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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 길 - 산행기

54년 만에 빗장 연 백악정과 만세동방 - 백악산

54년 만에 빗장 연 백악정과 만세동방 - 백악산

청와대춘추관 뒷담길의 이팝나무와 아카시아꽃이 만발했다. 찍사는 꽃향기에 취했는지 꽃다발에 매혹됐는지 자릴 뜰 줄 몰랐다
작년에 문 연 곡장안내소에서 곡장 오르는 계단

지난 4월에 문재인 전 대통령이 빗장을 열고 완주했던 백악산 남측등산로가 엊그젠 청와대 담장을 끼고 춘추관-백악정-칠궁까지 이어졌다. 그 백악정에 올라서 만세동방을 밟고 백악정상에 오르려고 집을 나섰다. 청와대 돌담을 휘돌아 백악을 오르는 코스는 54년 동안 폐쇄됐기에 하루라도 빨리 오르고 싶었다.

춘추관 뒤 등산로입구 한양도성안내소
춘추관 뒷길 백악산등산로 입구, 육중한 철문(우)이 열렸다
춘추관 뒷담길은 이팝나무와 아카시아 꽃향기가 홍건했다

오전9시쯤 춘추관 옆 삼청동안내소를 통과한다. 청와대돌담 오르막길은 꽤 넓고 깔끔한데 어째 휑하니 적요하다. 돌담을 타고 넘치는 이팝나무와 아카시아 꽃향기가 가슴을 후빈다. 그 짙은 5월의 향기로 나 혼자 멱 감기가 다소 멋쩍기도 했다. 카메라맨 한 분이 꽃 퍼레이드를 담느라 무아지경에 빠진 듯싶다. 칠궁 쪽 길과 합류하는 백악정에 올라섰다.

요소마다 안내원이 있어 편리했다. 청와대 후문길은 폐쇄
칠궁쪽 담장길, 경복고교 쪽
삼청공원쪽의 금융연수원과 감사원이 지척이다

김대중 대통령 내외분이 기념식수한 느티나무 한 그루가 시선을 붙잡는다. 오늘부터 신규 개방했다는 일방통행 등산로는 가파른 숲을 한 바퀴 빙 돌아 만세동방 루트로 이어진다. 가파르고 경사진 등산로는 대게 덱 계단으로 조성됐고, 청정 숲의 소나무들의 퍼포먼스는 발길을 붙잡곤 한다. 춤추는 소나무들 속의 경비병막사는 누구의 작품일까? 친환경적이라.

백악정, 김대중대통령-이희호여사가 2001.4.12일 기념식수한 느티나무가 초병이 됐다
▲백악산경비병 숙사와 소나무들이 기똥차게 조화를 이뤘다▼

멋지게 어우러진 조경이 탐나 초병에게 ‘사진 찍어도 되냐?’고 묻자 ‘괜찮 하다.’라며 미소 지었다. 1968년 1월21일 김신조를 비롯 북한 무장간첩 31명이 청와대뒷산을 타고 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암살을 시도했던 사건으로 빗장 건지 54년 만이다. 아직 미공개된 군 시설 탓인지 등산로 요소요소에서 초병들이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고 있었다. 지금은 휴대폰 휴대가 가능해 결코 지겹지 않게 복무하나 싶어 좋았다.

친환경적으로 숲과 조화를 이룬 숙사는 누구의 작품일까?
백악정상이 보이는 쉼터의 문재인대통령과 김정숙여사의 작년 식목일의 기념식수-은행나무

만세동방코스는 오늘 주행하는 백악남측코스 중 제일 난이도가 심하지 싶었다. 약수터 석간수는 이승만대통령께서 약수로 사용했다는데 지금은 ‘음용 부적함’ 딱지를 달고 있었다. 약수터 바로 위 바위에 '만세동방(萬世東方) 성수남극(聖壽南極)’이란 글자가 음각돼 있다. 누가 언제 새겼는지 미상이나 '동방의 우리나라가 영원무궁하고 성상께서 만수무강하길 기원함이다.' 라는 뜻이리라.

백악등산로는 지형이 가팔라 덱계단이 많다
▲오늘 개방한 신규등산로에서 조망한 서울시가지, 남산타워 뒤로 관악산이 희미하다▼
청와대기와지붕 앞 경복궁일대가 한 눈에 들어온다

제법 넓은 쉼터엔 언제 어디서 왔는지 산님들이 백악의 풋풋한 신록을 즐기고 있었다. 청운대 쉼터에서 도성암문을 통과 청운안내소방향으로 내려간다. 내가 그동안 북악산등정을 두서너 번 했지만 청운대코스는 오늘 첨이다. ‘옛 군견 훈련장터‘가 나타났다. 군견 훈련은 수도방위사령부 직할 단급부대 제1경비단 소속으로 청와대외곽, 북악`인왕산경비를 담당했단다.

▲오늘 개방한 일방통행길의 초소. 근무병은 철수 했지만 소나무들의 퍼포먼스와 동시에 아픈 역사의 트라우마로 영원히 존치했으면 싶었다▼
석간수 약수터인 만세동방,'만수동방은 나라가 무궁하고 성상께서 장수하라'는 뜻이 담겼다. 이승만대통령은 이 약수물을 애용했다. 우측 아래 바위홈통에 물을 모은 약수정. 지금은 음용부적이란 경고문을 달고 있다
만세동방약수터의 쉼터

군견훈련은 1단계부터 7단계까지 각기 다른 훈련을 했다. 2020년 철거 시 일부를 남겨 시민쉼터로 이용케 했단다. 청운안내소에서 백사실 계곡을 탐방하려다 안내원의 조언을 듣고 백석동길 3번문을 통과 4번문에서 곡장안내소를 거처 곡장에 올라 하산하기로 했다. 백석동길은 창의문에서 북악팔각정을 넘는 한양도성 밖의 둘레길이다.

