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걸어가는 길 - 산행기

한강나루길1~2코스 - 다산유적지 답사

한강나루길1~2코스 - 다산유적지답사

다산길은 청평호반을 끼고 달린다

운길산역에 내린 건 오전 11시경이었다. 태풍 링링으로 땡볕이 한풀 꺾인 한강나루길을 트레킹하며 벼르고 벼르던 단산선생유적지를 답사 하고팠다. 역사후문을 나와 동네고샅에서 전망대를 향하는 비탈길에 테풍링링에 할퀸 상처가 어수선하게 널부러져 있다. 밤나무와 상수리나무가 숭어리무개를 못 이겼던지 열매 달린 가지 채 수북하게 떨궈 놨다.

북한강을 건너는 철교는 양수리 두물머리를 안겨준다

밤나무 중에 조생종이 있었던지 개중엔 빨갛게 익은 알밤도 있다. 무슨 횡재냐. 놈들을 찾아내 까서 챙기느라 정신이 없다. 가실에 들어서기도 전, 가을문턱에서 햇밤을 직접 주어 까먹는 흐뭇함과 행운은 아무나 얻는 게 아니다. 인적 없는 전망대비탈길을 건성인 채 고샅길을 걸었다면 알밤구경도 못했을 테다.

트레킹 & 바이클로드 쉼터

배낭을 짊어진 채 후덥지근한 숲에서 알밤 까느라 트레킹도하기 전에 땀으로 멱을 감는다. 씨알은 작아도 햇밤에다 아내에게 자랑할 생각까지 하니 신이 났다. 뉘 볼세라 도둑질(?)하는 조급함에 반시간 이상 번갯불에 콩 튀겨먹듯 한 탓에 땀 훔쳐내기 바빴다. 북한강변을 달리는 자전거전용도로에 들어섰다. 왕복자전거로는 한쪽갓길을 도보로 병행한다.

숲의 상큼한 공기를 가르는 바이커들의 질주

운길산역에서 청평역까지의 이 도보가 한강나루길이고 다산길1,2코스(20여km)이기도 하다. 나는 오늘 다산길1코스9km쯤에서 2코스다산유적지3.4km를 답사하고 원점회귀(20km남짓)하는 여정을 택하기로 했다. 굴곡이 없는 평편한 한강나루길은 포장길만 아니라면 도보의 천국일 것이다. 우측은 북한강너머로 남한강과 만나는 두물머리를 기웃대며 청평댐이 가둬둔 호반의 풍경을 눈 시리도록 감상할 수 있다.

아름다운 호반은 트레킹 내내 완상할 수 있다

글고 좌측 산자락에 바싹 붙어 질주하는 바이커들의 바람 가르는 소리에 덩달아 신이 난다. 바이커들의 전용자전거와 윈드`런닝웨어로 흡사 패션장이 되버린 경춘자전거전용도로의 풍정을 보노라면 젊음이 한 없이 부럽다. 또한 커플들의 2인용바이클, 꼬맹이를 태운 수레바이클까지 일상탈출의 시원한 질주 속에 덩달아 나도 같이 달리는 착각에 빠져들어서다.

전망 좋은 곳에 세 내개의 벤치를 배치한 쉼터가 있어 트레커나 바이커들의 사랑을 받는다. 한 시간 반쯤 한량걸음 걸었을까. 폐역능내역(陵內驛)이 낡은 객차 한 량을 앞세우고 있는데 인파로 북새통이라. 옛날 경춘선이 활성화 했을 때도 이리 번잡하지 안했을 테다. 다산선생유적지 갈림길인 탓일 것이다. 조안부락뒷산을 넘어 다산유적지가 있는데 숲속의 생가와 묘역과 문화,기념관은 아담하고 고즈넉해 마음을 다잡게 하는 거였다.

객차 한 칸을 앞세운 폐능내역 앞

유적지 안에서 먼저 눈에 띄는 건 거중기였다. 무거운 돌을 끌어올리는 거중기는 수원화성축성시 지대한 공헌을 했다. 공기를 7년 단축하였고, 경비도 4만냥을 절약했던 기계였다. 글고 한강을 건너는 배다리(舟橋)설계다. 그 배다리는 호반저쪽의 세미원과 두물머리 사이의 용늪배다리에서 지금 밟을 수 있고, 군 작전훈련 중 한강도강에 임시로 마련 이용하고 있다. 기념관을 훑고 생가여유당(與猶堂)을 답사했다.

미니어처화성과 거중기

생가 옆 묘역 오르는 길목에 여유당이라 새긴 바위가 있는데 거기가 터(태) 자리란다. 그 옆에 선생의 동상이 있고, 묘역은 생가 뒤 언덕에 있다. 부부합장한 묘역 소나무 숲에서 선생의 유적지를 조망하는 풍정은 정갈한 수채화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 흐르듯, 흐르지 않는 듯 유유한 한강의 품안에서 태어나 자란 선생이기에 성품이 고만하고 도량이 하해와 같았지 싶다.

