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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 그 여적

천사와 악마(Angels & Demons)

천사와 악마(Angels & Demons)

콘클라베전당을 향하는 추기경들

‘CERN’(유럽 원자핵 공동 연구소)에서 물리학자 비토리아(아예렛 주어)와 동료 실바노는 빅뱅 실험에서 반물질 개발에 성공하지만 실바노가 살해당하고 반물질용기 하나를 도난당한다. 그때 가톨릭교황 비오16세가 갑작스레 죽자 바티칸 시국은 교황청 콘클라베를 열어 후임자선출준비를 한다. <다빈치 코드>를 연출했던 거장 론 하워드 감독이 또 댄 브라운의 동명소설<천사의 악마>을 영화화 했는데 시작부터 헷갈리게 한다.

급서한 비오16세의 비서인 궁무처장은 교황의 혼외태생 시험관아기이기도 하다.

죽은 교황의 총애를 받던 궁무처장 패트릭 맥케나(이완 맥그리거)신부가 교황청 일을 주도하는데 유력한 교황후보인 프리페리티 4명이 납치됐다. 4명의 추기경들을 납치한 일루미나티가 밤8시부터 매시간 추기경 하나씩 살해 후 자정엔 반물질로 바티칸을 초토화시키겠다고 협박경고를 한다. 하여 교황청은 하버드대 종교기호학 교수 로버트 랭던(톰 행크스)을 초청 사건해결의 실마리를 의뢰한다.

일루미나티는 18세기, 지동설을 주장한 갈릴레오, 코페르니쿠스 등 계몽주의 과학자들이 종교재판을 받고 과학의 위상을 공고히 하려한 모임이었으나, 계속된 카톨릭의 박해로 은둔한 비밀결사대였다. 그 일루미나티가 500년 만에 부활 바티칸을 폭파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로버트 랭던과 비토리아는 바티칸시티에 숨겨놓은 일루미나티의 단서를 파헤치며 그들의 은거지 - 빛의 교회로 향하는 ‘계몽의 길’ 추적에 나서게 된다.

<천사와 악마>는 신을 믿는 집단인 카톨릭 교회와 과학을 위해 결성된 일루미나티를 통해 인류의 숙명적 과제로 손꼽히는 과학과 종교 간의 대립을 묘사하고 있다. 교황 후보4명을 차례로 살해한 후 핵폭탄위력을 지닌 반물질로 콘클라베를 지켜보기 위해 바티칸에 운집한 수많은 군중들을 폭파시키려는 일루미나티는 신출귀몰한다. 절제절명의 위기탈출을 도모하려는 교황청은 그들이 탄압했던 과학의 힘에 의존하려는 이율배반을 묵인하고.

더구나 비오16세가 급서한 배경엔 추악한 권력다툼과 음해의 짙은 그림자가 아롱거려 종교란 무엇인가? 란 회의를 야기 시킨다. 궁무처장은 비오16세의 친자였다. 허나 신부인 비오16가 사생아를 밝힐 순 없잖은가? 신성불가침의 전당이란 교회의 부도덕과 음흉, 권력다툼은 종교의 태동부터 이어져온 트라우마다. 종교가 인류를 구원하기 보단 인종 간 갈등을 야기 시켜 전쟁의 폐해를 일으킨 역사는 지금도 도처에서 자행되고 있다.

지금 코로나19펜더믹 속에서 우리나라교회의 비행과 독단이란 자기모순을 진리인냥 오도하는 성직자들을 목도하면서 영화<천사와 악마>를 감상하니 신의 존재가 묘연해 졌다. 코로나19의 온실인가 싶은 교회의 일탈과 범법행태에 비신자들은 ‘신은 짐짓 존재하기나 한 걸까?’라고  의심케 한다. 교인들의 집단감염을 신은 왜 방관할까?  신앙인 답지 않아설까 아님 신이 무능해설까?  바티칸 교황성하 집무실에서 궁중처장이 랭던교수에게 묻는다.

“신을 믿습니까?” 궁중처장이 묻자

"신부님, 저는 종교란 게----"라고 랭던교수가  즉답을 안 하고 주저하자

"사람들이 정의하는 신을 말한 게 아니라 신을 믿느냐고 묻습니다."라고 궁주처장이 확답을 요구한다.

"저는 학자입니다. 제 머리는 절대 신을 이해하지 못할 겁니다."라고 랭던교수가 대답한다. 그러자

"당신 가슴은요?" 라고 궁중처장이 다시 확인하려 들자

"그럴리 없습니다. 믿음은 선물이지만 저는 받지 못했습니다."라고 단호하게 답한다.

신을 안 믿는, 부정하는 기호학자에게 교황청의 위기와 치부를 논의하며 해결책을 요청하는 성직자들에게 전지전능한 신의 존재는 어떤 모습일까? 종교의 모순과 한계를 엿보게 하는 영화였다. 추기경은 말한다. “종교도 안전하지 못한 사람들이 하는 종교라 완전하진 않을 것이다”라고. 그 불완전한 종교들이 반목과 편가르기로 세계역사를 일정부문 유혈로 장식했다. 

<천사와 악마>는 바티칸이란 종교의 성역에 도전하는 일루미나티의 과학이 500여 년 동안 동전의 양면처럼 대립하다 폭발하는 찰나를 함축적으로 실현하며 관객을 옴짝달싹 못하게 한다. '바티칸은 빛으로 소멸할 것이다'라고 부르짓는 빛의 교회는 이루나트의 비밀장소다. 일루미나티의 치밀한 복수의 5시간을 막아내려는 랭던교수일행의 긴박감 넘치는 추격은 전혀 의외의 장소에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여 스릴만점이다.

<천사와 악마> 속 사건과 관련된 장소들은 산타 마리아 델 포롤로 성당, 산타 마리아 델라 비토리아 성당, 판테온, 나보나 광장, 시스티나 성당, 카스텔 산탄젤로 성, 산 피에트로 성당 등을 훑으며 전개되는데 로마의 찬란한 역사와 문화가 살아있는 곳들이라 공짜관광을 덤으로 하는 셈이다. 특히 그곳 – 카톨릭의 탄압을 피해 일루미나트가 은신한 ‘계몽의 교회’을 찾아 추적하는 로마시내의 네 조형물들은 흙(Earth), 공기(Air), 불(Fire), 물(Water)이란 4원소를 상징하여 의미파악에 멍해지기도 한다.

네 번째 희생직전에 구출된 추기경이 교황으로 선출되는 만장일치 콘클라베상황, 굴뚝의 하얀 연기, 베드로광장을 만당한 인파의 장면들은 영화<천사의 악마>가 선물하는 역사적인 현황이다. 종교와 과학의 갈등이란 영화 속의 스토리얼개는 차지하더라도 로마관광과 콘클라베상황을 안방에서 목도한다는 건 <천사와 악마>가 준 생생한 선물이다. 이번에 두 번째 <천사와 악마>와 마주했는데 다시 보고 싶은 영화란 생각이 들었다.

2020.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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