - 산행기

1) 장산 스페셜코스 (대천호-양운폭포-옥녀봉-중봉-너덜지대-성불사)

1} 장산 스페셜코스 (대천호-양운폭포-옥녀봉-중봉-너덜지대-성불사)

대천호수
장산계곡천

백두대간의 정맥이 남쪽으로 뻗다가 동남간 끝자락에서 맥을 응축해 멈춘 산이 장산이다. 나는 부산에 올 때마다 최소한 한 차례정도는 장산등정을 한 셈이기에 나름 유명한 코스는 등정한 편이다. 숙소가 해운대 하버타운 이어서대게 대천공원이나 간비오산자락을 들`날머리하곤 했다. 오늘도 양운폭포 옆구리를 에둘러 옥녀봉을 밟고 중봉 안부쉼터에서 쉬다가 반송동쪽 너덜 길을 처녀산행 해보자고 했다. 사실 너덜지대를 통과하는 등산로는 갈맷길구간이기도 한데 해운대 반대쪽을 향해 엄두 밖이었다.

장산천변 황톳길
▲폭포사▼

중봉쉼터에서 덱`계단 좌측 길로 들어선 나는 7부능선을 가로지르는 조붓한 숲길에 콧노래를 흥얼대고 있었다. 성질 급한 활엽수들이 색동옷을 갈아입느라 설레방구 떨고 있어 나도 덩달아 가을바람에 부풀었다. 남녘산야가 추색(秋色) 파스텔 칠을 하기 시작했나 보다. 5분쯤 소요하니 너덜겅이 나타난다. 너덜겅골짝이 동남쪽 것들보단 폭이 좁지만 해운대와 광안리해안 뷰가 멋있다. 너덜겅은 수분이 적어선지 지금 단풍이 번지기 시작했다. 다시 너덜숲길에 들어서자마자 또 너덜겅이다.

▲양운폭포▼

너덜지대 숲길은 너덜겅 반석들을 놓아 천연바위길이 되어 천혜의 트레킹산길이 됐다. 반복되는 너덜겅골짝과 반석숲길은 그때마다 색다른 뷰를 선사하고 있다. 너덜겅은 오션`뷰 포인트가 됨이라! 그 멋진 뷰`포인트를 펼치기를 대여섯 번쯤 너덜지대숲길은 선물한 셈이다. 나는 이 너덜지대트레킹에 홀딱 반해버렸다. 지금은 울창한 산림 탓에 국내 어느 곳의 산행 중에 숲 밖의 풍경을 감상한다는 건 기대난망이다. 오직 숲과 바위만 보고 걷다가 능선이나 정상에서 밖의 풍경을 보기 마련이다.

옥녀봉에서 조망한 해운대 센텀시티 뒤로 광안대교와 이기대섬이 보인다

그것도 민둥산이라야 가능하다. 하여 숲길산행의 단조로움은 빨리 지치게도 할 것이다. 오늘 장산 너덜지대 산행은 쉬엄쉬엄 뷰를 즐기며 해찰부리기 딱 좋은 하이킹코스다. 나한테 천생연분이란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초행길이라 성불사를 하산지점으로 삼고 조심스러워 했는데 경치에 홀려 뭉그적대고, 게다가 소나기까지 쏟아져도 까짓것 잘못 되어봤자 수영만 깊숙이 센텀시티나 광안리쪽이 될 터라 생각하며 편안해졌다. 홀로 산행 중에 비 피하느라 너덜겅바위 사이에 몸뚱이 쑤셔 넣기도 달디 단 낭만이라.

해운대시가지와 엘시티
옥녀봉 안부 쉼터
▲중봉▼

드뎌 임도에 나서 성불사 탐방에 들었다. 사찰분위기가 신선했다. 1960년대 송강 박차경보살님이 칠성각을 세운 게 성불사의 초석이 되고, 성산스님이 1980년대에 요사채와 삼성각과 법당을 증축한다. 1993년 성산스님은 청동관음대성상을 조성하였고, 법종각과 팔각9층석탑을 세워 성불사의 반석을 완성했다. 성산스님은 매년 열리는 방생법회에 보시금은 1인1만원, 연등비는 1인1천원을 보시금으로 한다. 법회비용을 낮춰야 많은 대중이 정법에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방편이란 지론에서다.

