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에 느끼는 눈맛과 손맛 – 고사리(고비)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엎어지면 코 닿는 거리에 안산자락길과 인왕산둘레길이 있다. 그래 짬만 나면 뻔질나게 찾아 몸뚱일 맡기곤 하는데 코로나19탓에 금년 봄엔 매일 살다시피 한다. 산책길가에 봄볕 들기 무섭게 아낙들이 쑥, 쑥부쟁이, 참빗살나무 순 등을 뜯더니만 4월 들어선 고비채취 하느라 산속까지 헤집고 다닌다. 고비나물 맛이 아주 고소하단다. 서울생활하기 전 울`부부는 고사리채취맛에 흠뻑 빠저들어 고비채취는 외면했었다. 고사리채취에서 느끼는 봄맛은 손수 체험하지 않고는 공감하기 뭣하다.

 4월이 얼굴 드밀기 무섭게 산야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필쯤엔 고사리가 낙엽을 헤치고 꼼지락대며 웅크린 새순을 솟구친다. 갓난애가 털복숭이 주먹을 내미는 배냇짓인가 싶게 앙증맞은 모습이다. 그런 오동통통한 고사리는 햇볕과 그늘이 교차하는 따듯한 산골짜기에 많이 자생한다. 살짝 그늘 진 숲이나 가시덤풀 속에 오동통한 털복숭이 갈색고사리가 많은데 어쩌다가 놈들의 군락지를 발견하는 횡재의 맛은 눈 호강도 그런 호사가 없을 테다. 놈을 하나씩 발견하는 재미는 바로 눈맛이다. 한 뼘쯤 자란 몽당연필만한 놈을 잡아 꺾을 때의 낭창낭창한 체감과 뚝 끊어지며 느끼는 전율과 음감(音感)은 손맛이다.

고사리채취에서 얻는 눈맛과 손맛은 은근한 도취의 무아경지에 이르게 한다. 그 눈맛과 손맛에 홀딱 빠져 4월이면 울`부부는 고사리채취 꾼으로 둔갑한다. 숲과 가시덤풀을 헤쳐야 하는 중무장차림새라 땀범벅에 상처투성이가 된 몸은 밤엔 피곤하여 골아떨어져 비몽사몽 꿈까지 꾼다. 고사리엘도라도를 발견하여 횡재한 날밤의 꿈결은 사뭇 황홀경이다. 하여  담날이면 또 봄맛채취에 나서는 고사리중독에 빠진 모양새다. 익산시 함라산엔 눈맛과 손맛에 취할 고사리군락지가, 손길 타지 않은 꾸끔스런 고사리엘도라도가 가끔 있었다. 그 고사리엘도라도를 찾아 심마니처럼 산속을 해쳤던 것이다.

근디 서울근교 산엔 고사리가 없다. 고사리는 공해지역 기피식물인 탓이다. 수도권산야에 고사리가 없다는 건 토양이 공해에 오염됐단 얘기다. 야물게 움켜 쥔 배냇짓 하는 고사리새싹을 발견하는 눈맛과 손맛을 서울근교 산에선 체감할 수 없단 게 서울사람들의 불행이다. 그런 귀족식물(?) 고사리는 영양가도 높고 포만감도 좋다. 해서 고사리는 명절이나 제사, 비빔밥의 필수나물이었다. 고사리나물에 얽힌 재밌난 고사가 있다. 춘추전국시대 주(周)나라에 선비형제 백이(伯夷)·숙제(叔齊)가 있었다. 욕심 많은 무왕이 이웃  은(殷)나라를 정벌하려하자 형제는 반대했으나 무왕이 듣지를 않자 보따리 싸들고 수양산에 입산한다.

불의(不義)한 왕이 주는 녹봉을 받을 수 없단 순결주의였다. 형 이공(夷公)과 아우 제공(齊公)은 수양산에서 고사리로 연명하다 절명한다. 후에 사육신 성삼문(成三問)은 한 수 더 떠서 이`제형제의 고사리연명도 구차스럽다고 했다. 초개같이 버린 자기의 목숨과 절개에 빗댄 거였다. 글자 숙종 때 칠원현감을 지낸 주의식(朱義植)이 얼핏 비아냥조의 시조 한 수(절의가)를 읊어 이`제의 절의를 훈수한다.

“주려 죽으려 하고 수양산에 들었거니 /한마 고사리를 먹으려 캐었으랴

물성이 굽은 줄 미워 펴보려고 캠이라”

(굶어 죽으려고 수양산에 들어갔는데 /설마 고사리를 캐어 연명했겠느냐? /고사리생김새가 곧지 않고 웅크린 게 미워서 그것을 곧게 펴보려 캔 것이리라)

쫌 냄새나는 오염지엔 자생치 않는 고상한 식물 고사리를 가지고 옛 선비들은 자신을 담금질과 비유했었다. 지금 우리나라 고위층들도 고사리를 보면 성삼문과 주의식의 담금질을 되새김질 하면 싶다. 불의에 맞서다 굶어죽는 삶 말이다. 주의식은 한 수 더 보탠다.

“하늘이 높다 하고 발져겨 서지 말며 /따히 두텁다고 마이 밟지 마를 것이

하늘 따 높고 두터워도 내 조심을 하리라”

(하늘이 높다 해서 발꿈치 돋우고 서지 말며 /땅이 두텁다 하여 단단히 밟지 말 것을

하늘과 땅이 높고 두터워도 내 조심을 하리라.)

내일 울`부부도 고비채취 하러 가기로 했다. 고사리새끼의 새끼만한 고비로나마 서울의 봄맛 – 눈맛과 손맛을 보고 싶어서다. 고사릴 채취하여 잘 말린 후에 친지들께 선물하면서 주고받는 흐뭇한 이심전심의 맛깔 또한 빼놓을 수 없는 행복이다. 고사리 꺾으면서 갖는 온갖 고초는 값으로 가늠할 수 없기에 선물의 의미는 특별난 것인 게다. 고사리가 귀족반찬인 건 한우도 저리 비켜서라다. 한우등심 1kg에 7만원인데 잘 말린 햇고사리는 12만원을 호가한단다. 그런 말린 함라산 고사리가 아직 울 `집엔 있다. 고사리채취 - 눈맛과 손맛과 이심전심하는 맘맛에 나물먹는 식감맛을 즐기고 싶다. 서울근교 어디에 고사리엘도라도는 있을까?  낼은 고비맛을 즐긱테다.                   2020. 04. 26

Posted by peppuppy(깡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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