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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 길 - 산행기

삼악산 & 등선팔경 - 세 번째의 희열

삼악산 & 등선팔경 - 세 번째의 희열

의암호와 붕어섬

삼악산(三嶽山,654m)의 여름풍정은 어떤 모습일까? 갈 곳도 많고, 오를 산도 하 많아 두 번 찾기도 뭣한데 오늘 삼악산등정은 세 번째일 만큼 나를 홀딱 빠지게 한 산이다. 정오가 훨씬 지나서 등선폭포입구에 섰다. 검틔틔한 기반암이 갈라져 깊고 좁은 음침한 틈새로 물길이 하얗게 부서지며 협곡을 달린다. 그 물길을, 물소리를 좇아 미로 같은 협곡을 오른다.

등선팔경의 금강굴 입구

제1,2폭포와 승학,백련,비룡,주렴폭포가 우레 소리를 내고, 옥녀담과 선녀탕과 용소가 성난 폭포수를 안느라 신음하는 ‘등선팔경(登仙八景)’에 좀 전까지의 일상은 협곡 속에 녹아든다. 형언키 어려운 물소리는 비좁은 바위협곡을 울리며 천길 위 하늘구멍에서 바람이 된다. 듣고 보는 원초적인 감각의 뿌리는 음악이란 관념적인 예술을 태어나게 했지 싶다. 경천동지하는 폭포소리는 괴성이라기 보단 마음을 붙잡아 주는 교향악이고 골짝을 흐르는 물소리는 세레나데연창으로 치유의 장을 여는 거다.

등선제1폭포

소리는 신비스러움이다. 등선계곡은 웅혼한 물소리와 물빛깔이 심신을 관장시켜주는 거였다. 한 여 시간을 물소리에 취하자 두터운 이끼 옷 걸친 천년세월 느티나무고목을 앞세운 흥국사가 수풀에 파묻혀 아는 챌 한다. 궁예가 망국의 한을 달래려 웅지를 튼 곳이다. 그 이전에 예맥족이란 우리의 선조가 맥국(貊國)을 세운 삼악산의 요새 터기도 하다. 흥국사를 휘두른 산성엔 맥국시대에 쌓았다는 삼악산성(三嶽山城)과 삼악사지(三嶽寺址)터가 있다.

흥국사

아까의 등선협곡은 맥국으로 통하는 천혜의 암벽외길이었던 셈이다. 초라한 삼층석탑이 궁예의 모습이고, 돌탑을 에워싸 핀 가을산국이 궁예의 넋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반시간쯤 오르면 또 하나의 분지가 밤나무 밭을 이뤘다. ‘작은 초원’이란 팻말과 통판의자로 쉼터를 만들었는데 멧돼지의 요람이 됐다. 알밤을 뒤져먹느라 산지를 죄다 갈아엎어 비옥한 땅을 만드는 멧돼지는 어쩜 무례한 산님보단 낫다는 생각이 들고~?

333돌계단과 너덜지대 오르기는 끝 간데 없을 것 같이 넓어 질릴 만하다

밤나무 밭은 곧장 333돌계단을 열어 숨 차오르게 한다. 어마어마한 돌너덜지대를 형성하여 삼악정상에 오르는 발맞사지로 보폭을 가뿐하게 하고-. 용화봉정상에 오르면 의암호와 춘천시가지가 그림처럼 펼쳐지는데 암송에 기대어 맞는 바람의 청량함은 천상천하 유토피아가 다름 아니란 탄성이 절로난다. 상원사를 향하는 하산은 기암괴석과 춤추는 소나무가 질펀한 쇼를 펼치는 바위능선을 타야 삼악산의 진경을 맛보게 된다.

삼악산정상과 기웃대는 의암호반

나는 6년 전 혼쭐났던 겨울의 설경등반을 반추하고 싶기도 했다. 삼악산바위능선은 갈라진 차돌바위들로 이뤄줘 칼바위전시장이다. 그 차돌바위는 소나무를 유혹해 동거하느라 반들반들하고 미끌미끌하게 단장했다. 참으로 깔끔하다. 그 말쑥한 암송들 사이로 끌어당기는 의암호수와 붕어섬, 북한강과 춘천시가지는 한 폭의 그림이다. 그 사생정물을 감상하다보면 시간의 개념을 놓친다. 

