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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7)콜로니아 디 센트페레의 악어산엘 오르다

7)콜로니아 디 센트페레의 악어산엘 오르다

 

악어 아구딱

 

어제 카라 메스퀴다(Cala Mesquida)해안을 찾았을 때 나는 동쪽에 우뚝 솟아오른 붉은 암산(巖山)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검붉은 바위산정수리는 서쪽을 향해 아가리가 찢어지도록 쩍 벌리고 있는데, 마치 악어가 아구딱을 벌리고 달려드는 형세라 나는 악어산이라고 내 멋대로 작명을 했다.

 

카라 마스퀴다 해안

 

마요르카섬지도엔 메시 디아타(MASSIS D’ARTA)산악지역에 에르미타 디베틀렘(Ermita de Betlem)기도원이 악어산정에 표기됐을 뿐 내가 문의한 누구도 산 이름을 모르고 있었다. 더구나 호텔프런트는 물론 누구도 등산로가 있을 것이다라고만 말 하지 등산안내도도 없어 진입로의 정확한 위치도 모르고 있었다.

 

별장지대

 

우리가 투숙하고 있는 파크하얏트호텔을 병풍처럼 휘도는 기암괴석의 뒷산도 진입로를 모르고 있긴 마찬가지여서 여긴 골프와 보트놀이를 즐기며 스파에서 몸땡이 궁굴리는 휴양지란 생각이 들었다. 어떤 배따신 꼰대들이 험한 바위산을 오르기 위해 이곳에 별장을 지을 텐가?

 

내가 투숙중인 파크하얏트호텔 뒷산도 입맛만 다시다 왔다

 

해안가 바위산 숲 속의 그림 같은 집들은 거의 별장들이고 한 여름철 내지 겨울에 이용하는 피서`피한지인 탓에 비수기인 지금은 한가한 편이란다. 모레는 체크아웃 해야 하는데 언제 악어산등정할 짬이 없다. 아내를 꼬득여 호텔을 나섰다.

 

파크하얏트골프장 후문

 

호텔에서 한 시간쯤 걸으면 카라`메스퀴다해안에 닿을 것 같고, 거기서 악어산정까지 2시간, 하산1시간, 귀가길1시간 어림하여 5시간쯤이면 완주할 것 같았다. 난관은 해안별장지대에서 등산진입로를 찾아내는 거였다.

 

 

가파른 별장지대에 사람도 뜸하지만 벙어리인 울`부부가 할 수 있는 건 직감으로 미로 찾는 거였다. 3부능선쯤 될 별장 뒤 산길을 발견 두 번째 등정에 오르다 길이 점점 사라져 되돌아섰는데, 아낸 아예 포기 호텔로 가겠단다.

 

메스퀴다해안가 별장


그래 우린 지중해까지 날아와 이산가족이 되는 귀로에 서야했다
. 근다고 포기할 수 없어 난 아내와 헤어졌다. 별장지대를 휘도는 임도를 걸으며 등산로를 찾기 반시간쯤 후 골짝물길을 따라 난 숲길을 발견했다. 다행이었다.

 

해안로

 

반시간쯤 된비알산로를 헐떡거리며 틀림없을 등산로란 확신이 든 건 꼬맹이를 앞세우고 하산 중인 흑인 한 분을 만나서다. 내가 웃으며 인사를 하자 그가 밝게 웃으며 손을 들었다. 나나 그나 벙어리이긴 마찬가지였다.

 

바위 악어산

 

사람그림자도 없는 산 속에서 등산객을 조우했다는 건 커다란 위안이 됐다. 바위산너덜에다 숲이 우거져 조심스럽긴 했지만 산행은 무난했다. 뭣보다도 쪽빛지중해가 햇살을 이고 뒤척이느라 은비늘 춤사위를 춰 넋을 놓게 해 시름을 더는 거였다.

