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방콕에서 설맞이 4박5일 – 왓 포 & 왓 프라깨오

설날-경자년 여명이 이국(異國)의 호텔 두터운 커튼을 투광한다. 샤워를 하고 북동쪽을 향해 묵념을 했다. 형식적일망정 부모님영전에 그렇게라도 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다. 선친께선 생전에 꽃 한 송이와 냉수 한 그릇만 놓으라고 당부하셨는데 그것마저 생략했다. 이런 죄송스런 생각도 내가 부모님 따라가면 내 자식들이 할 것이라는 기대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엊밤 호텔측은 울`침실 테이블에 과일과 주홍실로 엮은 주렴 두 개를 놓아 축복을 빌어주며 마주칠 때마다 ‘해피 뉴 이어’인사말을 건넜다. 국민70%이상이 불교도인 타이는 설 명절을 쇤다. 3만여 곳의 사원에 18만여 명의 승려가 소승불교국가를 이루고 있단다. 티브이 다큐로 익히 봐왔지만 동트기 전에 승려들의 탁발로 국민들의 일상은 시작된다.

소년스님들의 바루에 정성껏 마련한 음식을 공양하는 시민들의 경건한 모습을 보면서 삶의 순수성을 가늠해 봤었다. 소년들은 사찰에 입문하여 일정기간 수도생활을 하며 일생을 수도승으로 사는 걸 대단한 영애로 여기나 싶었다. 그런 불교왕국의 한 단면을 엿보러 왕궁사원(Grand Palace)과 와불상(Wat Pho)를 순례키로 했다.

9시에 호텔콜택시SUV에 승차하여 오늘 우릴 안내할 가이드와 인살 나눴다. 대로변은 설`명절을 즐기려는 인파로 넘치고, 차이나타운과 연계된 왕궁사원입구는 장사진을 일궜다. 성벽길이2km에 둘러싸인 왕궁사원은 라마1세부터 현재까지 증개축을 해온 역대 국왕의 처소며 에메랄드사원(Wat Phra Kaew)은 왕실제사를 모시는 수호사찰이다.

크메르와의 전쟁 전엔 그냥 불타였다. 전쟁의 상흔을 보수하려다 금부처란 걸 발견한 거다.

눈부신 금빛의 송곳첨탑들이 코발트하늘을 뚫고, 햇빛에 반짝이는 모자이크건물들이 수 없이 연결된 사원은 요술만화궁전에 들어선 기분이라. 몇 계단 올라 들어선 사찰내부에 비취로 만든 불상이 있는데 이를 ‘에메랄드 불상의 사원’, 즉 ‘왓 프라 깨우’라 부른다. 이 신성한 불상을 참견하려면 민소매나 반바지차림은 입장할 수 없고 신발도 벗어야 된다.

에메랄드부처와 금불상

특히 두씻마하쁘라쌋 궁전은 1782년에 라마1세가 세운 최초의 왕궁으로 4층의 타일지붕, 겹겹의 첨탑으로 이뤄진 타이식의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라마1세의 거처이자 정사를 논한 곳으로, 사후 자신의 시신이 화장되기 전 이곳에 안치되기를 바랐단다. 그 전통은 지금까지 이어져 왕족의 시신은 이곳에서 1년 동안 안치 일반인들이 조문을 받는다.

두씻마하뿌라쌋 궁전, 지금 라마9세 시신이 안치 돼 일반인 조문을 받고 있다

작년 10월13일에 서거한 라마9세의 시신이 지금 안치되어있다. 그 후에 시신은 왕궁 앞의 싸남루앙에서 화장을 한다. 빅토리아풍건축양식은 발코니와 기둥 부분에 많이 사용된 궁전으로 라마4세가 지은 ‘보로마비만 홀’이 있다. 이 궁전을 무대로 한 영화 <왕과 나 The King and I>의 여주인공 안나도 여기서 살았다.

마거릿 랜든의 소설 〈애나와 시암의 왕〉을 영화화한 <왕과 나>는 라마4세몽꿋(Mongkut)과 영국출신가정교사 애나의 문화와 신분차이로 인한 갈등이 종낸 해피엔딩이 되는 이야기다. 총천연색이었던 영화는 내가 영화광이 되는 데 일조한 불망의 영화였는데 타이왕궁이 실재무대란 건 한참 후에 알았다.

