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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아

B 에게

B에게


-< 以瓦住者는 巧하고 以鉤住者는 憚하며 以黃金住者하다.

其巧一也이나 以有所衿이면 則重外也라. 凡外重者는 內掘이라.>-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활을 쏘면 재능을 한껏 발휘하지만

놋쇠고리를 바라고 쏘면 이미 긴장한다.

금생을 걸고 활을 쏘면 눈이 흐려져 과녁이 두 개로 보이며

이미 제 정신이 아니다.

그의 기교는 변함이 없지만 상이 그의 마음을 갈라.

- 토마스 머튼 -


서구에서 14쇄를 찍고 있다는 토마스 머튼의 ‘장자해설’이란 책 소개란에서

살짝 컷닝 해 보니 입맛이 당겨 자네에게 퍼 담아 보내네.


그런 나는 ‘장자’란 고서의 한 쪽도 열어보질 않은 주제이니

이 유식 해 하는 척하는 꼴 어여삐 거둬주게나.

다만, 나의 삶이란게 너무 과욕 부리다 보니 되려 맘까지 상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인 것 같아 폐부에 닿아서 씨부렁거려 보는 걸세.

허나 욕심 꾸러기인 내가 맘 비우고 뭔가를 행한다는 게 어찌 숭늉 먹듯 할 수 있겠는가?


여친만 해도 그렇지.

힘 빠지고, 포켓마져 실가리 화폐 몇 장을 구겨 넣고 다니는 쫌생이 주제에

뭣까지 챙겨서 카타르시즘에 허우적거리고 난 후에 남는 것은 또한 뭔가?

그래도 스커트자락에 눈길을 떼지 못하는 나를

‘지금 아니하면 그 짓도 언제 하겠나?’라고 합리화하려 든다네.

오직, 나이 처먹고 할 일은 그것밖엔 없다는 한심한 속물이여서 말일세.


내일 송아지가 고고를 울릴 예정이라 했던가?

자넨 생산적인 노동이라도 하고 있다는 오늘이 얼마나한 다행인가?

그게 수지타산이 맞던 안 맞던 간에 말일세.

우리들 이젠 과욕 부릴 기력도 미미하지만 넘 힘들게 몸 혹사시키진 말세나.

장자의 ‘비움의 행위’를 곱씹어 보자구.

건강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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