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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4) 방콕에서 설맞이 4박5일 – 차오프라야 강의 롱 테일 & 전통시장

 4) 방콕에서 설맞이 4박5일 – 차오프라야 강의 롱 테일 & 전통시장

울`식구 전용 롱 테일, 노인선장 만큼 고물선인데 원색의 차양막이 때깔 좋게 보인다(사진잉께~)

타이를 관통하는 차오프라야 강은 라오스 산지에서 발원하는데 메콩 강의 한 축으로 말하기도 한다. 차오프라야 강이 광대한 삼각주를 만들어 타이의 풍요를 일구고, 연안에 방콕을 비롯한 대도시를 발달시켰다. 타이국토에 거미줄처럼 뻗어있는 차오프라야 강은 농산물과 티크목재, 사람들의 왕래를 위한 중요한 수송로이기도 했다.

새벽사원, 가이드가 여명때가 아니면 어제 본 사원들일랑 피장파장이라고 '레츠 고' 했다

지금은 도처에 댐이 건설되어 수력발전과 홍수조절을 하는 강으로 변신, 오늘 울`식구가 이용하는 롱테일 보트도 수위조절용 관문을 통과하면서 시내를 흐르는 지류에 합류한다.  어제부터 호텔에서 소개해준 꼰대가이드는 SUV승합차로 한 시간여 시내드라이브와 어제 미처 못 본 왕궁사원일부를 훑곤, 차오프라야강선착장(Tien Pier)에서 롱 테일 보트로 안내를 한다.

차오프라야강 동안의 방콕

십여 명이 탈까 말까한 카누 같은 롱 테일은 노인선장 만큼이나 노후 된 목선이라. 아낸 흔들거리는 배에 타자마자 무섭다고 관광을 포기하잔다. 한강보다 더 큰 차오프라야 강은 검푸른 파도를 일궈 좁고 긴 롱 테일을 전복시키려는 듯 요동을 친다. 갓 길들이기 하려고 말등에 올라탄 목동을 떨어트리려 지랄 떠는 망아지새끼처럼 말이다.

수위조절 갑문, 갑문이 열리길 기다려야 한다. 울 꼰대가이드가 열심히 씨오리면 둘째가 통역을 했다.

아낸 그때마다 나를 붙잡고 몸살이다. 그래 처음 만난 커플들의 데이트코스로 딱 일거란 생각도 해봤다. 수많은 배들이 강을 가르며 내는 거친 파도 저편 연안에 멋진 사진 한 장이 걸려있다. 스틸 컷으로 봐왔던 ‘새벽사원’이라. 멀리서 보는 게 더 멋 있을랑가? 가이드한테 물으니 여명속의 풍경을 빼면 어제 본 사원들 판박이로 생각함 된단다.

수상가옥, 제법 부촌때깔이 난다.

강 본류에서 클롱(klong)이라 불리는 폭이 좁은 수로로 들어선 배는 한참을 대기한다. 수위조절을 위한 갑문이 열려야 한단다. 클롱에 롱 테일들이 두 줄로 꼬릴 물고 대기하는데 그 비좁은 강폭에서의 운전솜씨가 일품이다. 달랑 울`식구뿐인 롱 테일과 단체관광선까지 십여척의 배는 외장색깔도 각각이다. 다만 후미의 까무잡잡하게 그을린 선장들의 꽤째째한 모습과 그들 곁의 우람한 발전기가 엇비슷 닮았다.

왕궁소유 건물인데 뭔지를 잊어 먹었다

또 있다. 시동을 걸 때나 속력을 낼 때 요란한 괴성을 내는 엔진소리가 닮았다. 다만 우리가 탄 롱 테일이 괴성도 더 크고 속력도 느려터졌다.  그래 늘 꼴찌인 울`고물선은 도장색도 벗겨져 퇴역을 코 앞에 둔 노인선장과 운명을 다 할듯 싶었다. 달려드는 풍경을 찬찬히 즐길 수 있는 고물선이 우린 맘에 들었다.  낡은 배와 노인의 운명이 얼마나 버틸지 애잔한 기분이 들었지만 노인의 음성은 아직 카랑카랑 했다. 새것은 언젠가 낡게 마련이다. 늙어 사라지기까지의 과정이 중요한 것일 것이다. 

