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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 길 - 산행기

2) 불암산(佛岩山) - 불암사, 천보사, 석천암 풍경탐방

2) 불암산(佛岩山) - 불암사, 천보사, 석천암 풍경탐방

 

불암사종루

어제에 이어 이틀째 불암산을 찾는다. 불암사와 석천암과 천보사를 구경하고 싶었는데 워낙 거리가 많이 떨어져 있어 오늘 하루 더 산사를 찾아 쉬엄쉬엄 풍정을 즐기기로 했다. 코로나19불안도 불암산자락에 떨구고.  6호선 화랑대역사를 빠져나와 시내버스로 불암사들머리에서 내려 산문에 들기까진 반 시간여가 걸렸다

천연석 돌계단 위의 불암사 입구

 

포도(鋪道)이긴 하지만 이 한가한 숲길을 걷는 한량은 나 혼자 뿐인가 싶었다. 계곡물이 말라 찔금찔금 흐르는 골짝 물소리보다 산골바람에 흩날리는 낙엽 부스럭대는 소리가 정겹다. 훤칠한 소나무들을 앞세운 불암사가 깔끄막에서 대문을 활짝 열고 맞는다. 마스크를 쓰고 체온을 체크한 후 방명록에 사인하는 탐방객들 꽁무니에 섰다.

대웅전처마와 극락전

 

전지전능하다는 주님을 파는 교회도 바짝 움칠대는데, 영혼불멸을 체화하는 사찰이라고 뾰쪽 수는 없나 싶었다. 이참에 사이비성직자들 모두 걸러내 그들이 부르짖는 천당에 후딱후딱 데려가는 코로나19였음 싶다. 불암사경내는 가을이 무르익고 있다. 백일홍과 코스모스와 국화가 만개하고 길섶엔 쓸어놓은 낙엽이 수두룩하다.

마애삼존불

여학생들과 몇 몇 부인들의 경건한 발걸음이 화분에 가득 담긴 가을향기를 일깨운다. 불암사는 신라 때 지증국사가 창건, 도선국사와 무학대사에 의해 반석에 올랐다. 특히 대웅전 현판은 한석봉의 필체란다. 사찰 후원 암벽에 새긴 마애삼존불의 우아함이 마음의 평안에 이르게 한다. 불암사는 조선조초기부터 왕실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는 사찰로 지정받은 으뜸 원찰이었단다.

특히 승가의 도량으로 호국불토의 승병을 양성한 기맥은 호란과 왜란 때에 욱일충천 했던 걸 역사는 말하고, 6.25전란 때 육사생도들은 불암산 유격대란 별칭아래 호국정신으로 똘똘 뭉쳐 산화했지 싶다. 불암사를 나와 석천암을 향한다. 불암사 밖 등산로입구에 두루뭉술 울퉁불퉁한 거대한 바위가 있다. 그냥 지나치면 몰라도 좀만 신경 쓰면 바위에 음각 된 뭔가가 눈이 띈다.

오층석탑 뒤로 불암산거암이 초록숲을 뚫고 선뵌다

 

직사각형 홈을 파고 돋음 글씨와 그 위에 정사각형 돌을 붙인 걸 볼 수가 있다. 화장한 재나 사리를 봉안한 부도(浮屠)다. 찬찬히 생각할수록 멋지고 아름다운 장례문화란 생각이 지폈다. 자연을 훼손하거나 볼썽사납지도 않으며, 관리도 불필요한 자연친화적인 영가(靈駕)안치소인 것이다. 전국의 산하, 발길 닿기 쉬운 곳의 거암(巨巖)에 부도바윌 만들면 어떨까?

부도 : 만허당상균지탑(좌)안진호대선사 석연지탑(우)

정부나 지자체가 임대사업으로 추진하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생각게 했다. 옛날엔 정으로 쪼아 팠지만 지금은 기계로 할 테니 부도 만들기도 쉽겠다. 비싼 영묘원이나 장지에 영가를 안치하느라 얼마나한 정성과 비용이 드는가. 더해 자연훼손은 어떻고? 석천암 오르는 골짝의 바위돌길은 한 시간 남짓 소요되는데 발마사지 원 없이 한다.

가을향기 물씬한 후원

뒷산봉우리가 몽땅 바위고 그 벼랑 끝에 지은 암자가 석천암(石泉庵)이다. 거대한 미륵존불은 1960년경에 조성됐는데 발밑에서 물이 새나온다. 8부 능선 바위에 물길이 트여 흐르니 석천암이라고 했단다. 석천암 바위에도 부도가 몇 개 들어 있고 마애 좌불상이 연좌해 있는 영산전(靈山殿)이 있다. 이 영산전 위엔 바위구멍이 일렬로 있는데 가림 막을 친 서가래용 비계구멍이지 싶었다.

바위봉우리 속의 석천암

영산전을 보호하기 위한 비계구멍은 거대한 마애불상 위엔 꼭 있다. 암튼 칼로 자른 듯한 거대한 수직암벽은 그대로 석천암의 상징이다. 석천암주위엔 호랑이유격대원들의 아지트인 호랑이 굴이 산재해 있는데 방치하고 있어 아쉬웠다. 아까 불암사에서 올라온 산길 반대편에 흐지부지한 산길이 있어 어느 산님에게 물었다. 산도엔 쉼터2로 가는 길표시가 있는데 이정표도 없고 폐쇄된 길 마냥이다.

