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소한 생활의 행복

E네가 6년여의 베이징주재원생활을 마치고 귀국한다. 그간 전세 놓은 아파트에 입주하기 위해 리모델링하느라 보름쯤 걸렸다. 내부구조를 업그레이드하고 밝은 색으로 치장한 실내에 새 가재도구를 배치한 아파트는 전혀 새롭게 태어났다. 그 비용이 1억쯤 돼 자매와 부모들이 십시일반 도와줘야 했다는 점만 빼면 평생을 살 집이니 다소 무리할 만했다. 또한 도와줄 수 있었던 가족들도 즐거웠으니 다다익선이랄까!

동시에 베이징에서 온 이삿짐이 도착했다. 가재도구가 없는 이삿짐박스가 200여개나 돼 놀랐는데 그 박스들을 풀어헤치며 버릴 게 반쯤 된다는 사실에 어안이 벙벙했다. 옷가지와 책, 주방용품 그릇이 대부분인 박스는 젤 작은 게 45⨯32⨯32cm고 큰 건 두 배였는데, 선별하여 재활용수집상에 팔 30개의 박스무게가 1t이나 됐다. 나머지는 재활용품 내지 쓰레기로 내다버렸다.

재활용수집상은 책1kg=30원, 옷가지1kg=100원으로 합계40,000원을 지불하고 30상자를 인수해 갔다. 헌옷은 열대지방에 수출하고 있어 그만한 값이라도 유지 되지만 코로나19로 상거래가 준 탓에 고물 값이 똥값이란다. 어린이용 책이 대부분으로 새 책이나 진배없는데 참으로 아까웠다. 앞서 도서관 내지 사회공익단체에 기증하려 연락했었지만 그쪽에서 책을 갖다달라는 통에 단념했다. 찌질하게 택배비용이 아까웠다.

애는 수백만원어치 책을 다 보기나 했을까? 그걸 단 두 권 값(4만원)에 팔아넘겨 폐지처분하다니? 미친 짓이었다. 옷가지도 마찬가지였다. 상표도 안 땐 새 옷도 여러 벌이였다. 사이즈만 맞으면 내차지가 됐을 테다. 이 더위에 하루 종일 그것들을 선별하며 박스에 재포장 하느라 흘린 땀과 시간이 고작 4만원이라니? 짠하다 못해 속상했다. 이런 속상하고 미친 짓은 E가 코로나19탓에 베이징에 가지 못하고 이삿짐을 국제탁송업체에 위임 맡겨야 해서였다.

글고 E의 지나친 쇼핑구매 탓도 간과할 수 없다. 짝퉁이 판치는 베이징의 상품 값은 얼마나 싸고, 온라인구매나 택배문화는 세계최상위다. 모든 구매가 휴대폰 하나면 해결된다. 온라인구매행위는 이제 세계적인 상거래행위가 됐다. 대량생산은 그 짓을 더 부추긴다. 넘쳐나는 다양한 상품은 구매충동을 일으키고, 순간적인 욕구를 채우기 위해 쇼핑재미에 빠져들어 과소비를 낳게 된다. 그렇게 이뤄진 충동구매행위가 행복한 삶이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그것들을 관리보관 하느라 얼마나한 비용과 시간과 정성을 쏟아야 하는지? 자신이 물질의 노예가 되어 불필요한 낭비의 삶이었단 걸 깨닫게 될 땐 한참 후다. 그렇게 낭비와 허송세월한 시간을 교양과 취미생활 내지 사회에 기여하는 시간에 할애했다면 훨씬 더 보람차고 행복했을 테다. 많은 걸 소유해야 행복한 건 절대 아니다. 행복은 단순하고 간편한데서 초래된다. 뭔가에, 물질에 얽매여 있는 시간은 자신의 오롯한 시간이 아니다.

뭔가를 비교할 대상이 없는 사회에서 비교할 재화가 없는 간소한 삶이 행복의 지름길이다. 무소유의 삶 말이다. 그게 또한 인류에 이바지 하는 삶일 것이다. 자원낭비에 대량쓰레기 생산은 지구환경파괴를 가속화시킨다. 책 한 권 만들기 위해 쓰이는 질 좋은 종이는 나무 한 그루를 죽여야 하고, 계량할 수 없는 에너지가 필요로 해서 지구 온난화에 일조한다. 도벌로 황폐화되는 자연과 낭비벽에 소모되는 에너지는 지구온난화를 부추긴다.

인간은 서기1880~2012년까지 132년 동안 지구온도를 0.85도 상승시켰다고 IPCC(정부 간 기후변화협의체)가 발표했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그 두 배가 넘는 1.8도를 상승시키는 온실가스배출을 했단다. 금년여름의 미증유의 장마와 그로 인한 수혜는 어느 누구의 책임이 아닌 우리 모두가 범인이고, 그래 자초한 재앙인 것이다. 코로나19팬데믹도 지구온난화가 초래시킨 생태계의 변화 탓이란 게 정설이다.

지구 평균온도가 1.5도 오르면 초고온상태로 집중호우, 극심한 가뭄과 산불 등이 증가해 더 이상 사람이 살기 힘들다고 IPCC는 경고한다. 더는 서기2060년께는 상승폭이 2도를 넘어 지구최악의 시간이 될지도 모른단다. 장마가 끝나나 싶어 한숨 돌리나 싶었는데 코로나19팬데믹이 엄습한다. 휴지 한 장, 종이컵 하나 아껴 쓰는 삶이 지구를 살리고 나를 행복하게 하는 삶이란 걸 생활화해야 한다. 젊은이들이 좀 더 절약의 습관에 익숙해졌으면 좋겠다. 2020. 08

▲재활용수집상에 넘길 책박스와 옷보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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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ppuppy(깡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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