중봉의 뒤틀린 오리나무의 수령은 얼마나 될까?

 “작은 보시라도 귀하게 여기고 긍휼한 사중가풍을 세운다면 절 살림살이란 어렵지 않다. 성불사 모든 사대부중이 행복해 하는 일을 해나간다면, 그들에게 진정한 신앙의 가치를 깨닫게 하고, 또 진정한 불사가 아니겠냐.”라고 말한다. 웹상에서 컷닝한 성불사 얘기다. 또 하나 20년 전에 세 살 백이 꼬마가 실종되어 여태껏 오리무중인 모영광 어린이 실종사건이다. 2003년 10월 10일, 누나 모예송(당시 만5세, 1998년생)양이 다니던 어린이집에서 성불사에 소풍을 오면서 동행한 생후 26개월 된 모영광을 잃어버린 비극이다.

중봉 안부(쉼터)의 갈림길 이정표, 하산지점인 반송1동체육공원까지 5.6km다
▲반송동방향 하산 너덜길엔 너덜겅이 5~6군데 있는데 건조해선지 단풍이 들기 시작했다▼

누나 따라 어린이집 다닌 지 5일째 되는 날 성불사소풍에서 귀신같이 사라졌다. 엄마 박혜숙씨와 가족들, 실종신고를 접한 경찰과 모든 사람들이 모영광 찾기에 나섰고, 2022년에는 모영광이 병역판정검사를 받게 되어 박혜숙은 국방부에 신체검사장, 신병훈련소 등에 수사협조를 요청했지만 무위로 끝났다. 박혜숙은 2003년에 영광이를 잃어버린 후 실종아동지킴연대(전국실종아동인권찾기협회)의 대표를 맡아 실종아동을 지원할 수 있는 관련법 제정과 인권 향상을 위해 목소리를 높여 왔다. 세상에 이런 일도~!

▲대 여섯곳의 너덜겅을 잇는 너덜길은 천연반석으로 조성되어 발마사지까지 즐긴다▼

동구 담벼락에 하얀 트럼펫꽃송이가 물기 젖은 채 고갤 숙였다. 어릴 적의 기억이 전혀 없을 영광이는 누군가가 입양했다면 지금 친 가족인줄 알 테니 엄마 박혜숙의 간절한 기도도 이젠 영광이가 건실한 청년이 되기를 바랄 터다. 이 세상에서 젤 몹쓸 잔악행위는 전쟁이다. 전쟁은 생이별에 이은 절망이란 비극의 삶에 온 인류를 파괴한다. 전쟁에 군불피우고 싶은 철없는 오빠라면 대한민국의 불행이요 비극이다. 언제쯤 철 들랑가? 성불사청동관음상 제단에 쌀 봉지를 펴놔 까마귀들에 보시하고 있다. 가진 걸 나눌 때가 행복이다.                 2024. 10. 28

▲성불사를 향하는 등산로의 너덜겅은 울창한 숲계곡을 뚫고 절경의 뷰를 선사한다▼
너덜길 계곡에서 조망되는 해운대 엘시티 상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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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산의 많은 등산로에서 성불사코스엔 폭이 좁은 너덜겅이 5~10분간격으로 멋진 뷰를 선사한다, 마린시티가 산사태를 막는 방언이 됐다

광안대교와 이기대공원
광안대교 뒤로 이기대섬과 영도가 안무속에 나타났다
▲안개구름이 엄습하더니 느닷없이 빗발이 쏟아졌다. 마린시티와 광안대교▼
▲너덜겅계곡을 물들이는 단풍▼
▲소나기를 피했던 바위 뒤 숲▼
광안대교와 해수욕장 일대
좀만 일찍 왔으면 굴에서 소나기를 피했을 텐데~!
성불사입구의 용암담과 감로수
대웅전과 종각 & 팔각9층석탑
▲대웅전법당▼
삼성각
▲청동관음대성상 (15m)▼
▲성불사 폭포 & 물레방아▼
*빨간선 = 1차산행로(장산공원-양운폭포-옥녀봉-중봉-너덜지대-성불사) *파란선 = 2차산행로(간비오산-옥녀봉-너덜지대-장군바위-정상-악어바위-해월사)
트럼펫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