여기 수상촌은 서민쯤 될까 싶었다. 자가용이 즐비하고~

강변의 수상가옥들도 세월에 닳고 닳아 금방이라도 폭삭 가라앉을 것 같다. 판잣집들을 간당간당 떠받치고 있는 물속의 침목들은 썩어 위태위태한데, 용케 버티고 있는 건 서로 다닥다닥 붙어 기대고 있어서일지 모른다. 세상 어디나 빈부는 존재한다. 허나 빈부가 곧 행불행과 연계되진 않는다. 가난할수록 행복에 이르는 확률은 높다.

위태위태한 수상가옥, 결코 불행하다고 생각진 않을 테다

금방 전복될 듯싶은 쪽배에 과일나부랭일 싣고 관광객을 좇는 보트아주머니의 검붉은 얼굴에 번지는 해맑은 미소가 서글프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우린 배 부른단 핑계로 그냥 지나쳤다. 노인선장이 부러 뱃머리를 글로 돌렸는데 미처 생각을 못했다. 클롱 길목마다 국수와 먹거릴 파는 배들이 관광객을 기다리지만 별로이지 싶었다. 하여 선상장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단다.

수상장사 보트 아줌마들은 관광객을 태운 롱 테일이 나타나길 기다린다. 근디 우린 다가섰다가 그냥 가면서 후회 같은 걸 씹고~

강가에 기대 농수산물을 팔며 생계를 꾸렸을 수상가옥들이 빈곤해 보이는 건, 문명의 발달로 열악해진 상품과 좁아진 시장일 것이다. 클롱은 옛날처럼 좋은 생필품판로가 아니다. 롱 테일이 시도 때도 없이 괴성을 지르며 평온을 깨뜨려도 모른 챌 하는 그들을 헤아려봤다. 울`나라 같음 소음 탓에 못 살겠다고, 나룻배장사들은 상권 막힌다고 시위할 텐데 말이다.

수상 보트가게, 대부분 과일이 주종이다

그런 보트피플과 수상가옥 저편엔 별장 같은 멋진 집들도 많다. 위치 좋은 곳엔 그림 같은 사원들이 있고, 가난이 묻어나는 수상가옥 밀집지역에도 기도처가 있다. 그 기도처에서, 사원에서 기도하며 갈구 하는 게 결코 부(富)만을 바라진 않을 게다. 부질없는 소원이란 걸 진즉부터 알았기에 하루하루의 안녕을 기원하지 싶었다. 검붉고 여윈 그들의 얼굴에 소박한 행복이 보였다.

쿨롱 보트정착장, 우린 여기서 점심과 수상시장쇼핑을 했다, 롱 테일머리의 꽃다발은 설맞이 무탈을 기원하는 축원용,

정오를 지나 중간 기착장에 내려 점심을 먹고 수상시장쇼핑에 나섰다. 쌀국수와 카레 밥, 손바닥만 한 돔 같은 물고기구이 등을 시켰는데 우리는 입맛에 안 맞아 포기했다. 가이드는 울`몫까지 포식했는데 주위 관광객들도 대게 잘 먹고 있었다. 시장기가 반찬이라 했던가. 북적대는 수상시장에서 진귀한 풍경은 화장실 앞의 노천이발소였다.

수상시장 노천 이발소. 이미용 인턴들의 목하 실습 중

의자만 띄엄띄엄 달랑 놓인 넓은 마당에서 십여 명이 앉아 이발 중이라 가이드한테 물었더니 실습장이란다. 이미용학원생들이 공짜로 이발을 해주는 인턴수업(?)풍경이었다. 면도와 세발은 언감생심일 테고. 그런 진풍경에 눈 팔다 한 시간이 훌쩍 지났다. 우리가 다시 선착장에 서자 맞은 편 부둣가 구석에서 쉬고 있던 노인선장이 괴성을 토하는 고물배를 몰고 우리 쪽으로 왔다.