 

푸른 지중해바람은 등산객의 청량제

 

한 시간쯤 걸려 베틀렘기도원(?)에 닿았다. 세 칸짜리 기도원은 폐허가 된 흉가였다. 아니 흉가가 기도원이란 주장은 순전히 나의 추측일 뿐이다. 어쨌거나 악어아구딱을 향한다. 아가리 위가 산정이지만 내가 보고픈 건 쩍 벌린 붉은 아구딱이다.

 

폐허로 남은 기도원

 

온통 바위라 등산로가 불분명했다. 해도 발자국흔적이 있는 데를 찾아 오른다. 드뎌 악어턱밑에 섰다. 아구딱벌린 천정이 핏발이 생생하다. 악어가 지금 막 먹이를 삼킨 직후 같다. 아구딱속을 보러 몇 발자국 기어 올라서는데 미끄러졌다.

 

악어 아가리 입구

 

내 디든 붉은 사암덩이가 굴러 떨어졌다. 겁이 났다. 이산가족이 아니라 저승가족이 될지도 모른다. 아서라. 인적도 없는 곳에서 자빠졌다간 저승행이다. 뒤돌아섰다. 일어서 되돌아서자 쪽빛해원이 쫙 펼쳐진다.

 

등산준비 안 된 채 아구딱으로 오르다 미끄러져 그만~

 

저 쪽빛바다를 우측으로 헤엄치면 아프리카가, 동북진하면 지불롤터해협을 통과할까? 카라메스콰이다 해안의 흰 띠 위로 숲에 숨은 하얀 별장들이 아름다운 정적으로 지중해의 태양을 낚고 있다.

 

평안은 고요할 만치 아름다운 내면을 발견했을 때의 감정이다. 악어아구딱 턱밑 바위에 앉았다. 바다는 바람 한 떼를 몰아 숲을 흔들게 하곤 내게로 선물하고 있었다. 문득 아내생각이 났다. 무사히 도착했겠지? 동행 안하길 다행이었다.

Badia d’ Alcudia만의 해안 풍경이 맘풍선을 달게 했는데~!

바디아 디 엘쿠디아만 뒤쪽 끝에 SERRA DE TRAMUNTANA산맥이 있고 그곳엔 해발 1000m가 넘는 산(puig major산은 1445m)이 4개나 있다.

 

 

그건 도중에 수 없이 산행을 단념하자고 졸랐을 테고 난 갈등했을 터다. 그때마다 짜증도 났을 나는 아내를 경원했을 테니 말이다. 하산하면서 능선 분지 반대편 끝의 Cap de Famutx로 가서 섬끝이 어떻게 마무리 됐는지를 보고 싶었다.

뻥 뚫린 기도원벽구멍으로 지중해가 밀려왔다

 

에르미타 디베틀렘기도원의 악어산도 해발800m정도 될 터이고 한치의 에누리 없이 등정하는 셈이니, 우리가 강원도백두대간의 어느 고산등정 못 잖은 높이일 것이다. 다시 아까의 기도원에 내려섰다. 기도원의 동쪽벽은 포탄에 명중이라도 했던지 구멍이 뻥 뚫려있다.

기도원, 좌측으로 우회해야 악어 아가리가 있다

 

그 구멍으론 쪽빛바다가 구멍처럼 찢겨 밀려들었다. 누가 기도원을 구멍 냈을까? 이 섬의 역사도 외세의 침입에 몸살께나 났었다. 켑 디 파묻을 향하는 분지는 억새(?)종류의 풀밭이다. 그 억새 숲은 또 날카로운 톱날바위 숲을 휘덮고 있어 신경 날 서게 했다.

도망치는 수풀속의 산양, 알고보니 그들 천국이었다

 

뚜렷한 길이 없고 십여m 간격으로 등산객들이 돌무덤을 쌓아놓아 그 돌탑을 향해 톱날바위와 억새숲을 헤쳐야 했다.

발목 아랜 뭐가 있는지 발 디디며 촉감에 의지해야 해 신경 곤두세워야 했는데 두려운 건 톱날바위였다. 허나 더 겁먹는 건 풀숲에 독사라도 웅크리고 있다 맞닥뜨릴까? 였다.

