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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아

화기애애 시간의 웃음 꽃

화기애애 시간의 웃음 꽃

아키라 백 프런트

“팜, 팬츠 아주 좋아요”그는 언젠가부터 나를 ‘파파’의 어색함을 나름 줄인 말인지 ‘파~ㅁ’이라고 뜻 모를 호칭을 이따금씩 아주 드물게 하고 있었다.

“그래요, 기분 좋은데! 며칠 전 아웃도어용품가게 앞을 지나가다 싸서 건졌어요.”의자에 앉으면서 내가 환하게 웃으며 대꾸 했다.

“컬러가 흔치 않아 좋아요.”jm이 내 바지에서 시선을 때어 나와 아내를 번갈아 빤히 보면서 장난기 섞인 칭찬(?)을 하고 있었다. 그는 울`식구들과 만났을 때, 특히 아내한테 기분을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유머 한 마디를 빠뜨리지 않는 탈랜트(?)신사다. 아내가 웃으면서 한 마디 거들었다.

“jm, 괜찮으면 하나 선물할게 입을래요?”

“오우, 그럼요. 멋있을 거예요,”그는 어린애처럼, 마치 선물 받은 팬츠를 입기라도 한 것처럼 싱글대며 특유의 제스처로 웃기고 있었다.

우윳빛바탕에 검정 점들이 촘촘히 박혀 눈 내리는 문양의 골프팬츠는 실상은 여성용이었다. 며칠 전 북한산행길 들머리에 있는 아웃도어용품 앞을 지나치다 구입한 바지였다. 남성용34사이즈가 없어 주저하다가 내게 맞고, 더는 값이 2만원이 채 안 돼 구입하여 오늘 처음 입고 jm의 초대에 응한 참이었다. 나는 그런 에피소드를 얘기하면서 재고가 남아있을지 모르겠다고, 그래 내일 살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고 단서를 달면서 아내와 눈빛을 맞추고 있었다.

jm의 쇼핑패턴은 나와 닮은 점이 많다. 세일도 떨이세일이나 구제용품점에서 빈티지풍의 것들을 엄청 싸게 구매하는 걸 좋아한다. 어쩌다 그런 세일가게에 들려 맘에 맞는 물건을 값싸게 구입하는 짭짤한 재미란 이루 형언할 수 없는 쾌재인 것이다. 자갈밭에서 멋진 수석 하나 발견한 것처럼. 특히 구제품가게에선 단 돈 1만원도 얼마나 값진 건지를 절감한다.

울`내외가 jm을 좋아하는 이유 하나도 그런 소탈한 서민의식을 유쾌하게 즐기는 순수성에 반해서다. 그가 우리와는 깜도 안 되는 고연봉의 ceo임에도 말이다. 며칠 전에 생일을 맞은 그는 울`내외를 굳이 초청하여 오늘 자릴 만들었다. 미안하여 한사코 거절한 울`부부는 그의 끈질긴 초청의 변 - 금년전반기에 정년퇴임을 하는 탓에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순정의 협박(?)에 손들고 말았다.

포 시즌호텔의 아키라 백 레스토랑도 jm으로 해서 알게 됐었다. 세계굴지의 투자기업ceo인 jm이 울`부부와 친밀(그는 항상 ‘패밀리’라고 한다)하게 된 건 2년여 전 그의 남동생커플이 한국관광 왔을 때였다. 둘째의 주선으로 저녁식사를 집밥으로 대접하면서였다. 한국의 가정집에서, 서민아낙이 요리한 가장 한국적인 음식을 포식한, 잊을 수 없는 만찬이었다고 극구 감사해 하면서다.

그실 jm형제는 자신들이 어렸을 때 먹었던 어머니의 따뜻한 손맛을 몇 십 년 만에 가정집에서 즐겼다고 감격해했던 거다. 그 저녁 한 끼 이후 울`부부는 이따금 jm의 초청으로 식사를 같이 하게 됐고, 언젠가 그가 아팠을 때 아내가 전복죽을 쒀준 게 그가 식구(食口, 패밀리)라고 부른 계기였다. 식구가 된 후 우린 그가 마련한 즐거운 식구자리가 부담스럽고 더는 염치 없단 생각에 불응하곤 했었다.

jm은 20여년을 호텔에서 생활하는 홀남(?)이다. 글로벌 투자회사ceo로 한국시장에 부임하여 성공한 그는 동남아시장까지 개척한 전문경영인이다. 그는 소탈하고 건강하며 성실과 정직 그리고 유머감각이 뛰어난, 무엇보다도 탈권위적인 대인관계가 성공의 비결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봤다. 짧은 시간일망정 jm과 같이하며 절감하는 건 그가 부하직원 더는 마주하는 종업원들에게도 베푸는 친절과 순정한 배려심이였다.

모름지기 그의 그런 처세가 성공한 기업인이 될 바탕이었지 싶은 게다. 우린 그가 가난하고 근면한 사람들에게 베푸는 나눔의 공유정신에 탄복하곤 한다. 그는 지금 동남아 나아가 아프리카소수민족의 아픔까지 보듬는 열정의 삶을 즐긴다. 베푸는 만큼 되돌아온다는 진리는 그의 삶에서 보는 듯하다. 서구인들 삶의 자세가 인격에 바탕 한 개인주의면서 실용적이듯 그는 허세와 사치를 멀리하나 싶다. 울`식구들은 그의 절제와 배려의 삶을 흠모한다.

또한 그가 울`식구로 편입(?)한 걸 무한한 영광으로 여긴다. 시쳇말로 가문의 영광이다. 다만 그가 와인애주가에서 한 발 뺐으면 좋겠단 생각을 한다. 그가 애주 탓에 건강을 해칠까 걱정되는 게다. 그와 식구로써의 기쁨과 즐거운 시간을 오래도록 향유하고 싶은 건 아내가 더 하다. 쿵짝이 맞는, 아니 맞추려 무던히도 애쓰는 그와 아내의 마음 씀은 화기애애한 시간의 웃음꽃이다. 오늘도 얼마나 울`부부는 행복한 시간을 수놓았는지 오래도록 추억 할 것이다.

2020. 02

▼광화문사거리의 포 시즌 호텔(좌) 전경과 지하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