수상보트식당, 난 입맛이 안 당겨 거의 가이드가 땡 잡았었다.

아까 같이 점심을 하자는 우리의 제안을 가이드가 말렸기에 끄닐 때웠는지 묻기도 뭣했다. 다시 클롱 위를 달리며 양안의 풍경들에 취한다. 허름한 수상가옥 터에 이따금 도마뱀이 어슬렁대어 공생해야할 강변사람들 심사가 궁금했고, 때론 잉어 같은 큰물고기가 수면 위로 주둥일 내밀 땐 클롱은 물 반, 고기 반 인가도 싶었다. 다시 차오프라야 강 본류에 합류한다.

수상시장, 쬠은 조잡해 보였다

시암만이 가까웠는지 강폭은 바다 같다. 파도가 드세져 뱃머릴 때린 물세례 맞는 횟수만큼 아내의 비명소리도 비례한다. 오후2시쯤 우린 전통시장을 찾아들었다. 춘절(설)휴일 탓일까? 어디가 어딘지 가늠할 수 없는 광대한 시장은 인파로 뒤덮였다. 관광천국답게 인종전시장 이기도 했다. 딱히 살 것도 없고, 욕심나는 물건도 없는 쇼핑은 땡볕까지 내려쬐어 우릴 지치게 했다.

수상시장의 뒤 풍경, 좌측에 레마철교(?) 사촌철다리가 걸려있고~

바나나병전, 꼬치구이도 억지로 씹어봤는데 두리안은 그 독특한 향 탓에 아낸 곧장 화장실로 직행해야 했다. 시장바닥은 어느 나라나 엇비슷하다. 기초적인 생활상이란 게 고만고만한 거라 지구촌 어디서든 일맥상통한다. 언어만 소통되면 사람은 사회적동물이라 어디서든 행복해질 수가 있으려니. 헤아릴 수없이 스쳐가는 얼굴표정들이 그걸 증명해준다.

망망대해 인도양으로 진입하는 시암만이 멀지 않은 듯, 강 폭이 드넓어지고 파도도 드세졌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목각으로 형상화해 놓은 조각상점에서 사진을 찍자 아주머니가 사진촬영금지딱지를 들고 나와 걸었다. 말이 통할 것 같지 않자 퍼포먼스로 나섬이다. 난 미안해 웃으며 목례를 하고 물러났다. 아주머니가 이쁘게 웃고 있었다. 말 한마디 없는 훌륭한 소통이었다. 상대를 읽을 수 있을 때 기쁨에 이르게 된다. 아주머닌 프로페셔널이었다.

없는 것 빼곤 무진장하게 들어 찬 전통시장의 튀김거리

아무튼 전통시장의 상품종류와 물량은 가늠할 수 없지 싶고 값도 상상이하로 싸다. 싸다는 표현은 나만의 셈법일지니? 근데도 우린 산 게 없다. 우리 같은 관광객들이라면 시장이 오그라질 텐데 현대식건물이 세워지고 있잖은가! 세상은 어디든 살만하나 싶다. 적응하는 저력은 자신의 몫이라.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가 행복의 척도일 것이다.

2020. 01. 26

클롱의 수상시장
만물조각상 가게, 내가 사진을 찍자 '촬영금지'딱지를 슬그머니 소녀 팔에 걸며 미소를 지었다
전통시장 옆에 대규모쇼핑센터가 며칠 전에 오픈했단다. 신구갈등이?
▲전통시장. 좌측은 신축오픈한 현대식 상가▼
전통시장. 우측의 돔(?)구이을 롱 테일 수상시장에서 맛 보다 포클 던졌다
전통시장은 또 다른 인종전시장
전병가게, 한 평쯤의 부침가겐 줄서기 해야 한다, 우린 바나나전병을 먹었는데 괜찮았다
레마철교(?) 밑의 수상시장
수상시장에서의 점심-돔`새우구이,볶음밥,카레 등 먹길 포기했다. 맥주는 갈증해소로 그만
수상시장▲
▲차오프라야 강변의 사원▼
롱 테일 유람은 수상보트 못 잖은 스피드를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