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산 & 웅장한 폭포의 계곡

수도권에서 젤 많이 찾는 산으로 유명산(有明山))이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자연휴양림인 국립유명산휴양림과 주변 산책길이 있고, 여름철 피서지로 길고 깊은 유명산골짝의 청정물길이 있으며, 정상엔 행글라이더를 즐기는 활공장이 있어서일 것이다. 그 유명산행차는 나를 얼떨떨하고 낯선 이방인으로 만들었다.

들머리 사방댐소

양평버스터미널에서 설악동을 오가는 버스가 유명산휴양림정거장을 하루 네 번 경유한단 걸 확인한 내가 양평버스터미널에 도착한 건 오전10시였다. 근디 코로나19탓일까? 10;40분과 오후3;50분발 버스로 두 차례나 줄어들어 나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산행 후 귀로버스타기가 걱정 됐다. 엉거주춤 버스에 올랐는데 맹숭하다.

입구지사방댐

버스가 출발해도 손님은 나 혼자다. 양평시내를 벗어나 본격 산악지대에 들어서도록 나 혼자란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달랑 혼자여서 얼떨떨하고 미안키도 해 기사님께 슬쩍 묻는다. “코로나로 손님이 없는 겁니까?” “그것도 있지만 원래 없어요.” “유명산행 손님도 많을 텐데요?” “전부 자가용타고 다니니까요.”

원시 숲

버스는 산줄기를 타고 돌면서 고도를 높이는데 승용차와 바이커들이 좀 많다. 훼훼 굽이친 1차선산악도로를 내달리는 바이커들의 역동성과 스릴이 느껴졌다. 산중턱고개에 올라서자 일단의 바이커들이 웅성댄다. 아까 기사님에게 유명산이 초행이라면서 ‘농다치고개’나 ‘선어치고개’서 내려달라고 부탁했기에 물었는데 정류장이름을 잘 모른단다.

글면서 버스는 이미 고갤 지나쳤다. 농다치나 선어치에서 산행들머리로 소구니산 – 유명산 – 유명산계곡코스를 밟으려던 나의 계획은 휴양림입구로 병경해야 해 또 한 번 당황스러웠다. 노선버스기사님이 버스정류장을 모른다니 얼떨떨해질 수밖에~. 묻고 싶은 게 많았지만 묵언이 바이러스전염예방이 아닌가? 그러나저러나 기사님은 굽어도는 산자락운전에 신명나나 싶었다.

박쥐소

11;10분쯤 유명산휴양림삼거리에 나를 내려주고 빈 버스는 내달린다. 근디 어디서들 왔을까? 주차장에 승용차도 많고 산님들도 웅성댄다. 유명산국립휴양림은 코로나19로 임시폐문하고 있는데. 산행들머리에서 나는 입구지계곡코스를 택했다. 엡상에선 산님들 대게 능선을 올라 정상을 밟고 계곡으로 하산한다는데 나는 역방향코스를 택한 거다.

수량이 풍부한 계곡 물길의 폭포와 소(沼)에 감동하려면 물길을 거스르며 정면에 서야 실체를 거의 놓치지 않을 거란 내 깜냥의 속셈이다. 물기 흠씬 젓은 돌너덜길은 물길을 뒤쫓으며 하산하긴 더 위험하여 건성으로 지나치기 마련이다. 사방댐폭포수가, 만수위 댐이 유명골짝 초입부터 마음을 설레게 한다. 입구지골짝의 웅장한 물소리는 깊고 푸른 협곡을 미어터질 듯 요란하다.

용소

돌멩이를, 바위를, 나무뿌리를 뛰어넘는 물길은 죄다 폭포수가 됐다. 그 폭포수가, 수십수백 개의 폭포들이 잠시도 쉬지 않고 울어대는 아우성을 푸나무들이 오케스트라화음으로 조율하느라  살랑대는 이파리가 푸르뎅뎅 멍들었다. 수십수백 개의 폭포들이 부서지며 튀는 물살들을 안아 품고 진정시키느라 소는 주름살 펼 날이 없고. 담대한 자연의 신비는 들여다볼수록 불가사이하다.