Cap de Famutx로 가는 길은 있는 둥 마는 둥 칼바위 분지다

 

 그렇게 풀숲을 헤치다 두려움을 떨칠 수 있게 하는 건 돌바위에 올라서서 우측으로 펼쳐지는 해안풍정 이었다.

검푸른 디`알쿠디아만(Badia d’ Alcudia)의 파도놀이가 감동으로 다가와서다. 파도는 해안가바윌 부수느라 서슬 퍼런 거품을 뿜어내고 놀랜 절벽은 신음소릴 풀숲에 감춰 삭히는 거였다.

칼바위`억새풀숲 속에서 등산로는 돌멩이 몇 개 쌓은 곳을 향해 조심스래 걷는 거였다

 

그 신음소리바람이 풀숲을 흔들며 나를 위무한다. 어디서 불쑥 한 사내가 나타났다. 배낭에 스틱까지 짚고 있으니 산꾼이 틀림없다. 근디 내가 손을 들어도 앞만 보고 사라졌다. 어떤 기대감을 말할 엄두도 없었지만 약간 실망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건 다분히 이중성이 있다.

땅끝의 단애는 볼 수가 없고~

 

좋고 나쁘고를 떠나 고도(孤島)에서의 조우는 어떤 경우든 두근거리는 설렘이 있게 마련이다. 달랑 런닝화 차림으로 나선 등산이었기에 아쉬운 게 많았다. 당장 물 한 모금이 그랬다. 느닷없이 숲 속에서 산양 두 마리가 튀는 통에 기겁을 했다.

되돌아서서 본 악어산

 

아니다, 저편에서 세 마리가 놀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 글고보니 아까 악어아가리 밑에 산양 똥이 무수히 깔려있더니 놈들의 수작일 터이다. 산양의 삶터~! 악어를 우습게 안 놈들은 악어한테 똥이나 먹으라고 아예 거길 변소간으로 여겼나 싶다.

악어아가리천정

 

아니면 악어가 지켜주니 맘 놓고 배설의 쾌감을 만끽할 똥간이었던지? Cap de Famutx 끝 절벽은 망망대해만 보일 뿐 절애(絶崖)는 숨겨둔 비밀 같았다. 땅 끝 억새풀 속에 허물어진 돌담이 있고 시멘트비석(?)이 말 못할 사연을 간직한 채일 뿐이었다.

땅끝의 무명의 비와 폐허의 석성은 군 초소였지 싶었다

 

두 시간이 훌쩍 지나고 있었다. 하산 길을 서둘렀다. 지름길을 택하려다 다시 되짚어 아까 길로 들어서느라 반시간 쯤 개고생만 했다조마조마한 억새숲길을 빠져나와 베들렘기도원에 이르자 비로써 안심이 됐다. 두 시간이면 호텔에 들어서겠지. 

 

오늘 지중해고도에서 홀로산행을 하는 내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해보는 절대 고독의 성찰시간이기도 했다. 야릇한 흥분이 전류처럼 흘렀다. 죽는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닌데 나는 무모하게 산행 중에 죽는 건 행운이다라고 오만과 무식을 버리지 못하고 오늘도 만용을 부렸다.

창공과 악어산을 가르는 비행운

 

길위엔 어제와 오늘이 깔려있고 그 시간의 축적은 역사와 문화로 내일의 길이 된다. 그 길을 걷는자만이 길이 품은 얘기를 진정으로 향유할 수 있을 테다. 길은 역사요 문화다.  호텔에 들어서자 아내가

악어한테 물리진 안했어?” 라며 웃었다.

2019. 05 04

기도원 앞 풀숲의 야생화, 철쭉 사촌일까?

Cala Mesquida해수욕장에서 조망한 악어산과 땅끝절애

Cala Mesquida해수욕장

 

등산 후 귀가길의 나를 환영하려고~? 남생아, 고맙다. 

Majorica지도 & 비행티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