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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아

멋진 아내

아내 & 배추



“여보, 접때 이 마트 배추광고 찾아볼래요?”

정오쯤 신문을 훑고 있는 내게 아낸 뜬금없이 신문광고얘기를 꺼내고 있었다. 그건 며칠 전 신문2면에 걸쳐 낸 광고에 배추 한 포기에 1,300원씩 2일간 팔고, 이후엔 1,880원에 팔겠다는 걸 말함 이였다.

“뭐하게? 진즉 끝났어.”

“1800원엔가 판다는 거 지금도 하는지 알아보게요.”

“신문 찾기보다 이 마트에 전화하는 게 났겠네. 아니, 김장 좀 있다 하기로 했잖소?”

김장걱정 하는 아내에게 난 금년엔 늦게 하면 할수록 배추 값은 떨어지게 된다고 매스컴을 통해 눈·귀동냥 들은 정보를 확신도 없이 아내에게 립·서비스 했던 거였다.

아낸 전화통을 들었고 저쪽 상대방은 배추를 모레까지 팔 거며 올 땐 전활 해 보고 오라는 거란다. 매일 한정 된 수량이라 오늘은 이미 종료 됐을 테니 우린 내일아침 일찍 가보자고 했겠다.

그러나 오후엔 아낸 김장용 양념거리를 사고 배추 값도 알아보자고 최촉하여 우린 집을 나섰다.

농수산물도매센터에선 배추 한 포기당 \2,500~3,000 정도였고, 우린 양념거리를 사서 이 마트로 향했다.

1층 식품매장에 들어선 우린 눈을 의심했다. 매장에 모기장포대에 3포기씩 담긴 배추가 좀 쌓여있고 값도 포기당 1,880원이어서였다.

더구나 매장아주머니는 kb비시카드 결재 시엔 20%할인까지 해 준다니 우리내왼 당장 사기로 했다. 헌데 내게 있는 유일카드는 농협비시카드라.

kb카드가 아님 안 된단다. 그까짓 거 만들면 되잖은가! 카드 만들겠다고 우린 밖으로 나왔다. 근데 전엔 그리도 많았던 카드 만드는 곳이 없다.

할 수 없어 우린 국민은행을 찾아 들었고, 상담을 했던바 서류를 제출하고 4일은 지나야 카드를 쓸 수가 있다는 거다.

황당했다. 아니, 세상물정 모른 내가 한심스러웠다. 사실 언젠가 까진 은행, 백화점, 상가갓길 어디서든 카드 만들라고 호객행위 하는 걸 경험한 나였다. 난 카드를 만들 필요성을 느끼질 못했었다.

2년 전 농협비시카드를 만들 때도 창구여직원이 여러 번 권유한데다 승용차에 기름 넣을 땐 이익이 되겠다싶어 만들었었는데 이내 생각을 바꿨었다. 모든 상거래를 카드로 해야 세금누수가 안된다는 점 이였다.

어쨌거나 낭패였다. 아내와 난 애들에게 전화질을 해 보기로 했다. 그 애들은 지갑에 카드를 몇 장씩은 꽂고 있다는 걸 알고 있어서였다. 허나 셋 모두 kb카드는 없고 막내사위만 갖고 있는데 카드넘버와 비밀번호만으로 구매가능한지를 타진하라는 게다.


희망을 갖고 다시 이 마트엘 갔다. 카드 없인 안 된단다. 우리가 딱 했던지 아님, 상부상조하며 매상도 올린다는 속셈에선지 매장아주머니가 아내에게 귓속말로 카드를 빌려주겠단다.

‘얼씨구나’ 하고 좋아서 아주머니께 몇 번이나 감사를 표하고 17포대(51포기)를 구매했다.

20%할인(\19,170)된 결재 액은 \76,700 이였다. 포기당 얼추 \1,500원 꼴인 셈이다.

아주머니께 현금지불하고 우린 희희낙락 하면서 차에 올랐다.

“생각지도 않게 횡재했어. 오늘 당신 말대로 나오길 잘했네.”라고 난 아내를 토닥거렸다.

배추 사러 나오자는 아내에게 아픈 몸 끌고 나서고 싶지를 안 해 어지간히 뭉그적댔던 나였었다.

“시원하네. 배추 사버려서-.” 아낸 한껏 상기 돼 있었다. 걱정 하나를 던 거였다.

항상 이 맘 때면 김장걱정 하는 게 주부들의 연례시름이지만 금년엔 금값 된 배추파동 탓에 걱정은 곱빼기가 됐을 테다.

난 아내 옆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19,000을 아끼겠다고 오후 한나절을 자동차를 끌고 다니면서 부산떨어야 했던 정황을 되새김질 하면서 말이다.

지인들과 차나 식사를 같이하고 암도 눈치 못 채게 어느 뜸에 계산하는 아내, 어쩌다 백화점에선 정찰제란 어휘에 주눅 들어 암 소리 없이 비싼 값 지불하는 아내 아니, 주부들의 이중적인 깍쟁이 노릇이 우리들 서민의 삶을 윤택하게 지탱해 준다는 사실을 재확인하는 오후였다.

'할인 받을 수 있는 상품을 그냥 구매한다는 건 바보다. 그건 당연한 권리이고 의무일 테다.'라고 생각하는 아내였다.

큰 돈은 푼돈이 모인 거고 가정은 그 푼돈이 쌓여 윤택해 진다.

행복한 가정엔 알뜰한 주부가 있기에 가능함이다. 아내의 오뚝한 콧날이 새삼 멋져 보인다.

2010.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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