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도성 순성놀이 산책 - 백악산(북악산)

백악곡성에서 백악마루를 치닫는 도성은 급살맞게 하강하여 창의문에서 숨 고르길 하다 다시 뒤쪽 인왕산으로 구렁이마냥 기어오른다

조선시대 한양사람들의 여가생활로 한양도성40리길을 한 바퀴 도는 ‘순성놀이’가 있었다. 사대문 안 특히 종로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상점개업을 하면 사업번창을 기원하려 한양도성을 돌았었다. 도성을 한 바퀴 도는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태풍이 오나, 하루 동안에 마쳐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순성놀이효험은 도로아미타불이 된다 여겼다.

한양도성과 순성놀이 길,

‘순성놀이’시원은 과거시험을 보러 한양에 온 선비들이 탑돌이 하듯 한양도성을 돌면서 과거급제를 기원하는 데서 비롯됐다. 그네들 선비들의 ‘순성놀이’는 세월의 두깨속에 효험 있는 ‘신앙’처럼 자리매김 돼 한양사람들의 여가생활의 한 자락으로 유행된다. 글다가 간악한 일제(日帝)에 의해 성곽이 헐려나가고, 훼방놓는 통에 점점 잊혀갔다.

도성의 곡장(초소)은 지금은 철재시멘트건물로 말쑥히 변신했다

요즘은 정초에 서울시민들이 한 해의 행복을 기원하러 한양도성순례에 나선단다. 나는 오늘 한양도성순례길 중 월명공원-숙정문-자하문-삼청공원코스를 밟을 참이다. 서울도심에 우뚝 솟아 시민들의 허파노릇 하는 북악산 품을 6년 전에 찾았을 뿐이니 나의 게으름 내지 무지랭이짓도 한심하기 짝 없음이다. 북촌끝머리 성대후문에서 월명공원은 5분 거리다.

순성놀이 들머리였던 와룡공원

싸한 영하날씨의 공원정자에 산님들이 북적댄다. 도성암문을 통과 숙정문을 향하는 완만한 오름의 도성길을 걷는다. 성곽을 따라 깐 야자포대순례길은 겨울철엔 한껏 기분 좋은 산책길이 된다. 서릿발이 돋은 갓길의 취병(翠屛)울타리 안쪽엔 멋들어진 소나무들이 경연을 벌리고 있다. 성곽 따라 춤추듯 도열한 소나무들은 이곳 보호수로 스산한 겨울철풍정을 멋진 풍경화로 파노라마시킨다.

말바위안내소. 몇년 전엔 군인이 상주하며 신분증을 지참해야 통과할 수 있어 사뭇 긴장됐었다.

성북동쪽 능선에 팔각정이, 아래 숲속에선 삼청각과 길상사가 숨바꼭질을 하고 있다. 가파른 데크계단을 지그재그 올라서자 말바위안내소가 있다. 숲속의 카페 같은 안내소는 시민들에게 개방 전엔 군이 주둔하며 신분증조회 후 방문증을 줬었다. 근디 지금은 군인이 없다. 군복 대신 민간복장을 한 채 요소마다 안내를 하고 있었다. 군인이 안 보이는 북악산 아니 백악산의 성곽길은 서울시민들의 건강과 정서를 살찌우는 산책길로 거듭나 기분 업그레이드한다.

숙정문 정문(좌)과 뒤쪽(우). 지금 여인들이 무시로 들락거려 바람난 여자가 많아지는가?

몸짱을 뽐내는 송림사이를 오르면 숙정문(肅靖門)이 대문을 활짝 열어 재치고 반가이 맞는다. 남대문과 대비하는 북대문으로 ‘엄숙하게 다스린다’는 뜻이란다. 근디 음양오행설의 음문(陰門)이라고 기우제(祈雨祭)때나 열곤 줄곧 닫았다. 더구나 여인이 통문하면 바람기가 난다고 금단의 문이 됐는데, 단 정월대보름 전에 세 번 오르면 액땜을 한다고 해 정월엔 발길이 많아졌다.

