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산의 여름유토피아 용추(옥계)구곡

“자양금(紫陽琴) 빗겨 안고 고추(古湫)에 누운 용(龍)이                                                                          옥계동문(玉溪洞門) 돌아드니 최소리 반기는 듯                                                                                      무송암(撫松巖)에 수건 걸고 고슬탄(鼓瑟灘)이 어디 뫼오”  성재선생의 <옥계조>에서

농원계

물 폭탄 떨어지는 와룡추(臥龍湫)옆은 경천동지할 물소리와 물안개가 자욱하다. 용추폭포물안개에 젖은 골짝 숲 저 아래에 용이 승천하느라 자맥질하면서 난리를 치는데 성재(省齋 柳重敎1821 –1893))선생한테는 최소리로 환대하는 듯싶었던 모양이다. 그나저나 최소리 내는 폭포 앞에 바짝 붙어 용의 자맥질을 보고 싶은 데 안전요원이 말린다.

용추폭포

글고보니 통나무로 가이드라인을 튼실하게 만들어 출입금지구역화 했다. 오전열시반쯤 됐었다. 사진 한 장만 찍자고 통사정해도 포토`존을 가리키며 고갤 젓는다. 낭패였다. 용추구곡물길 따른 생태숲길을 거슬러 거니는데 물놀이 피서객들이 목 좋은 곳은 여지없이 차지했다. 참 바지런도 하다.

하긴 새벽같이 길나서야 명당자리(?)에서 하루를 즐길 수 있을 테다. 초록숲길에 마타리가 노오란 꽃술을 흔들어대며 마중을 나왔다. ‘뭉쳐야 산다’는 듯 쬐그만 꽃술을 모듬 피워 꽃다발을 만든 마타리의 생의 지혜는 그래서 더 아름답다. 짝 잃어서 설까,  소나무 없는 바위가 뭘 대견하다고 무송암(撫松巖)이란 이름까지 붙여 줬을꼬?  성재선생은 노송 한 그루를 맘에 심었드랬다. 

또 하나의 무송암과 여심

관찰길은 한도 끝도 없이 물장난 치며 떠들어대는 용추물길 관찰길이라 해야 할 것 같다. 연인산이 짜낸 골수들은 칼봉산 밑 작은 웅덩이에 모여 소풍길에 든다. 재잘대며 정겹게 흐르는 물길은 청풍골의 땀방울도 보듬어 세를 불리고 물안골의 세숫물까지 포옹하면 거칠 것 없는 도도한 용추물이 된다. 놈들은 그렇게 한강을 향해 내달리는데~!

짙푸른 여름의 노오란꼬깔 마타리가 만개한 쉼터

그 물길은 푸나무와 뿌리를 씻기고 돌멩이를 다듬으며 달리다 낭떠러지에서 곤두박질치곤 성난 물길로 변해 바위와의 싸움이 시작된다. 무송암 같이 짝을 잃는 한이 있어도 버티는 바위를, 사나운 물길은 바위 밑을 파기 시작해 깊고 큰 웅덩이를 만들게 되는 거였다. 돌과 바위뿐인 용추계곡이 웅덩이가 많은 까닭을 알만 하다.

추월담

그 웅덩이가 검푸른 건 바위와 물의 싸움으로 멍이 든 피멍자국이라. 그 푸른 상체기 웅덩이를 피서객들이 좋아하니 세상의 아이러니랄까? 탁령뢰를 향한다. 시퍼런 소(沼)는 꾀나 넓다. 피서객들의 공짜 천연풀장이 됐다. 훌쩍 뛰어들어 자맥질 하고 싶다. 고슬탄(鼓瑟灘)의 잔잔한 웅덩이 가장자린 수상테이블까지 등장 먹거리파티도 벌렸다.

탁령뢰

시원한 물속에 발 담그고 물소리 반주에 건배하며 떠드는 저들의 행복은 어쩌다 일 것이다. 일사대앞을 지난다. 계곡돌멩이들이, 바위가 죄다 하얗다. 청정물길에 닳고 닳아 설까? 하얀 바위에 부서져 튀는 하얀 물방울이 구슬처럼 구르며 여린 햇살에 반짝이는 게 옥구슬이다. 옥구슬이 깔린 계곡 – 옥계동, 옥계구곡이란 말이 생긴 소이를 알만하다.

일사대

푸른 소(沼)에서 옥구슬마사지를 받는 여인들의 행복도 어쩌다 일 것이다. 추월담(秋月潭)엔 원색의 수영복을 걸친 피서객들의 물장난이 한창이다. 울긋불긋한 수영복으로 가을을 입도선매한 듯 추월담은 밤으로의 여정을 최촉하는지 모르겠다. 울창한 초목에 싸인 검은 골짝의 물길은 더더욱 하얗다.

검은 바위벼랑을 타고 내리는 하얀 물길은 생태 숲의 진면목일 듯싶다. 청풍협(淸風峽)의 검은 골짝은 옥계구곡의 은밀한 속살이다. 연인산, 칼봉, 노적봉, 매봉, 깃대봉, 옥녀봉의 험준한 산세로 감싼 용추계곡은 가파른 절벽과 돌멩이천지다.  그들이 웅장한 오케스트라를 연주한다.

