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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연세대 청송대와 초록숲길

연세대 청송대(聽松臺)와 초록숲길

아내와 나의 일과 중 빼놓을 수 없는 시간은 안산초록숲길 트레킹이다. 나는 시멘포장이나 데크길이 아닌 흙`자갈길을 선호하는데 안산초록숲길에서 봉원사뒷길과 이어진 연세대 북문 소나무숲길을 매일 산책한다. 연대 북문에서 시작되는 적송(赤松)숲속의 산길은 청송대로 이어지는데 한적함과 운치가 빼어나다. 나는 지하철2호선을 이용할 때 부러 신촌역에서 내려 한시간 남짓 트레킹을 하면서 귀가하곤 했었다.

백합나무의 열병식(?)

연대백양로를 관통하면 청송대가 나오고 소나무사열을 받으면서 안산초록숲길에 들어서는 코스를 너무 좋아해서다. 신촌역에서 집까지 한 시간 반쯤 소요되는 트레킹은 캠퍼스라는 젊음의 낭만과 숲길이 주는 청초한 생명력이 내게 성찰과 치유라는 순간으로 빠져들게 해서다. 풋풋했던 젊은 날을 소환해보는 미소를 짓게도 한다. 캠퍼스와 푸른 숲은 무한대의 생명이고 열정이 샘솟는 로망의 초원이다. 가능성의 꿈을 꾸는 곳이다.

언더우드 고택

청송대 쉼터에서 캠퍼스북서쪽 외국인숙사 담벼락을 타고 울창한 숲속을 휘젓는 숲길 - 흡사 원시숲속기분을 느끼게 하는 산책길은 외국인 트레커들을 가뭄에 콩 나듯 마주치곤 했었다. 처음엔 그들에게 별관심이 없어 무시하다가 그들의 출발지가 궁금해 뒤쫓았다. 한갓진 캠퍼스변방 숲이 이렇게 울창하고, 더구나 적막하기까지 한 음침한 오솔길이 있다는 사실에 경탄했다.

▲언더우드 박물관, 숲길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허공으로 치닫는 전나무(? 아직도 정확한 나무이름을 모른다)군락과 하늘을 가린 단풍나무숲과 참나무와 소나무가 양념처럼 섞인 호젓한 숲길을 내 블로그에 소개해야 될까? 라고 망설이기를 수 없이 번민하다 오늘에 이르렀다. 원시림 같은 이 숲길은 연세대 캠퍼스내 외국인숙사 담벼락을 타고 언더우드고가(古家)에 이르는 비인가(非認可) 숲길이어서였다.

언더우드고택에서 서문으로 이어지는 숲길

이 숲길이 일반에 공개되길 학교에서 원치 않을 테고, 나 역시 인적 뜸한 원시숲길을 고독한 산보자의 소요길이길 바래서였다. 근디 근래에 들어 일반인들을 가끔 조우하면서 블로그에 사진을 올려볼까? 하는 용기를 냈다. 그실 외국인숙사지역의 숲길 말고 북문 쪽 청송대(聽松臺)는 재학생과 일반인들의 쉼터로 각광 받은 지 오래됐다.

청송대는 ‘푸른 소나무’가 아닌 ‘소나무소릴 듣는다.’를 의미하니 산책 내지 쉬면서 소나무와의 교감 속에 자아성찰 내지 치유를 하는 쉼터다. 청송대는 6.25전쟁 당시 국군이 서울탈환을 위해 인민군과의 격전지로 젊은 영혼들이 산화한 성지다. 그래 근년에 유해 발굴 작업을 하기도 했다. 훼훼 휜 적송들이 빼곡한 청송대는 동아리들의 수련장이며 연습장이기도 하다.

▲삼성관▼

또한 아름드리 참나무가 많아 숲속 동물들의 겨울먹이보전을 위한 ‘도토리보호' 경구판도 있다. 숲길에 연희출신 유명시인들의 시비(詩碑)가 발길을 붙들어 ’시인의 숲‘에서 젊은 날의 로망을 회상케 한다. 연세대학교는 1915년 미국인 언더우드가 세운 경신학당의 대학부가 모태로 1917년부터 연희전문학교란 교명을 썼다. 그때 타자기재벌이었던 그의 형 존 언더우드가 학교부지와 교사건축 비용을 기부했다.

신학대, 대학원

"그 곳에서는 무얼 먹고 살고 있나요?"

"모르겠소."

"병원은 있나요?"

"모르겠소."

"그럼 당신은 조선에 대해 아는 게 뭔가요?"

"내가 아는 것은 오로지 그곳에 주님을 모르는 1,000만의 민중이 살고 있다는 것뿐이오."

