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방콕에서 설맞이 4박5일 - 낙수(落穗)
타이(태국)가 자유여행객들의 천국이 될 수 있음은 동남아 중심지란 지리적 이점과 편리한 육해공교통, 상온의 기후와 싼 물가에 있잖을까. 더구나 전쟁이나 외침을 격은 바 없어 유구한 역사와 문화유산은 독특하고 신비한 아름다움이 물씬 풍긴다.
게다가 세월의 때깔이 켜켜이 배인 전통문화는 메마른 도시인들의 정서를 자극할 수밖에 없지 싶었다. 4박5일간 뭉그적댄 그랜드 하얏트호텔에서 마주친 모든 것들이 정갈하고 겸손했다. 소탈한 생활 속에 합장인사는 친근감을 자아내 한 발 가까이 다가서게 한다.
넘 짧은 일정이었지만 타이문명의 집합처일 방콕을 그것도 롱 테일을 타고, 차오프라야 강의 클롱을 유유히 흐르며 연안을 구경했다는 건 잊을 수 없는 독특한 여행이었던 것이다. 차오프라야 강은 타이의 젖줄이면서 생존의 씨날줄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여 차오프라야 강이 없는 타이는 생각할 수 없지 싶다.
타이어(語)로 메남이라 부르는‘강’은 길이 약 372 km이고, 전 국토에 실핏줄처럼 뻗친 클롱까지는 얼마일까? 메남이 일궈낸 비옥한 삼각지는 농수산물의 풍요를 담보하고, 그것들을 집하(集荷)수송하기 위한 클롱[水路]엔 온갖 수송선이 등장하여 연안엔 자연스럽게 수상가옥마을이 생겼을 테다.
글다보니 다양한 어군(魚群)이 풍부해져 수입이 늘고 수상마을의 풍정(風情)은 관광객이 찾는 이색적인 별천지가 됐음이다. 선착장이 생기고, 식당과 각종 매장과 공연장이 들어서면서 수상시장이 형성되는 차오프라야 강의 문화는 타이의 또 하나의 볼거리 관광지가 된 셈이다.
롱 테일을 타고 유람한 클롱 양안의 풍경들은 도회인들의 노스탈지아를 불러일으키게 한다. 닥지닥지 붙어있는 수상가옥들을 보면 치열한 생존의 울타리를, 열악한 환경을 극복해낸 공존의 의지가 보인다. 거기에 깃들어 있을 행불행의 차이를 가늠한다는 게 얼마나 부질없는 허상일지를 생각하면서 말이다.
결코 낭만적이지 않는 롱 테일 유람은 수상시장이나 전통시장바닥을 훑으면 삶이란 어떤 것인가, 어찌했던가에 천착하게 된다. 지구상의 온갖 인종들의 북새통 속에 나[我]라는 존재와 생의 가치를 엿보게 되는 거였다. 난 왜 여기 있는가?
각양각색의 웃는 얼굴들이 마주치고, 친절과 배려의 여유로움 속에 자기의 몫을 묵묵히 해내기에, 사회는 시간의 바퀼 굴리며 잘도 흘러가는가 싶었던 것이다. 시가지를 달리는 승용차와 오토바이와 뚝뚝이(바퀴 세 개에 차양막이 있는 오토바이택시)들이 온갖 치장과 멋을 부리며 뒤 석여 목적질 향한다.
교통체증에 사달려도 경적소리 안 내고 제 갈 길을 찾아가는 건 타이인들이 순박한 자리이타(自利利他)불교문화를 체 받아서였지 싶고. 진홍, 진초록, 진노랑색의 택시(누가 맨 처음 택시에 원색을 칠할 생각을 했을까?)를 보면 마음마저 밝아졌다. 순수한 문화는 애초에 강열한 원색바탕에서 발아했지 싶었다.
타이의 또 다른 심벌인 아름다운 사원들의 눈부신 금빛도 불변의 원색을 불성으로 각인시켜 돋보이게 하나 싶었다. 입헌군주국인 타이는 실권 없는 국왕이지만 타이국민들의 절대적인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다. 그건 훌륭한 애민정신으로 독립을 유지시킨 자랑스런 역사를 견인한 국왕에 대한 신뢰에서 비롯됐을 것 같다. 근래에 들어 군부 구테타의 연속으로 국가발전이 정체에 빠진 불운이 씁쓸하긴 했지만 말이다.
한창 번영을 구가하는 타이의 역동적인 모습속에 아쉬웠던 건, 길거리 글고 마트 내지 시장, 더는 쇼핑몰에서 한국산제품 찾기가 어려웠다. 특히 일제자동차의 홍수 속에서 현대`기아차를 볼 수가 없어 착잡했다. 한류영상문화에 심취하는 타이사람들 한테 말이다. 미제와 서구차가 양념처럼 섞인 속에 현대SUV를 두 대쯤 본 것 같다.
천연자원이 풍부한 타이는 살기 좋은 지구상의 몇 안 되는 나라다. 학창시절 동경했던 타이가 이번 짧은 영행 중에 결코 허상이 아니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담엔 보다 많은 시간을 타이에서 보내고 싶었다. 아내가 빨리 쾌차하여 기뻤지만 여행은 체력이다. 나이와 건강과 여행은 함수관계다. 많은 곳을 가보고 싶지만 말이다. 올 추석은 호주를 찍었다.
2020. 0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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