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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전곡선사박물관 & 국화축제

전곡선사박물관 & 국화축제

국화축제장 입구 포토존

연천군 전곡리 선사유적지에서 천만송이 국화전시(10월14~29일)를 한다고 J가 바람잡이 한지 며칠 전인데 정작 오늘 나 혼자 구경 길에 나섰다. 주말엔 인파가 미어터져 북새통을 이룰게 뻔해서다. 간밤에 소나기가 한바탕 요란을 떨었는데 다행히도 우박세례는 없었단다. 꽃 한 송이 피우기 위해 국화는 무서리내리는 밤은 인고해내곤 하지만 우박폭탄엔 상처투성이가 될 터라 나도 조마조마 했었다.

11시쯤에 전곡리 선사유적지에 들어섰다. 싸한 날씨는 뭉게구름을 몰아내면서 파란하늘을 푸르디푸르게 닦고 있다. 은행나무가 노란 망토를 걸치고 참나무들은 황갈색이파리들을 떨쳐 여행 보내느라 몸부림친다. 갈대가 하얀 머리칼을 나부기면서 울부짖는 몸부림이 스산하다. 갈대구릉 둔치 너머에 전곡선사박물관이 이국적인 풍경으로 나타났다.

국화분재
국화로 단장한 급수탑. 1899년 일제가 경인선에 증기기관차를 운행하면서 기관차급수를 위해 만든 급수탑은 1612년 경원선이 개통하자 연천에 원통형급수탑을 만들었다. 급수관 3개와 기계장치는 지금도 온전히 보존돼 문화재로 지정됐다

초행길인 내가 무작정 억새숲길을 소요하다보니 박물관이 먼저 마중 나왔다. 유리창이글루를 리드미컬하게 연결해 놓은 듯한 박물관은 그 앞을 흐르는 한탄강물길을 끌어들여 작은 호수를 만들었나 싶게 햇빛을 반사해 일렁이고 있었다. 이글루박물관 앞 잔디광장엔 어린이들이 늦깎이 가을소풍을 나와 유토피아풍정을 연출한다.

▲전곡 한탄강분지를 국화밭으로 일궈 파란하늘 아래 가을의 파라다이스를 연출했다▼
국화시화전, 국화축제는 수 많은 향토시인들을 탄생시켜 그들의 시향기를 음율케 한다

마치 철새들이 이동하다가 잠시 쉼터삼아 앉아 지저귀는 소란이 이글루잔디광장을 정겹게 한다. 이글루에 들어서면 1층은 전시체험실과 뮤지엄샵 및 카페테리아가 있고, 지하1층은 3D영상실과 기획전시실 등 구석기시대의 다양한 볼거리가 있어 뭉그적대기 좋다. 이글루박물관 옥상에 오르면 둔치인데 뒤편 언덕을 넘어 숲길을 걸으면 국화전시장에 이른다.

▲간밤에 국화는 소나기를 맞으며 얼마나 애간장을 태웠을까? 간절한 기도가 이렇게 아름다운 가을풍경을 창조했다▼

연천역의 급수탑이 옮겨와 천만송이 국화꽃에 물길을 트나싶다. 까치색동옷을 걸친 국화전시장은 울긋불긋 치장을 한 채 끝없이 드넓어 가까이 다가서기 전엔 무슨 꽃인지 가늠이 안 된다. 누가 이 치성을 쏟았을까? 아직 꽃 봉우리 터뜨리지 않은 놈도 부지기수지만 9할은 만개했지 싶고 낼모레 피날레는 절정을 이뤄 헹가래칠 테다.

국화꽃길은 커플들의 밀어코스~!

누구라 할 것 없이 활짝 웃는 놈들의 구애에 눈길 빼앗기다보면 시간은 턱없이 부족할 것 같아 건성건성 눈인사를 한다. 정녕 놈들은 간밤을 어떻게 새웠을까? 어제 오후부터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리면서 우박이 쏟아질 거라고 기상청은 몇 번이나 예보를 했었다. 무서리도 견뎌낸 그들이긴 하지만 우박한텐 속수무책일 터여서 애간장 태우며 밤을 지새웠을 테다.