백악산 멋들어진 송림은 순성놀이객들의 힐링숲길이라

글다가 근래에 공기 좋고 물 맑아 살기 좋은 곳[성북동]으로 각광을 받아 정월엔 행복을 기원하는 퍼포먼스축제까지 열고 있다.  '순성놀이'여파에 성북동여인들은 이래저래 살판났다. 5분쯤 오르면  촛대바위쉼터다. 울창한 송림속이라 전망은 별로다. 빡센 계단을 올라서면 백악곡성(曲城)이다. 전망이 확 트여 방어하기 좋은 요충지에 성벽을 돌출시켜 쌓은 전략지점을 일컫는데 여기선 성벽아래는 물론 북한산까지 훤히 조망된다.

도성갓길엔 화살나무,국수나무,회양목 등으로 취병을 만들어 송림을 보호했다

나는 곡성 단풍나무아래서 육포와 과일과 우유로 기갈을 때웠다. 센바람이 아니어도 북풍받이 곡성이라 한기가 스멀스멀 가슴팍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백악마루를 향한다. 정상을 향하는 성곽은 푸른 송림을 헤치며 승천하는 하얀 구렁이로 변신한다. 그 구렁이가 청운대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백악마루에서 승천하던 길목의 소나무가 상처투성이다. 무장공비들의 총탄 습격자국이다. 구렁이는 백악마루에서 승천을 멈추고 한양지킴이가 됐다.

백악곡성에서 조망하는 빼어난 풍광은 탄성을 자아낸다. 만약 여름철에 시원한 바람의 애무까지 받는다면 어떤 기분일까!

1.21사태소나무는 김신조일당의 공비가 쏜 15발의 총탄상흔을 고스란히 극복한 채 청정하다. 백악마루에 서면 서울시가지를 품에 안은 낙산, 남산, 관악산, 인왕산이 빙 둘러 마루금을 긋고 있어 서울이 얼마나 축복받은 땅인지를 절감케 한다. 글면서 아둔한 내 생각으로는 북악(北岳)보단 애초부터 부른 백악(白岳)으로 불렀으면 싶었다. 산정표지석도 ‘白岳’으로 명시돼 있다. 이성계가 조선을 개국 한양천도 후 궁궐을 세우고 정도전을 앞세워 한양도성을 축조한다.

1.21사태소나무, 공비30명이 청와댈 침입하다 후퇴 여기서 아군과 교전하면서 애먼 소나무에게 총탄(상처자국)을 퍼 부었다. 김신조만 생포 됐었다

백악-낙산-남산-인왕산을 잇는 성곽은 19만8천명이 동원돼 3개월 동안 쌓았다. 글고 27년 후 세종 때(1422년) 보수확장공사를 하면서 872명의 희생자를 냈으니 도합 2천명 가까운 사상자의 피골이 묻힌 한탄의 역사다. 그 원혼은 누굴 위한 희생이었으며, 성벽은 과연 외침에 효과적으로 대처 태평성세를 이뤘던가?  허나 외침 때마다 왕과 고관대작들은 도성을 빠져나와 도주하기 바빴던 무용지물이 되곤 했다. 아니 보수하느라 국고만 탕진 한 애물단지노릇 했지 싶다.

한량들이 말타고 백악산행을 와 여기서부터 된비알길이라 바위에 말을 메어두고 올랐다 해서 붙은 이름

하긴 내부반란군이 성안으로 침입 인조반정을 하고, 그 반정무리들이 논공행상에 불만을 품고 또 성안으로 침입한 이괄의 난때도 왕은 도성밖으로 피신 했으니 사상누각이나 다름 아니었다. 도성암문을 드나드는 트레킹 숲속에 오늘 내내 광화문 앞의 소란은 간헐적으로 들려왔다. 편 가르기에 취미(?)붙인 작자들은 4월총선 때 혼쭐나게 만들어야 한다. 주둥이로만 위민하는 척 하면서 입신과 탐욕을 노리는 정상배들을 도태시키는 건 오직 시민 몫이다. 창의문을 향한다. 급살 맞은 내리막 성곽은 지난한 만큼 백성들의 고혈이 쌓인 돌담인 것이다.