청운대 쉼터 갈림길, 여기 한양도성암문을 통해 성밖의 청운대안내소를 통해 곡장입구까지 둘레길트레킹에 들었다
성곽암문, 전에는 도성외곽길로 곡장에 올랐었는데 폐쇄했다.
암문을 통해 성밖에서 청운대와 창의문을 향하는 성외곽길
재작년 개방한 군경훈련장 터, 지금은 산님들 쉼터가 됐다

북악스카이웨이 갓길이기도 한 둘레길은 곡장을 향한 굽이친 산마루 길을 질주하는 바이커들 경쾌함이 부럽다. 4번 출입문을 통과 곡장안내소를 오른다. 곡장안내소도 재작년 도성 밖 둘레길 개통 때 들어섰단다. 곡성은 성벽을 기어오르는 적을 방어하기 위한 성곽으로 침입해 오는 적을 일별할 수 있는 돌출된 자연을 이용한 성곽이다. 하여 곡장전망대는 서울의 전경을 조망하기 딱 좋다.

청운대안내소와 주차장
도성 밖 둘레길에서 곡장에 오르는 제4번 문

백악정상을 기어오르는 도성과 그 뒤로 인왕산의 성벽이 검은 산록을 헤엄쳐 오르는 흰 구렁이 같다. 북쪽에선 북한산의 비봉,향로,승가,보현,형제봉능선이 병풍 치듯 감싸 온다. 나는 곡장이 백악정상 보다 조망이 더 멋있다고 여긴다. 돌계단에서 기갈을 때웠다. 하산은 청운대쉼터로 내려가 법흥사터를 밟고 삼청공원숲길을 산책하면서 들머리였던 춘추관에 이르는 코스를 택하기로 했다.

이름이 재밌는 박태기나무, 4월에 잎 보다 먼져 자주빛 꽃망울이 구슬방울처럼 모듬 피는데 '밥알' 같다서 '밥태기꽃'이라 부르다 박태기로 변음됐다

 

곡장을 오르는 등로, 아직 입소문 덜 난 숲길은 조붓하고 신선해 소요의 행복을 만끽하기 딱이라

곡장에 올랐을 때부터 등산로는 인파로 줄서다시피 했다. 만세동방코스와 법흥사코스의 정체는 짜증날 정도였다. 요소마다 안내원이 없다면 가이드라인을 월담 하는 탐방객들로 백악산 망가지는 건 시간문제란 기우를 해봤다. 법흥사 터는 신라 진평왕 때 건립한 절터로 현재는 축대·주출돌 등만 남아 있다. 문대통령이 주춧돌에 잠시 앉았다 구설수에 오른 토막뉴스가 오버랩 됐다. 시빗거리 즐기는 협량스님과 기래기의 난센스기사 말이다.

곡장에서 조망한 백악산정과 인왕산(우)에 한양도성이 구렁이처럼 꿈틀대며 오르고 있다
족두리,향로,비봉,승가,보현,형제봉의 능선이 하늘금을 긋는 북한산이 지척이다

삼청공원숲길은 몇 번 소요했었는데 말끔히 새롭게 단장을 했다. 태조 이성계가 경복궁을 완공한 이듬해인 1396년에 외침방어용으로 축조하기 시작한 한양도성은 인왕산과 백악능선을 따른 한양사대문 울타리였다. 그간 베일에 싸였던 백악산 남쪽의 민낯을 문재인대통령이 빗장을 열었는데, 9일부턴 청와대마저 국민한테 돌려주겠다고 윤석열대통령이 인심(?)을 써 만원사례가 된 통에 예약도 난망인 채다. 암튼 멋있고 싱그러운 5월의 백악산 탐방이었다.          2022. 05. 13

백악정상을 오르는 한양도성
곡장에서 조망한 서울 사대문 안 시내와 남산타워
법흥사터
만세동방길 숲 속의 말바위
작은 벌레들 서식지가 가끔 보이는데 갈수록 늘어나는 산님들 등살에 제대로 서식이 이어질지?
청운대 팔각정(중앙)은 도성밖의 둘레길과 이어진다
한양도성에서 조망하는 시가지, 멀리 롯데타워가 아스름하다
곡장에서 조망한 백악적상
곡장에서 조망한 인왕산 기차바위(우)와 정상
▲만세동방길의 일부, 난코스는 비좁기도 하여 포도시 비켜서야 된다▼
청운대쉼터
북한산 족두리봉이 바로 앞이다
오늘 개방한 일방통행 외길에서 조망한 인왕산치마바위
춘추관돌담길
▲경복궁 경회루▼
* 빨간직선=등정길(삼청안내소- 북악정-만세동방-청운대쉼터-암문-청운대안내소-둘레길-곡장-청운대 쉼터) * 빨간점선=하산길(청운쉼터-법흥사터-삼청공원숲길-삼청공원삼거리-춘추관입구-경회루)

# 한양도성 순성놀이 산책 - 백악산(북악산) (tistory.com)에서 2020년1월 산행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