마당소

쪽빛 소에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떼가 들려 응원하고, 나무와 산 그림자가 내려앉아 멱 감는다. 이 웅장하고 신령스런 폭포수골짝에 세상의 아웅다웅 잡소리는 없다. 이 청정골짝에 들면 일상에서 멍든 심신도 사그리 치유정화되리라. 하여 수도권사람들은 유명산계곡을 그리도 사랑하는가 보다. 우리나라 첫 자연휴양림이 생길 만한 곳이다.  조심스럽긴 해도 돌너덜길은 공짜로 발맞사지해준다.

유명산[입구지]폭포계곡 십리길 두 시간은 산님들을 치유에 푹 빠져들게 하는 힐링타임이리라. 하여 언제, 어떻게 왔는지 산님들이 많다. 주차장에 관광버스그림자도 안 보였는데 말이다. 능선타고 정상에 올랐다가 하산하는 사람들이다. 나처럼 계곡을 오르는 사람은 없는 성싶다. 지겨운 마스크에서 해방돼 맨 얼굴에 산림욕도 하고 싶은데 하산객들 마주치느라 기회가 없다.

정상 아랜 꾀 넓은 분지다. 초지 위에 산님 한 분이 큰大자로 자빠져 산님들을 놀래킨다. 옛날 말 방목장이란 걸 상기시키는 포퍼먼슨가? 마유산(馬遊山)이란 이름-. <동국여지승람>에 ‘산 정상에서 말을 방목해서 길렀다고 해서 마유산이라 부른다’는 기록이 있다. <대동여지도>에도 북쪽의 마유산, 동쪽으로 용문산, 서쪽으로 청계산이란 기록이 뚜렷하다. 마유산으로 불러야할 소이다.

아무 근거 없이 어느 산악대장이 동료산악인 이름을 차용한 유명산이란 이름은 이제 거둘 만도하다. 실제 마유산자락을 관통하는 양평과 설악을 잇는 국도37번도 ‘마유로’로 명명됐다. 마유산정부근의 분지는 행글라이더활공장으로 애용된단다. 사방이 탁 트이고 서울서 한 시간거리여서 일테다. 유명산정(864m)에 섰다. 일단의 산님들이 군데군데 쉼터를 이뤘다.

용문산군부대 송신탑이 보인다

확 트인 조망은 북한강과 청평호, 남한강이 보이고, 용문산과 화악산, 명지산능선이 또렷하다. 오리무중한 버스노선 땜에 불안한 나는 곧바로 능선을 타는 하산에 들었다. 가파른 육산이다. 아까의 계곡돌너덜과는 딴판이다. 수목 울창한 육산은 풍부한 물 저장고로 반대편의 유명계곡에 물고를 터서 사시사철 물 마르지 않게 한다.

잣나무숲을 한참 내려서면 아까의 들머리였다. 4시10분전이었다. 산책코스를 1시간쯤 더듬고 싶었지만 단념하고 후다닥 버스정류장을 찾았다. 대여섯 명의 노익장 산님들이 서성대고 있었다. 서울행버스 편을 물었다. 잠실행 직행좌석버스가 곧 도착할 거란다. 이곳 유명산손님들과 설악면손님들을 싣고 고속도로로 질주하여 한 시간 십여 분이면 잠실역에 도착한단다.

이 편리한 교통편을 모르고 오늘 내내 맘고생과 시간낭비를 했다는 멍충이 짓에 자괴감이 들었다. 인터넷은 뭐하려고 하노? 뭐든지 간에 알려고 노력하는 자에게만 그 대가로써 평안이 따르기 마련이다. 모르면 부딪쳐 깨달아야 한다. 여름철 피서처로 유명산계곡만한 데가 있을까? 명년에 승용차 아닌 버스를 이용할까 싶은데 아내가 따라나설랑가? 

자가용 탓에 대중교통은 사양길이 되고, 넘쳐나는 승용차로 길위에서 낭비되는 시간과 공해는 가늠할 수 없게 된다. 유명계곡의 웅장한 물소리가 환청처럼 귓가에 맴돈다. 수십수백 개의 물보라폭포수와 명경 같은 소의 그림들이 잠자리의 숙면묘약이 된다. 그 짙은 원시녹음 속으로 눈 감고 취침에 들어선다. 자연은 위대하고 자비넘친다.                2020. 09. 05

거북바위
잣과 망태버섯

 

Posted by peppuppy(깡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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