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본관과 영빈관을 소요하고 녹지원을 향한다. 정문에서 녹지원가는 수림 우거진 일직선 가도의 벤치에는 탐방객들이 앉아 7월 오후의 뙤약볕을 피하고 있어 이국적 풍경을 이룬다. 제일 아름답다는 정원 녹지원의 푸른 초원은 넉넉한 여백까지 안을 수 있어 평안과 치유를 동시에 즐길 수가 있다. 녹지원을 에워싸고 있는 울창한 숲은 구불구불한 도랑물길이 자장가를 부르듯 재잘재잘 숲을 달린다.
나무뿌리등걸을 어루만지고 바위와 돌멩이 위를 구르는 물길수량은 상당해 그 연원이 어딜까? 궁금해 탐사에 나선다. 골짝물길 위에 쬐그만 다리가 몇 개 있고, 폭포도 있고, 소(沼)도 있으며 정자(亭子)는 물웅덩이에 깊숙이 몸을 담구고, 벤치는 곳곳에 당번처럼 앉아있다. 이 오밀조밀한 숲속의 실개천은 대통령관저로 이어지는데, 관저 뒷산을 오르는 깔크막 산책로는 트레킹의 멋과 맛을 반시간 여 동안 만끽케 한다.
관저 뒤 산책길은 최근 개방한 북악산탐방로와 마주치며 빼곡한 소나무 숲 사이로 서울시가지를 살짝 엿보게 한다. 이 산책길을 호사스럽게 하는 오운정과 석조여래좌상은 청와대산책길의 백미다. 빡세고 외진 숲속이어선지 탐방객들의 발길이 뜸해서 좋다. 숲길 걷다가 아무데라도 걸터앉아 7월 오후의 땡볕을 외면한 채 풍류를 즐길 수가 있다. 가장 평안하고, 안전하고, 한적한 녹음 속에서 피톤치드 맘껏 마시며 폭염을 외면할 수 있는 곳, 치유의 여유까지 탐낼만한 곳이 청와대숲길이다.
돈 뿌리며 고생하는 피서여행이 아깝다 할 것이다. 오늘 대통령들 기념식수 탐방해설 듣겠다고 나선 청와대가 여름피서지로 천혜의 조건이란 걸 체감했다. 가끔 피서여행으로 청와대티켓을 끊을 테다. 윤대통령이 그런 면에선 용산으로 간 게 좋았다는 고소를 머금어 본다. 근디 자즌 방구 끼듯 영빈관 쓴다는 핑계로 ‘청와대를 국민에게’란 입간판이 무색해져 그 또한 윤통 같다는 생각 지을 수가 없다. 뱉어놓고 수숩(?)하는~? 2023. 07. 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