좌측의 여유당이라 음각된 돌비석은 선생의 탄생터다

선생을 흠모하는 수많은 참배객과 학생들로 경내는 더더욱 훈훈하다. 여유당 안가 마루에 앉아 우리들에게 말할 수 없는 은전을 베풀었던 거룩한 선생을 상상해 봤다. 그리고 선생이 아들에게 쓴 편지글을 떠올리며 지금 말 같지 않은 말로 세상을 혼탁케 하는, 일부 정치인들의 무책임한 말의 성찬에 육두문자를 선물하고 싶어졌다. 강대국횡포에 경제난 될까봐 국민은 불안한데 당리당략에만 혈안인 정치인들 말이다.

"편지를 한 장 쓸 때마다 두 번 세 번 읽어보면서 이 편지가 사통오달(四通五達)한 번화가에 떨어져 나의 원수가 펴보더라도 내가 죄를 얻지 않을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써야 하고, 또 이 편지가 수백 년 동안 전해져서 안목 있는 많은 사람들의 눈에 띄더라도 조롱받지 않을만한 편지인가를 생각해본 뒤에야 비로소 봉해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군자가 삼가는 바다."                                                             선생이 강진유배지에서 <아들에게 보낸 편지>191쪽에 있는 글이다.

다산선생과 부인의 합묘

사사로운 편지일망정 문장 하나 허투루 쓰지 말 것을 당부하는 선생의 원려를 읽으면서 우리들이 평상시 함부로 뱉는 말 한마디를 얼마나 심사숙고하여야 하는지를 성찰하게 된다. 더욱이 유명인사들 - 공인들의 한마디는 파급효과가 지대하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함이다. 작금의 정치인들이 특히 국회의원들이 존경받지 못하는 건 거짓말과 면책특권을 악용하는 무책임한 말의 회화화를 무시로 하는 탓일 것이다.

선생의 영정을 모신 사당 - 문도사

법을 만든 자기들은 위법행윌 자행하고, 쫌만 맘에 안든 상대편의 행위는 내로남불로 메카시하는 철면피의원들을 우린 언제쯤 안 뽑을 수 있을지? 투표 제대로 해야한다. 선생이 지하에서 한 숨 짓다가 외면할까 싶고, 선현들이 저승에서라도 힐책의 숨소릴 내야 국리민복의 동력이 꺼지지 않을 것이다. 강진들판 너머 흑산도에서 유배중인 형(약전)생각에 잠겼을 천일각에 앉았다가 회귀길에 들었다. 오늘 여정에서 나를 되돌아보는 순간처럼 옹골찬 희열은 여간해서 얻기 어렵다. 선생의 품은 그윽했다.     2019. 09. 08

유적지 답사하는 학생들

* 뿌리의 길 *

다산초당으로 올라가는 산길
지상에 드러낸 소나무의 뿌리를
무심코 힘껏 밟고 가다가 알았다
지하에 있는 뿌리가
더러는 슬픔 가운데 눈물을 달고
지상으로 힘껏 뿌리를 뻗는다는 것을
지상의 바람과 햇볕이 간혹
어머니처럼 다정하게 치맛자락을 거머쥐고
뿌리의 눈물을 훔쳐 준다는 것을
나뭇잎이 떨어져 뿌리로 가서
다시 잎으로 되돌아오는 동안
다산이 초당에 홀로 앉아
모든 길의 뿌리가 된다는 것을
어린 아들과 다산초당으로 가는 산길을 오르며
나도 눈물을 달고
지상의 뿌리가 되어 눕는다
산을 움켜쥐고
지상의 뿌리가  뿌리가 되어 눕는다                                                                                                            길이 되어 눕는다                                                -정 호 승-

 

묘역에서 조망한 경내, 바로 앞 건물은 여유당
강진다산초당에 있는 천일각에서 선생은 강진들녁 너머 죽도와 구강포의 멋진 풍광에 마음을 달래기도 하고 흑산도에 유배중인 형 약전을 그리기도 했었다
힐링터로 그만인 유적지 경내
여유당 현판글씨는 선생의 필적

 

여유당뒷뜰
여유당안채와 마당
묘역 오르는 계단
선생이 노스탈지언이 돼 그린 고향묵화
선생의 저서 경세유표
다산길은 총 3.4km쯤 된다
다산길의 카페들↓↑
다산유적지 갈림길인 폐역 능내역은 지금이 되려 활기찼다
청평호반의 연이파리가 태풍링링으로 연출한 트라우마
도보와 자전거전용도로 경춘가도는 바이커와 트레킹족들의 메카다
북한강을 건너는 철교는 양수리두물머리를 안겨준다
1코스(남색)=한강나루길, 2코스(적색)=다산길
세미원용늪배다리(겨울에 찍은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