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해사(望海寺)와 팽나무
전북 김제 진봉산은 서해바다와 맞서있는 야트막한 야산이다. 서해바다를 쫓아낸 새만금간척지가 펼쳐진 심포항에서 새만금 바람길을 좇아 솔밭을 거닐며 북쪽 산릉을 넘으면 절인 듯, 암자인 듯한 망해사가 고즈넉하게 맞아준다. 그 절이-망해사가 안쓰럽다. 수심이 가득한 애잔한 어머니 품에 안긴 듯하다.
1300여년 전 백제의자왕 때 세워져 고군산열도를 지키며 천년동안 미륵세상을 염원하는 불도(佛道)를 진작시킨 바다가 어쩌다가 폐허화 됐는지 하 답답하기 짝 없을 터 여서다. 중생들에 불성(佛性)을 일깨우며 자연을 사랑하고 잘 보전하라고 천여 년을 인도한 오늘이, 참을 수 없을 참담함으로 변했으니 유규무언 할 밖에 없지 싶은 게다.
십 수 년 전만 해도 잔잔한 바닷물이 망해사 마당을 떠받힌 바위군락 절벽을 넘실대며 기암괴석의 해안을 만들고, 파도소린 팽나무가지에서 자장가처럼 들리던 요람의 전당이었다. 나는 망해사를 고독한 발길이 찾는 끝없는 바다를 향한 향수와 구원의 절이라 생각됐다. 그래 심난할 땐 망해사를 찾으면 어머니의 품에 안기는 평안함과 함께 고요속에 어떤 실마리를 찾을 것 같은 안식처이기도 했다.
특히 우람한 팽나무를 쳐다보면서 어릴 적 고향의 당산나무(팽나무) 아래로 귀소한 느낌이 들어 망해사는 더 살갑게 느껴졌다. 해질녘이나 흐린 날의 망해사 풍정- 망망대해 속의 팽나무와 종각은 형언할 수 없는 상상의 날갯짓을 하게 했다. 사유의 발아가 꿈틀대는 순간이었다. 그런 피안 저 편 바다의 속살이 흉측한 간척지로 변한 새만금은 언제쯤 망해사의 해원으로 되돌아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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