귀유연상류

거기에 풍부한 수량은 바윌 깎아 폭포와 깊은 소를 만들어 12여km골짝을 파냈으니 기괴한 형상과 멋의 아름다움을 옥계동이라 부르면서 그 중 빼어난 아홉 곳의 경치를 성재선생은 옥계구곡이라 명명했다. 거북이가 유유자적한 귀유연(龜遊淵)에 서면 그 시퍼런 소와 깊게 패인 바위골에 언어도단에 이르게 된다.

귀유연

귀유연에 서서 시퍼런 소에 일렁이는 빛살과 웅장한 물소리에 나를 맡겨볼 일이다. 까닭 잘 못하다 떨어지지만 않는다면 천국에 이르는 성불(成佛)처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점점 더 깊어지는 골짝의 빼곡 울창한 숲길은 물소리오케스트라전당에 든 기분이라. 세상은 온통 물소리뿐이다.

여기서 불쌍한 건 매미다. 짝 찾는 노래 소리가 물소리에 묻혀버린다. 멍청한 놈은 몸통이 터져 풍비박산 나도록 울어댄다. 용추계곡의 매미들은 물소리가 시끄러운지 모르는 지들만의 천국일지도 모른다. 무릇 생명체들은 환경에 적응해 살아가도록 스스로 진화할 테니 말이다.

시원한 숲길은 짤린 채 기웃거리는 햇살이 반갑다

드뎌 농원계(弄援溪)에 닿았다. 몇 분의 피서객들이 잔잔한 소에서 천국의 순간을 즐기고 있었다. ‘기암괴석사이를 물살이 흐르며 노니는 시내’라는 의미로 농원계라고 아홉 번째 명명했단다. 나도 농원계 위 자그만 소에  배낭을 풀고 천국에 들었다. 격동의 물소리는 세레나데조로 바뀌었다.

농원계

시원한 골짝은 추워 바람막이 점퍼를 꺼내 입게 했다. 피서와 힐링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천국의 파라다이스가 옥계구곡이 아닐까? 옥계구곡을 죽는 날까지 사랑한 성재 유중교(省齋 柳重敎)선생은 대학자 이항로의 문하에서 수학한 고종 때의 학자였다.

탁령뢰

한말 문호를 개방하고 문물과 기술을 받아들이자는 김홍집, 박영효를 비롯한 개화파에 맞서 선생은 구법보수(舊法保守)와 척양척왜(斥洋斥倭)를 주장하며 벼슬길도 마다하고 후학에 집념한 선비였다. 지금에서 생각해보면 개화파가 득세했으면 일제36년의 치욕을 면했을 수도 있었지 싶어 아쉽기도 하다. 그때 보수와 진보는 타협 절충안을 도출했어야 했다. 

아니 요즘 우리나라 정세는 지소미아(GSOMIA, 韓日軍事情報保護協定) 문제를 반일척왜(反日斥倭)로 갈라서는, 얼핏 한말의 식자들의 반목을 연상케 한다. 지금이라면 선생은 어떤 주장을 할까?   선생의 지혜라면 무릎 칠 탁견을  냈을 만하다.  마타리 흐드러진 쉼터에 이르니 파란하늘이 송신탑에 걸려 가을빛을 탐한다. 뜨건 여름과 함께 우릴 우울하게 하는 역겨운 사람들도 물러섰음 싶다.

“고산구곡담(高山九曲潭)을 주모래복거(誅茅來卜居)하니                                                                    무이(武夷)을 상상(相像)하고 사람이 모르더니                                                                                        벗님네 다오신다 학주자(學朱子) 하오리라                                                                                               일곡(一曲)은 어디 뫼고 평무(平蕪)에 네거드니                                                                                       송간(松間)에 녹준(綠樽)을 놓고”     선생이 구곡폭포를 생각하며 읊은 <구곡가>일부다.

청풍협의 한 풍경

나는 오늘 선생이 그토록 사랑했던 옥계구곡을 거닐면서 자연의 아름다움에 심취한 채 행복해했다. 단 하나 유토피아옥계구곡 냇가가장자리와 쉼터에 수 없이 버려져 있던 담배꽁초가 거슬렸다.  흡연자들이 금연해방구(?)라고 품위까지 내던지고도  또 피서차 올랑가? 몇 백m마다 안전요원이 있었지만 금연은 외면 당하고 있었다. 끽연자들은 예의규범 마져 연기처럼 날려버리는가?

아침에 왼쪽무릎이 삐긋 시어 연인산행을 다음으로 미룬 채 옥계구곡트레킹에 들었는데 피서의 천국행으로 행복했다. 짙푸른 숲 속에 하얀돌무더길 뛰넘는, 맑은 옥구슬 물방울이 구르는 소리는 장엄한 울림이었다. 만땅한 피톤치드로 창자까지 씻어내는 여름소풍의 신바람! 아~ 옥계구곡!                                 2019. 08. 18

탁령뢰를 전세 낸 피서족
고슬탄
일사대
울창한 숲속 절벽에 숨은 벌통
귀유연은 무섭도록 시퍼렇다
잣나무숲길
마타리의 꿈? 하늘과 구름사이의 햇살을 품는 것?

 

'물놀이 금지구역' 현수막이 걸린 곳은 조롱하듯이 어김없이 피서객들의 물놀이터였다.
성재유중교선생사당
청풍협을 통째로 전세(?)낸~
지 눈에 안경이라고 흐릿하게 담은 칡꽃이 순수성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했다

 

Posted by peppuppy(깡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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