영산전 위 구명은 비계구멍

‘이 길이 깔딱고개로 가는 지름길이냐?’고 어느 산님에게 묻자, 산님 왈, ‘잘 모르겠는데 그럴 것도 같다.’라고 얼버무린다. 그나저나 방향이 불암산성쪽이지 싶어 도전해보기로 했다. 오늘 시간은 많으니 가다가 아니면 빠꾸하면 된다. 아까 온 길로 하산하다 중간에서 깔딱고개를 향하는 것 보단 훨씬 단축거리일거란 예측에서였다.

삼성각은 어느 절이나 맨 뒤 꼭대기에 자릴 한다

8부능선 옆구리를 가로지르는 이 산길은 인적이 없어 폐쇄된 길인가 싶었다. 불암사와 연계된 산길 아닌 이 엉뚱한 길로 천보사를 찾을 위인(?)은 나 말고 없지 싶다. 암튼 오래된 희미한 산길은 계속 이어졌다. 무엇보다도 내가 어제 등정했던 불암산성과 깔딱고개를 잇는 능선이 가까워지고 있어 안도감이 들고 용기가 났다.

불암사에서 석천암 사이 산길에 있는 암벽의 문양은 하루에도 변화무쌍하다

깔딱고개에서 불암산성을 휘돌아 천병약수터갈림길 근처에서 천보사행 길을 찾아드는 게 최선의 선택이란 걸 어제 밤 인터넷검색으로 확인해서다. 반시간쯤 하산하니 우주선 같은 바위가 나타나고 폐가옥이 있다. 거기엔 깔딱고개와 불암사를 잇는 반들반들한 산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우측으로 내달린다. 산님 두 분을 조우 깔딱고개 방향을 확인했다.

말라버린 폭포의 상단과 하단

이틀째 불암산에서 방정을 떨며 아쉬운 건 이정표가 뜸하단 거였다. 불암산은 수 많은 등산로가 있어 중요 갈림길에만 세웠을까? 반시간쯤 후 깔딱고개에 섰다. 아마 반시간쯤은 단축됐지 싶었다. 능선 산성길은 완만하고 심심찮게 조망도 좋다. 불암산성을 넘어 다시 반시간쯤 해찰을 부리니 천보사행 이정표가 선 갈림길이 나타났다.

9부능선에 있는 천상의 쉼터

조붓한 내리막길은 돌계단으로 다듬어 트레킹하기 좋았다. 아까 석천암을 휘둘렀던 거대한 바위산이 또 하나 이쪽에 자웅을 겨룰 바위봉우릴 틀고 천보사를 낳았다. 반시간쯤 내려오자 기와지붕용마루에 코끼리 두 마리를 태운 팔짝 기와지붕이 다가선다. 천보사(天寶寺)라. 천보사도 거대한 절애암벽이 심벌이라. 중창된지 일천한 요사채들은 어째 고즈넉함이 묻어나질 않고 어딘가 허허로와 절간 같지가 않았다.

천보사의 아이콘인 바위산, 지붕에 코끼리 두 마리는?

게다가 독경소린 암벽에서 맥놀림 되어선지 경내를 떠들썩한 난장처럼 울린다. 암벽 끝자락 삼성보궁계단에 배낭을 풀고 앉아 파란가을하늘을 쳐다본다. 저 멀리 별내와 다산 신도시까지 또렷하게 앞마당에 펼쳐진다. 인적도 개미새끼 한 마리도 얼씬거리지 않는 적요가 팽배하다. 지구상의 평온은 몽땅 천보사 절애마당에 내려왔나 싶었다. 신선한 산사의 향 들이키며 행복한 한량 짓을 반 시간정도 즐기다 일어섰다. 오후3시였다.

하산길-시멘트길 대로는 급살 맞은 데다 땡볕까지 내려쫴 속세를 향하는 길은 초장부터 고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 꼬불꼬불하고 급살 맞은 언덕길을, 볼 것도 없는 정떨어질 빡센 포도를 누가 힘들게 걸으며 천보사를 찾을까? 하긴 현대인은 자가용으로 절 문간까지 들어가는 걸 선호할 테니 기우이리라. 근디 이 벼랑길을 오르다 차는 안 뒤집어 질랑가? 걱정도 팔자다. 어쩌든 간에 나를 행복케 한 불암산이라.

2020. 10. 07

▲천보사 주름바위와 마애불▼
거대한 바위산인 불암산의 우듬지위용. 부처형상이란다

▲부도 - 비문 위에 사각구멍을 뚫고 사리나 골분을 봉안 후 네모돌로 구멍을 막았다▼

석장봉의 필자
바위에 시멘트를 덧붙여 만든 계단은 뎈계단 보단 자연친화적이고 유지비도 절감된다
불암산성 복원공사장 막사
천보사종각과 대웅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