왕궁사원 영접장, 뒤 청`녹색지붕의 긴 건물이 학교

콧대 높은 시암 왕(율 브리너)의 독선에 적극적으로 시정하려드는 주체성 강한 안나(데버러 커)의 시련극복이 유쾌하게 전개되면서 영화는 공전의 힛트를 쳤었다. 67명의 아내 사이에 자식을 100여명을 둔 시암의 왕을 독신녀 안나가 삐끗하게나마 이끌어가는 흥미진진한 반전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결국 시암 왕은 서구문화를 받아들여 타이의 근대화를 앞당기면서 서구열강의 식민정책에 슬기롭게 대처한 유능한 국왕으로 추앙받았다. 왕궁사원은 국왕이 관리를 하면서 수익금은 교육기관에 투자하고 있단다. 사원 앞엔 규모가 큰 학교와 승려 촌이 있었다.

차이나타운, 길거리무대 설치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신년축하 빨간 프래카드로 거리를 덮은 차이나타운은 화교들의 설맞이가 어떤지 상상을 절한다. 거리 곳곳에 축제이벤트무대를 만드느라 북새통이고, 끝이 안 보이는 그 아수라장을 빠져나오는데 애를 먹어야 했다. 왓포를 향한다. 타이의 사원은 화려함과 상상을 절한 규모에 놀란다.

외침을 받지 않은 역사성 깊은 독립국의 위상은 문화재보전에도 아름다운 때깔이 켜켜이 배어난다. 길이46m, 높이15m의 거대한 와불상(臥佛像)이 있는 왓포도 웅장함과 아름다움에 탄성을 지를 수밖에 없다. 석가모니의 열반직전의 모습을 조각한 와불은 무려 16년7개월 동안 빚은 성물(聖物)이다. 길이3m, 폭5m의 발바닥은 자개장식인데 장대한 와불의 정교함과 아름다움은 순례자를 감동과 경외심에 빠져들게 한다.

와불상전면의 복도. 길이46m의 와불만큼 길다, 기둥의 그림은 手作

와불상을 한 바퀴 돌아보는 것만으로 수신(修身)에 이를 것 같았다. 와불상 뒤의 줄지은 놋쇠항아리엔 순례자들이 동전을 넣으며 소원을 기도하고 있었는데, 삐딱하게 생각해 보는 나의 천박한 비신앙심을 누군가가 들여다볼까 실소했다. 와불상 좌대에 라마1세의 유골이 안치됐단다. 유명사찰이나 성당은 성직자들의 무덤이기 십상이다.

와불의 발바닥은 자개를 정교하게 새공한 예술품이라

죽음을 주검으로 보지 않는 내세승천(來世昇天)의 소이려니. 경내엔 태국최초의 대학이 설립되어 종교, 과학, 문학, 의학의 전당으로 이바지한다. 사원동쪽에 ‘왓 포 타이전통마사지스쿨’도 있다. 전통마사지는 서양의학이 도입 전 태국의 전통의학 기관이고 지금도 전통마사지교육장으로 회자된단다. 불교가 타이국민들의 영혼을 살찌우며 숭상 받는 원천일 수밖에~!

순수와 아름다움이 차 넘치고 유구한 전통속의 신비감이 경탄을 자아내는 풍요의 땅, 자유의 전당이 타이란 생각에 토를 달고 싶지 안했다. ‘타이는 넓고 볼 것도 많다’ 얼마 전에 작고한 김우중씨의 혜안이 생각났다. 밤엔 지하2층 레스토랑 겸 바에서 라이브음악과 요지경속 밤 문화를 응시했다.

2020. 01. 25

와불상 뒷면, 좌대는 라마1세의 시신이 안치 됐다
순례자들이 소원을 빌며 동전을 시주하는 놋쇠 항아리, 이곳의 시주돈은 전부 교육`공익사업에 쓰인다
전면의 기와집은 승려들 숙소, 뒤 청색지붕의 긴 건물은 왕궁학교
차이나타운 입구
사원 유리문, 무엇 하나 예술품 아닌 것이 없다
차이나타운의 병원
왕궁출입 쪽문
▲라이브 쇼 무대에서 열창하는 가수와 즉흥춤을 추는 손님들, 근디 아리송한 건 눈빛으로 짝을 찾는 부나비손님들의 작업(?)▼

Posted by peppuppy(깡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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