한국행을 결심한 언더우드가 약혼녀와 나눈 대화다. 약혼녀의 동의를 얻지 못한 언더우드는 파혼통보를 받고 홀로 조선으로 향하게 된다. 1885년 일본을 경유해서 한국에 입국한 언더우드는 1886년 3월 29일 한국최초의 서양의학 교육기관인 제중원 의학교를 개교한다. 언더우드는 수학, 물리, 화학 등 의예과 과정의 과목을 가르치면서 본격적으로 선교 활동을 시작한다.

언더우드신학관
신학관과 숲길의 통로

1900년에 록펠러의 석유회사(스탠다드 오일) 창설자 루이 헨리 세브란스 (Louis Henry Severance, 1838 ~ 1918)가 거액을 기부해 제중원병원을 건립하고, 1904년 그의 이름을 따서 세브란스 병원 - 세브란스 의학교가 되었다. 언더우드가 있어 가능했던 것이다. 그는 병치료를 위해 1916년 4월 도미하여 치료받다 10월16일 영면했다. 57세에 아깝게 떠난 언더우드의 시신은 한국으로 옮겨져 양화진 외인묘지에 안장된다.

청렴결백한 그는 자신의 집을 고아원 겸 교회 건물로 사회에 환원시켰다. 1928년 연희전문학교 교정에 동상이 세워졌는데 태평양 전쟁 중에 일제가 동상을 부셔 포탄을 만들고, 광복 후에 세운 동상은 6.25전쟁 때 인민군이 또 뽑아가는 수난의 역사반복 끝에 지금의 3번째 동상이 세워졌다. 오직 후진국 조선을 위해 일생을 헌신했던 언더우드와 그 가족들은 내리 4대째 한국인들의 교육과 건강을 위한 봉사를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참으로 위대한 인생의 고귀한 가계라 할 것이다.

연세대학교의 상징인 언더우드관(Underwood Hall)과 스팀슨관(Stimson Hall), 아펜젤러관(Appenzeller Hall)은 ㄷ자로 배치된 건물로 현존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 건물이다. 세 건물은 모두 예일대학교 건축과 출신인 미국인 건축가 머피(Henry Killian Murphy)가 설계하고, 당시 본교 화학과 교수인 밀러(E. H. Miller)가 공사를 감독했단다. 연세대의 상징적 건물인 세 건물은 담장이넝쿨로 뒤덮인 고풍스런 성곽분위기를 뽐내고 있는데, 외국인숙사 쪽의 원시숲길과 청송대 사이에 있어 산책코스로도 일품이다.

윤동주기념관과 시비. 윤동주는 1938년입학하여 1941년에 문과를 마치고 일본유학 중 항일독립운동을 펼치다 투옥되어 1945년 2월16일 일본 후꾸오까 형무소에서 고문끝에 29세에 순절하였다.
여울샘

청송대와 원시숲길을 산책하다보면 연희캠퍼스의 아름다움과 드넓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나는 청송대숲길과 안산초록숲길을 연계한 트레킹을 매일이다시피 하는 행운아이다. 숲은 생명이다. 초목들은 시시각각 변화를 일으키면서 늘 그 자리에 있다. 거기, 그 자리에서 생의 의미와 용기를 생각키 한다. 숲속에 서야 나도 살아있음에, 순수해짐에 감사한다. 숲은 꿈과 꿈 너머까지도 생각케한다. 언더우드는 꿈을 이루고 그 꿈을 사회에 이바지하는 꿈 너머까지 성취한 성인이란 생각이 든다.              2023. 06. 08

환경관
외솔관
▲위당관▼
순국학도묘소(좌)는 상대생 안기창과 수물과생 이이제가 1945년9월9일 성북경찰서에서 적들의 무장을 해제하려다 흉탄에 순절한 묘소다. 우측의 사립문은 외국인학생 숙사의 쪽문이다
스팀슨관
언더우드관
유억겸관
우주천문대
숲길 쉼터
연희캠퍼스 숲길은 간혹 외국인학생 트레커들과 조우한다
청송대(聽松臺) 표지석과 새집
노천극장을 끼고도는 청송대는 사시사철 푸른 소나무 숲이 우거진 연세인들의 뒷 뜰이다. 대학시절의 낭만과 추억을 수놓는 커플들이 즐겨 찾는 청송대는 동문들과 일반산책객들의 힐링숲이다
청송대에서 소요를 즐기는 외국학생들
청송대에서 언더우드관으로 통하는 캠퍼스차도
언더우드 동상과 고택
백합나무와 꽃
안산초록숲길 백암약수터에서 조망한 서울남산방향(▲)과 서북쪽, 멀리 수락산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