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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아

새들의 아침 목욕, 즐거운 식사

새들의 아침 목욕, 즐거운 식사

 

오전9시, 파크하얏트2층 레스토랑`코너스톤(Cornerstone)에 아침식사를 하러 우리식구들이 착석했다. 8인석 식당의 뒷벽은 이태리 산 도자기장식으로, 앞면과 좌우측3면은 통유리 벽인데 좌우측벽은 와인들을 빼곡히 진열했다. 나의 눈길을 붙잡은 건 천장까지 진열된 세계의 진귀한 와인보다는 통유리 창밖의 아담한 정원에 내려앉은 만추의 정경이었다.

코너스톤 정원둠벙

멋 부리는 법을 아는 소나무 네 그루가 수형을 잡아가는 듯한 쬐그만 정원 속에 앙증맞은 둠벙이 있는데, 깨끗한 조약돌이 깔려있고 그 수면에 꽃잎가장자리를 붉게 태우는 노란 장미나무가 만추의 스산함에 흔들리고 있었다. 수국을 비롯한 말라깽이 화초들은 졸졸졸 새 나오는 물소리에 겨울잠에 들었나 싶고.

강남 한 복판, 마천루숲 속에서 만추를 오롯이 체감할 수 있는 웅덩이 숲을 완상하며 아침식사를 할 수 있다는 감회는 각별했다. 그 순간 우릴 탄성 지르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직박구리 두 마리가 나타나 웅덩이 속 돌멩이에 내려앉아 주윌 살피더니 물속으로 풍덩, 사시나무 떨 듯 몸뚱일 털어 깃털을 세우고 잽싸게 짝꿍에게 자릴 내주는 거였다.

직박구리(?)커플의 목욕

아침목욕이었다. 그렇게 두어 번 바통터치를 하는데 오목눈이일까, 쇠박새일까? 뻐꾸기의 탁란에 가슴 쓸어내리게 하는 오목눈이 같기도 해 낯 설지 않는데 확신이 안섰다. 그들이 나타나자 직박구리커플은 사라졌다. 글곤 이놈들이 번갈아 들랑거리며 신나게 목욕을 하는 거였다. 물속에서 한 번 훼를 치곤 물 밖 돌멩이위에서 깃털을 곤두세워 엉성해진 몸을 털곤 하는 게 신명이 났다.

코너스톤

그 초랭이 짓 목욕은 주위경계에 신경 씀일 테다. 천적이 없으니 진득하게 목욕할 것이지 촐싹대는 짓은 간덩이가 깨알만한 새가슴 탓일 게고. 직박구리커플이 다시 등장한다. 둥벙숲은 새들의 무대가 됐다. 단 1분도 멈춰있질 않고 오두방정이다. 욕탕 쟁탈전일까? 놈들이 선호하는 둠벙은 웅덩이나 흐르는 냇가, 물속 깊이가 발목 깊이고, 사방이 확 트여 적의 공격을 얼른 알아 챌 곳이여야 한다. 

▲2105스윗룸▼

새들의 목욕은 체온조절과 동시에 깃털에서 먼지와 기생충을 털어내기 위해서일 것이다. 깃털이 깨끗해야 잘 날수가 있다. 새의 날개와 깃털은 우리들의 다리다. 놈들은 몸 무개를 가볍게 하려고 뼈 속도 비웠다. 가벼워야 잘 날 수가 있고, 잘 날아야 생명을 오랫동안 부지할 수가 있으렷다. 가장 빠르게 나는 몸뚱이로의 진화가 새들의 오늘이고 궁극일 것이다.

놈들의 날개는 곧 생명이다. 날지 못함은 죽음인 것이다. 하여 짬만 나면 부리로 날갯죽지의 깃털을 다듬고, 기회만 생기면 목욕을 한다. 목욕하다 죽는 일이 사망확률의 으뜸을 차지하는데도 말이다. 우리식구들은 모두 통유리에 붙어 놈들의 신나는 목욕을 구경한다. 글면서 나름 신기한 발견이라도 한 것처럼 속닥대고 있었다.

셰퍼들의 음식이 식탁에 차려지고 있었다. 나는 주 메뉴로 연어 회와 전복죽을 시켰었다. 근디 연어 회는 한 입 거리도 안 될 소량이어서 투정부렸더니 한 접시 더 서비스한다. 난 호텔식사 땐 연어회를 꼭 챙긴다. 아내는 독일 마인츠 하얏트에서의 오므라이스 생각에 주문했는데 야채가 적다고 고갤 저었지만 좋은 아침에 새들까지 나서서 눈요기를 해 준 행복한 아침식사!였다.

하나, 싱가포르 큰애가 걸렸다. 방학 중이지만 오고갈 때의 격리기간만 한 달이라 어쩌랴? 코로나19에서의 탈출구는 언제쯤 될까? 다중이 모이는 호텔투숙을 지향해야 함인데 둘째의 성화로 어제 파크하얏트에서 투숙했다. 식구들 모두 모여 식사를 하는 즐거움은 반드시 챙겨야 할 삶의 목적이고 보람이다. 1년여 만에 온 식구가 즐거운 시간을 갖게 됨이다.              2020. 11. 15

호텔에서 서비스한 (?)기념케익
파크 하얏트 앞 
2105에서 본 호텔 앞(삼성역) 교차로
코엑스몰의 영풍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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