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원사(奉元寺)의 영산재(靈山齋)
6월 첫 일욜(4일), 한껏 무르익은 신록의 숲이 햇빛너울춤을 추는 안산초록숲길을 소요하다 봉원사문에 들어섰다. 석가탄생 봉축행사기운이 남은 경내에 싱그러운 6월의 태양이 여름 빗장을 열고 있다. 작년에 개축단장한 삼천불전이 눈부시고 종무소마당이 비좁다는 듯한 느티나무의 기세는 종각을 향한다. 안산을 찾는 산님들에게 평안을 보시하는 봉원사는 태고종의 총본산으로 신라 진성여왕(眞聖女王)때 도선국사(道詵國師)가 터 닦은 반야사(般若寺)로부터 시작된 천년고찰이다.
나는 거의 매일 안산초록숲길을 소요하다 여차하면 봉원사에서 약수를 받아 마시며 해찰 부린다. 반야사는 고려말 보우국사가 중건하고 절명을 금화사(金華寺)라 했는데 영조대왕이(1748) 이곳 땅을 하사해 이전하고 ‘奉元寺’란 현판 친필을 하사했단다. 구한말 개화파의 대표적 인물인 이동인(李東仁)스님이 5년간 주석할 때 김옥균, 박영효, 서광범 등 선진인사들과 교류한 갑신정변(甲申政變)의 요람지이기도 했다.
오늘 봉원사에선 제35회 영산재(靈山齋)행사가 열려 축제마당이다. 범음(梵音)과 화청(和唱)등의 음악적 효과와 그런 불교음악에 맞추어 바라춤, 나비춤, 법고춤을 추는 춤사위에 신바람이 났다. 거기에 삼현육각(三鉉六角), 호적, 취타 등의 각종 악기연주가 더해져 산사경내는 종합예술공연장이 됐나 싶었다. 진종일 행해지는 장엄한 불교의식인 영산재(靈山齋)는 그 가치와 우수성을 인정받아 지난 2009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가 되었다.
또한 대한민국국가무형문화재 제50호로 인정받아 봉원사 영산재보존회(靈山齋保存會)만이 영산재를 봉행하고 있단다. 영산재를 베풀어 망자로 하여금 해탈과 극락왕생을, 살아있는 중생에게는 불법의 가르침과 신앙심을 고취시켜 영산회상에서 불연을 맺고 업장소멸과 깨우침에 이르는 의식이다. 삶과 죽음을 초월한 영산회상의 일원으로 세계평화와 남북통일을 기원하는 장엄한 불교의식이다.
1899년 인천감옥을 탈출한 백범 김구 선생(법명 원종)이 공주 마곡사를 떠나 이곳 새절(봉원사)에 은거했다. 1950년 9월28일 서울수복 때 영조의 친필현판과 사보, 이동인스님과 개화파 인사들의 유물이 함께 소실되었다. 이때 대원군(大院君)의 별처 아소정(我笑亭)을 옮겨 중건하여 염불당(念佛當)이라 명명했다. 봉원사 대방 안의 '봉원사' 현판은 영조의 어필로 6.25때 불탔는데, 흥선대원군의 사후 묏자리(염리동)에 세운 별장을 옮겨지었다.
미륵전 앞에 ‘한글학회 창립총회’ 표지석이 있다. 1908년 8월31일 주시경 선생이 국어강습소를 열어 강의하고, 졸업생과 뜻을 같이한 인사들이 우리말과 글을 연구`교육하려 결성한 장소였다. 또한 봉원사 대방 안에 추사 김정희의 글씨 '청련시경'과 '산호벽수'가 걸려있는데 청련은 당나라 시인 이백의 호로, 청련시경은 이백이 시를 지을 만큼 빼어난 장소를 뜻한다. 청나라 옹방강의 글씨 '무량수각‘도 있다. 명부전(冥府殿) 현판은 삼봉 정도전의 글씨이고, 기둥에 쓴 주련은 매국노 이완용 총리대신의 글씨다.
만봉스님은 단청장으로서 70년대 초부터 일찍이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가 되어 지금까지 독보적인 불화의 세계를 구축하고 후학양성을 하는 불화와 단청의 대가 - 금어(金魚)로 칭송된다. 대웅전 법당의 탱화와 단청은 인간문화재 이만봉 스님의 작품이고 법당안의 범종(梵鐘)은 충남 덕산 가야사에 있던 종인데 조선시대 억불정책(抑佛政策)을 수행하던 흥선 대원군의 아버지인 남연군의 묘를 쓰기 위해 가야사를 불태웠고 그때 타지 않고 있던 종을 옮긴 것이다. 오늘 오후 한나절을 봉원사 영산재에 빠졌다. 영산회상을 상상해 본다. 2023. 06. 06
# 이 글 <봉원사의 영산재>는 6월4일에 쓰고, 오늘(6월6일) 봉원사 영산재를 참배하고 와서 수정보완했다
'여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 청와대에서 피서(避暑) - 본관,영빈관 (4) | 2023.07.06 |
---|---|
연세대 청송대와 초록숲길 (0) | 2023.06.06 |
개화산 메타세콰이어숲길 (0) | 2023.05.24 |
서울숲 튤립에 홀리다 (1) | 2023.04.06 |
18) 타이완에서 33일 간의 낙수(落穗) (0) | 2023.04.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