▲이놈들도 며칠 후면 생기를 잃을 텐데 어쩐다?▼

그들의 간절한 기도가 하늘을 감동시켰던지 소나기만 흩뿌리고 새벽부턴 먹구름을 하얀 꽃구름으로 차환시켜 파란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천만송이 국화는 갖은 야양을 떨면서 가을 깊숙이 나를 안내한다. 탐스런 꽃다발 속에 쭈그리고 앉아 놈이 뿜어주는 고혹한 향기에 취해본다. 스산한 가을에 국화가 없으면 그 쓸쓸함 어쩔꼬?

석부작 국화
▲괴석이 피워낸 황홀경에 시간은 어찌그리 빨리 흐르는지!▼

 

“가물고 가물어 안타깝던 하루하루

쭈그러들다 허리 펴던 니가

소나기소식에 미소 짓던 얼굴이

 

뜬금없는 우박예보에 피 말렸을

그래 핼쑥해져 가냘픈 몸매에

수술 단 꽃잎이어 더 예쁘구나

 

너의 고결한 마음을 밤하늘은

한탄강둔치에 모아 천만송이 모둠 피워

살랑살랑 속삭이는 향긋한 밀어가 번지고”       -< 간밤을 지샌 국화 앞에서 >-    2023. 10. 27

무지개터널은 며칠 후라야 실감이 날듯
▲석부작을 탄생시킨 국화마니아의 일구월심이 엿보인다▼
축제장에 나타난 국화코끼리
구석기시대의 뼈따귀움막
구석기인의 사냥감 손질
▲구석기인들의 생활상 이모저모가 축제장주변에서 발길을 붙잡는다 ▼
성깔 급한 단풍나무가 파란하늘을 불태우겠단다
화톳불이 서서히 구석기마을 나무들 한테 옮겨붙고~!
구석기인들의 움막
한탄강둔치 숲길
하늘거미
이끼둠벙에 가을이 내려앉고!
전곡 선사박물관 입구의 노랑 은행나무와 어린이들
▲습지 산책길▼
한탄강물모형 박물관 잔디광장에 어린이들이 가을잔치마당을 펼쳤다
▲억새숲 속의 박물관지붕이 흡사 얼음이글루를 이어붙인 긴 돔인가 싶었다▼
한탄강호수일까? 이글루 얼음지붕일까?
미국 인디아나대 고고학 전공인 주한미병사 그렉 보웬이 1978년3월 한탄강 유원지여행 중에 석기유물을 발견하여 프랑스의 저명한 구석기전문가인 보르드 교수에게 사진과 발견경위를 편지로 보냈다. 바쁜 브로드 교수는 서울대 김원용 교수를 소개하여 조사단이 꾸려지고 전곡리일대에서 유적조사에 들어 30여 년에 8,500점의 유물을 발견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 매년 5월5일 어린이날 전후로 '전곡리 구석기축제'가 열려 세계 최대규모의 행사가 되었다
인류의 변천사
약7~6백만년 전에 아프리카에서 최초의 인류가 진화의 발길을 옮겨 약 30만년 전에는 호모 에렉투수가 아시아에 진출하여 기후환경과 먹거리가 좋은 한반도 중부 축령지구대에 정착하였고 전곡은 그 중심지였단다
구석기인의 뼈움막
▲안식처 동굴과 동굴벽화▼
네안데르탈인의 매장유골
▲사바나숲의 동물들▼
▲호모 에렉투스는 도구와 불을 사용할 줄 아는 지능이 발달하여 아프리카에서 전 지구촌의 살만한 곳을 찾아 행진했다▼
카페테리아(휴게실)
필자
▲이글루 유리돔 박물관지붕에서 조망한 잔디마당의 소풍잔치와 전망▼
호수 같은 유리돔,갈대,물들기 시작한 단풍,붉은 빛 도는 검은 산록과 능선,파란하늘과 뭉개구름의 가을의 아이콘이 집약된 풍경화
빙하호수같은 유리지붕
한탄강둠벙과 갈대
산책길 터널
갈대숲
큰광대노린재, 어찌하여 늦가을에 홀로 신세가 됐는지? 주윌 찾아봐야 동료가 없었다. 짠한 생각이 들었는데~
국화가 시들기를 기다리는 듯한 단풍
전곡외각의 콩밭, 참으로 오랜만에 접하는 콩밭은 향수에 젖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