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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 길 - 산행기

대야산(大耶山) & 용추골 용추폭포

대야산(大耶山) & 용추골의 용추폭포

 

애기바위

경북문경과 충북괴산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대야산(931m)은 기암괴석으로 치장을 하여 등산의 묘미를 실컷 안긴다. 특히 여름철엔 용추계곡 깊은 골짝을 흐르는 청정물길의 유혹에 피서객까지 덤벙대는 명소가 됐다.  코로나19세상은 대야산 찾는 산님들로 북새통이다. 새벽까지 내린 빗발로 초하(初夏)의 산록은 싱그럽다. 오전 10시, 풋풋한 수풀 속 언덕빼기에 발을 내디디며 무당소를 향한다.

가마소

아련한 물소리가 옥타브를 높이면서 물의 합창이 된다, 가마소오케스트라는 곧장 일상의 잡념들을 말끔히 앗아간다. 바위무덤이 토해낸 성난 물거품이 마당바위를 애무하느라 속살댄다. 미끄럼 탄 물살이 소에 곤두박질하면서 타악기를 미친 듯이 두들긴다. 이내 소(沼)의 모래알들이 바닥을 구르면서 내는 밀어까지를 명경 속에 보여준다. 오케스트라의 전당 용추계곡의 서곡이 시작됨이라.

하트형 사랑(♡)의 소

깊이 3m의 무당소가 바닥티끌까지 다 보여준다. 어느날 익사한 새댁의 천도를 빈다고 굿판 벌리다 죽은 무당 탓에 부정탓다 할까봐 씻고 또 씻기를 지금도 하고 있어서다. 무당소는 하늘까지 담아 그 깊은 속까지 다 보여준다. 무당소를 씻기는 물길은 그 위에 있는 사랑의 샘에서 솟는다. 용이 승천하면서 몸부림치느라 패인 하트형(♡)소에서 쏟아진 물살이다. 그렇게 두 단을 이룬 용추목포는 용트림한 소 옆 바위에 용비늘 자국도 선명하게 남겼단다.

용추골의 명경수와 화강암반

허나 사랑(♡)의 소도, 비늘자국도 먼발치에서 마음눈으로 볼 수밖에 없다. 가이드라인을 휘둘러 출입금지구역이 됐다. 서둘러 등산 끝내고 하산길에 즐기려 바지런 떨었는데 아쉬웠다. 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마르지 않아 기우제(祈雨祭)장소로 쓰인 사랑(♡)의 용추폭포는 그렇게 실체를 보여주지도 않았다.  온통 화강암이라 닳지도 않을 텐데 출입금역(禁域)이 된 건 무당소의 비극이 재현될까 싶어 서리라. 지자체는 그 핑계로 더 방문객 끌테다. 

가이드라인 붙잡고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빙 둘러서서 또 하나의 하트(♡)띠를 치고 있었다. 용추골짝 물길의 합창은 줄곧 이어진다. 촉촉이 젓은 숲길의 푸나무들이 반들반들한 이파리를 떨며 기지개를 펴면 물방울은 정처 없이 나무사이를  건너뛰는 텀블링을 한다.  그 놈이 얼굴에 스치기라도 해봐라. 얼마나 상큼하고 신비한지! 물은 생명의 원천이다. 음악의 원류도 물소리였지 싶다. 물이 바람을 낳고 바람은 소리의 파장을 실어 나른다.

월영대

용추골짝에서 부서지는 물길에 팔려 오솔길물소리를 반시간쯤 좇다보면 월영대(月影臺)가 자릴 편다. 넓은 마당바위를 간질거리며 다듬다 밑에 만들어 놓은 넓은 소에 밤이면 골짝을 기웃대는 달님의 그림자까지 헤엄을 친단다. 즐거운 상상을 해봤다. 옛 선조들은 아무리 험지(險地)여도 어떻게든 찾아가서 적재적소에 멋들어진 이름을 꼭 붙여주는 낭만파가 있었다. 정말 달밤에 여기서 달그림자를 낚은 한량이 있었을까!

밀재를 향하는데 언제부턴가 매미도 합창단의 일원이 된 성싶었다. 매미울음이 간 들어지게 아련하다. 밀제에서부턴 약간 오르막이고 전초병바위가 간혹 숲에서 망을 보고 있었다. 놈은 파말을 어찌 띄었기에 바위병정들은 점점 떼를 형성하고 등치우람한 놈들이 나타날까? 때론우락부락한 놈들이 바람결에 아우성을 몰고와 길을 막기도 한다. 그 품새와 훼방이 멋지다. 대야산은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그렇게 시위를 벌려 유명세를 탄 명산이다.

정상을 오르는 바위마을 입구의 거석문

그 큰 바위들을 어떻게 몰고 이 높은 곳까지 왔을까? 아마 용추골짝에서 두 마리 용이 승천하려고 오두방정을 떤다는 소문을 듣고 구경 차 모여든 바위들일지 모른다. 저 둥치가 지 스스로나 왔을 테지 누가 끌고 산꼭대기까지 왔겠는가? 골 터졌다고~! 대야산정상은 용승천을 구경온 바위들로, 또 그 바위를 구경 온 산님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글고 거길 왔다고 표시(인증) 내려고 줄서있는 폼이 우스꽝스러웠다.

나를 오늘 대야산에 대려다 준 ‘한숲산악’에 우리나라명산 100번째 등정으로 대야산에 오르는 17명의 산우들이 동승했다. 그 산님들도 인증하려고 저렇게 꼬리를 이었을 테다. 참 대단한 산님들 - 당당한 산님들은 거의 여성이었다. 그 산우님들은 100산 등정기념으로 예쁜 손수건을 나한테도 선물해줘 기분 좋았다. 마스크 썼어도 산을 좋아하는 산우님들이라 예쁜 모습이 역력히 배어나왔다. 건강 챙기셔 즐산 이어가시기를 축원했다.

정상의 인파, 인증차례를 기다리는 줄서기

오후1시경, 급살 맞은 피아골을 내려오느라 왼쪽무릎을 삐긋, 불편한 게 장난이 아니다 싶어졌다. 걱정이 솔솔 지핀 조심스런 하산길이 됐다. 코로나19탈출구는 등산인가! 하긴 늙다리 나도 끼었는데~! 월영대까지의 급경사길은 왼쪽무릎에 적신호를 연타했다. 걱정이 불안으로 바뀌고 있었다. 병원은 내일 문 열텐데? 낙관적인 삶이 내 신조가 아닌가! 대야산이 선물한 가벼운 아픔이려니! 한숲산악 운조님, 고마웠습니다.

2020. 07. 04

정상, 사람 없는 이 한 컷을 찍으려 찰나사냥이라니~!

도서명 ; 『숲길의 기쁨을 좇는 행복』
저 자 ; 강대화

블로그 ; pepuppy.tistory.com/986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생각나눔도 작가님의 책이 나오기까지 설렘으로 기다리겠습니다.
소중한 원고 맡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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