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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 ~ 그 알갱이

하 루

하 루

 

 

여명의 빛은 이내 불덩이로 솟습니다

보이는 것 모두 태워버릴 것 같이 세상을 엽니다

빛 닿는 것 사그리 녹여버릴 정열이 아니곤

진종일 삼라만상의 목숨을 담보할 순 없을 테지요

 

어둠을 밀고 생명의 빛은 세상을 깨웁니다

잠 깬 푸나무가 몸단장하고 고추서 치열한 생존경쟁을 해도

결코 다투지 않고 비켜설 뿐이지요

내 몸 구부러지는 아픔에도 이웃에 패를 끼치지 않고

공존하는 지혜를 짜느라 속살거립니다

 

 

 그들은 세상을 다 차지하려 들지 않습니다

바람이 어슬렁거리고

새들이 날아들고

동물이 산책할 길과 공간을 잊지 않지요

울창한 숲을 이뤄 하늘을 공유할망정

우리의 터울을 탐하지 않습니다

 

 

태양이 가장 가까운 때를 꽃들은 환한 미소로 알려줍니다

가장 뜨거울 때 웃는 몸짓으로-

세상을 가장 아름답게 하는 헌신의 일생인 게지요

내가 오늘을 살면서 이웃을 위해 미소 진적 있는지?

못마땅타고 얼굴 붉히며 쓰레기 짓 하진 않았을까?

 

 

불덩이 빛을 온몸으로 안은 이파린

푸르게 분해하며 세상의 허파노릇 기꺼이 합니다

지구라는 거대한 산소공장의 노무자이길 태만한 적 없습니다

나는 오늘 악취를 내뿜진 안했을까? 라고

 한 번쯤 숨을 멈춰 봅니다

 

해질녘 순교자의 성지에 노을이 내립니다

태어나 하루를 산다는 건 죽음을 향한 여정인 게지요

한줌도 안 될 권리를 차지하려 권모술수로 세상을 혼탁케 하는

야누스가 되느니 사회에 무명의 희생양으로 소금이 되는 삶을 산분들이지요

석양의 성지가 우리의 가슴을 먹먹케 하는 소연입니다

 

 

 

캄캄한 밤이 됐습니다

어둠은 삼라만상이 편히 쉬며 잠들게 하는 우주의 섭리인 게지요

도회의 찬란한 불빛이 아름답단 건 미의 모독일지 모릅니다

살아있는 것들을 불편케 하는 인위적인 폭력이 아름다울 순 없습니다

밤은 밤답게, 낮은 낮으로 순화하는 섭리가 미의 궁극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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