가파른 백악산능에 성벽을 쌓느라 죽기살기 했을 민초들의 목 멘 신음소리가 소나무울음소리로 들리는 듯 했다

1623년 3월 12일 자정 무렵에 인조반정 세력이 창의문을 통해 궁궐로 침입 광해를 폐위시킨 거사지점에 섰다. 광해는 창덕궁 어수당(魚水堂)에서 연회 중에 투서를 통해 인지하고서도 방관하다 체포되어 강화도유배를 당한다. 명과 청나라 각축사이 등거리외교를 주창한 광해의 혜안도 반정의 빌미가 됐었다. 미,중,러,일4강 속 오늘의 판세에서 광해는 과연 어떤 외교를 펼칠까? 삼청공원 순환산책길로 하산방향을 틀었다.

조선후기의 창의문과 좌측의 오늘날의 창의문은 별반 다르지 않다

청와대 뒤 옛날부터 울창한 초록 숲의 신선한 정취에 듬뿍 취할 수 있는 공원이다. 산이 푸르고, 하늘이 푸르고, 마음이 푸른 삼청(三靑)공원을 나는 한 번도 찾은 적이 없기도 해서다. 소문대로 잘 가꾸고 다듬어 놨다. 산책객들의 한량도, 이름 모를 작은 새들의 소란도 사뭇 평화로웠다. 목련이 솜털 움을 살짝 내밀고 봄빛을 부르나 싶고.

삼청공원순례길의 소나무와 데크계단

청와대 옆길을 통과 경복궁을 관통하여 경회루에 섰다. 선조들은 당파싸움에도 머릴 맞대고 치열하게 논쟁 했지 뛰쳐나가 거리정치 하진 않았다. 여차하면 뛰처나가는 소인배정치 부끄러운 짓이라. 여전히 악따구 빡빡지르는 소음공화국, 편 가르는 떼쓰기 밀당은 해질녘까지 계속되고 있다. 그들이 진정 애국자일까? 한복 곱게 차려입은 외국관광객들은 예기치 않은 볼거리 앞에 머뭇대고 있었다.

2020. 01. 12

죽여주는 전망대 청운대쉼터(좌)와 성곽 뒤의 북한산원경
도성안의 경비병막사, 모두 사복차림 근무여서 산책 내내 편안했다
미세먼지속의 서울이 몽환적이다
촛대바위와 쉼터
백악(북악)산 뒤로 인왕산 그 뒤로 안산
안내소에서 말바위방면의 도성
말바위(좌)부턴 엄청 된비알코스라 타고 온 말을 바위에 메 놨단다
도성 안쪽에 군막사가 있지만 경비병도 군복을 입지 않아 좋았다.
▲숙정문▼
곡성에서 조만한 북한산능선
백악곡장. 효과적인 방어지점 내지 시설관리 요충지점에 성벽을 돌출시커 쌓은 전망 좋은 성곽을 곡장이라 한다

순성놀이는 과거시험치룰 선비들의 심신을 단련하는 수련코스였으리라. 건강해야 면학에 정진할 수 있다. 약골선비들한테 순성놀이는 과거시험1단계였지 싶다.

도성 바같엔 철조망으로 이중 방어벽을 만든 건 1.21사태 이후였지 싶다
백악산정상, 북악보다는 더 어감과 신선감이 좋다
백악마루에서 조망한 인왕산을 기어오르는 도성이 하얀구렁이의 승천 같아 보인다
촛대바위 쉼터
송림사이를 산책하는 순성놀이는 서울시민들의 치유의 여가일 텐데~ 몇 년 후면 인파에 어찌 될랑가?
숲 아랜 청운동, 멀리 남산타워가 가물거리고
숙정문
겸재선생의 창의문(자하문) 묵화
삼청공원에서 말바위를 향하는 계단
경복궁민속박물관, 하산하면서 들렸다
경회루 앞 뒤 호수, 멀리 뒤쪽은 인왕산

 

경회루내전(좌)과 한복 곱게 차려입은 외국관광객들
경회루
목련

Posted by peppuppy(깡쌤)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