차돌칼바위능선에서 조망한 의암호와 춘천시

그 그림을 담은 캔버스의 박무 속에 화학산, 용화산, 오봉산, 구봉산 마루금까지 장대한 수묵화를 만들었다. 이만한 선경과 이만큼 마음 조이게 하는 차돌칼바위능선의 소나무의 춤사위가 삼악산 말고 있을까? 세 네 시간동안 무아지경의 열락에 흠뻑 빠져들게 하는 과히 높지 않은 산 – 삼악산은 사랑받을 수밖에 없으리라.  그래 삼악산은 찾는 산님들로 늘 붐빈다. 바위산이기 망정이지 흙산이면 어찌 됐을까?  산불로 검게 탄 수 많은 시목들이 자연보호를 외치는 절규를 하고 있었다.   

산불로 숯검정 시목이 된 나무들

근디 춘천시는 관광케이블카공사를 하고 있다. 결코 산과 산님들을 사랑해서가 아닐 것이다. 돈벌이와 유치한 치적(?)낳기란 꿍꿍이로 삼악산을 망신창이 만들건 뻔할 뻔자인데~? 말 없는 삼악산이 짠하다. 아까 들머리였던 등선폭포의 데크계단과 다리도 편리하긴 했지만 태초의 자연미는 맛 볼 수가 없게 됐다. 울퉁불퉁한 바위골짝 더듬으며 체감하는 폭포와 물길이 아쉬웠다. 자연은  사람의 인위적인 손길이 닿지 않는 게 최상의 자연보호다.

정상서 관망한 하학,용화,오봉,구봉능선들이 첩첩이 파노라마친다

삼악산케이블카를 만드는 자는 삼악산의 이완용으로 오명을 남길지 모른다. 아뿔사! 삼악산의 멋진 칼바위암송에 빠져들어 상원사방향을 지나치고 신흥사방향 능선을 계속 타고 있었다. 아마 이 코스는 휴식년제인가 싶게 인적의 떼로 누더지길은 모면한 채였다. 멀리 북한강의암교가 얼핏 보여 하산지점 삼아 맘 놓고 즐길 수 있는 하산이 됐다. 신흥사 앞 버스정류장에 닿은 시각은 오후5시가 지나쳤다.

의암호의 붕어섬과 춘천시가지가 선명하다. 왼쪽 굽이치는 도로는 화천행도로

나 혼자뿐인 버스간이정류장은 다행히 춘천행 7번 시내버스가 5분후에 도착한다고 알려줬다. 마스크를 꺼냈다. 서울행열차 속 의자를 독차지하곤 사지를 뻗고 눈을 감는다. 다섯 시간동안의 행복했던 삼악산의 멋진 풍경과 바람소리를 다시 일깨운다. 나의 원초적인 감각은 취몽의 파노라마에 빠져들었다. 소리와 잠! 음악은 태곳적부터 자장가이기도 하다. 치유의 바이러스다.                   2020. 09. 14

등선계곡
등선폭포

 # pepuppy.tistory.com/458

 # pepuppy.tistory.com/590 에서 삼악산의 겨울풍경을 보실 수 있습니다

비룡폭포과 협곡
비룡폭포

 

승학폭포

 

주렴폭포
흥국사 아래 산막 - 휴게소
천 년 묶은 느티나무, 궁예를 알 듯도 싶었다
흥국사지킴이 느티나무
▲너덜지대 돌들은 삼악산성을 쌓느라 바윌 쪼개 낸 돌멩이들일까? 라고 생각해 봤다 ▼
고사목의 춤사위
▲용화봉에서 차돌바위능선을 타면 멋진 산수와 칼바위에 오금이 절인다▼
아까운 소나무의 숯검뎅이 시신, 사람이 범인일 터?
호반도시 춘천을 실감케 하는 데가 삼악산이다
바위와 소나무의 동거는 자연미의 행위예술이다
차돌바위절벽을 오르는 U자형철심은 데크 보단 자연친화적이다
폭우로 연누런 강이 된 북한강

 

설빙(雪氷)의 삼악산과 금강팔경

설빙(雪氷)의 삼악산과 금강팔경 -등선폭포 상단에서- 어제 밤, 강원 동부지방에(춘천에도 약간) 제법 눈이 내리겠단 기상청 예보를 접했던 난 설레발치는 맘을 안고 경춘선열차에 몸을 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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