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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8)카라라자다(Cala Ratjada)해변풍경과 번개시장

8)카라라자다(Cala Ratjada)해변풍경과 번개시장

 

카라라자다해안 요트정박장

 

지구촌 어디든 그곳사람들의 삶의 편린을 살짝 엿볼 수가 있는 것은 시장바닥일 것이다. 호텔프런트에서 오늘이 유명한 카라라자다 번개시장 날이란 걸 귀띔 받고 콜택시를 불렀다. 한 시간 거리란다. 평지에 가까운 마요르카 분지는 방치된 초지 같아 궁금증에 부채질을 한다.

 

카라라자다해변

 

본시 황무지였다지만 목축업초지도, 과수원도 아닌 그냥 풀밭 같아서다. 그 스산한 벌판에 망가진 풍차가 스산하리만치 서 있다. 그런 돌지않는 풍차가 심심하면 달려왔다 물러서곤 한다. 풍차는 풍력을 이용하여 황량한 벌판에 물을 퍼 올리는 기계였고, 곡식을 빻는 동력기계였다.

 

 

스페인본토 라만차(La Mancha)지방의 촌구석에 콘수에그라(Consuegra)란 마을이 있고 거기엔 풍차가 몇 대 있다. 세르반테스는 그 풍차를 처치해야 할 괴물체로 여겨 산쵸를 앞세워 돌진하는 불굴의 정신을 돈`키호테란 풍자소설로 담아냈다. 라만차는 건조한 땅을 이름이라.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며,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움을 하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면서, 잡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별을 잡으려 고향을 떠났다.”소설 돈 키호테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메마른 라만차평원 언덕에 세워진 풍차가 이곳 원주민들의 의지로 바다를 건너와 마요르카의 라만차를 옥토로 바꾸려 했을 테다. 그 옥토가 외지인들의 땅투기(?)로 다시 라만차의 돌수 없는 풍차로 전락하여 스산하게 서 있는 성싶었다.

 

마요르카의 건조한 평원

 

저 언덕에서 딸랑딸랑 풍경소릴 내는 노새를 몰며 땅딸이산쵸가 나타날 것만 같다. 우직한 주인장의 영원한 시종이 앞장을 선채다. 나는 그 산쵸가 안쓰러우면서도 좋았다. 스산한 초지들판에 길 하나는 잘 닦아 놨다. 택시가 과속을 하는 건 잘 닦은 길보단 뜸한 차량 탓일는지도 모른다.

 

 

언덕을 넘자 쪽빛바다가 나타나고 그 바다는 땅덩일 야금야금 파고들어 카라`라지다(Cala Rajada)만을 만들어 아름다운 어촌'Son Moll'을 만들었다. `몰에 번개시장이 펼쳐졌다. 어촌이 꽤 크다. 크면서도 어촌 같잖게 깨끗하고 인파가 들끓고 있다.

  선 몰의 번개시장 입구

 

어디서 모여든 사람들일까? 거구 내지 뚱보가 많은 독일인들보단 더 날씬해 보인다. 길거리의 난장(亂場)은 사람에 치여 야단법석인데 정작 상인들의 호객소린 젊잖다. 계절 탓일까? 옷 나부랭이들은 가벼운 천에 원색바탕이 주류고, 장신구와 생활소품들이 좌판을 수놓았다. 과일도 싸다.

 

번개시장

 

섬사람들이 죄다 모여든 모양새라. 아낸 100%(강조했다) 캐시미어 숄과 보자기를 하나씩 건졌다. 물정 모르는 내 앞에서 무지 싸단다. 나도 건성으로 맞장굴 쳐줬다. 여기 번개시장에서도 1+1판매가 대세를 이룬다. 가격은 정찰제(?).

 

 

사진 않으면서 볼 것은 많다가 아내의 쇼핑패턴인가? 난 또 궁뎅이 걸치고 쉴 곳을 찾는다. “그러니까 물가를 모르고 심부름도 잘 못하지?”아내의 지청구를 뒤로하고 화단담벼락에 앉았다한참 후, 우린 식당을 향했다.

 

주택가까지 성황인 난장은 축제 같았다

 

난장을 나서니 푸른바다가 밀려든다. 그 눈부신 바다도 호객행윌 하는지 해변에 인파가 쫙 깔렸다. 바다는 뭘로 사람을 낚는가? 낭만이란 이름의 최면이다. 특히 마요르카의 쪽빛바다는 최면술의 도사인가 싶었다.

 

선 몰의 해안풍경

 

바람쟁이 남장여인 조르주 상드는 쇼팽과 눈과 배 맞추고 사랑의 도피처로 쪽빛바다가 둘러싼 마요르카를 택했다. 그러나 얼마 못가 두 연인의 도피행각은 마을사람들한테 들통(불륜과 쇼팽의 폐결핵)나서 추방당한다. 보따릴 싼 연인은 산속의 낡은 수도원에 몸을 숨겼다.

 

Ses A'ncores 레스토랑, 서빙을  겸한 꼰대사장은 마냥 미소를 짓는 프로페셔널
 

택시기사가 소개해준 레스토랑(Ses A'ncores)은 상당히 고급이었다. 아직 점심때가 이른 탓인지 손님이 없는 식당엘 들어서며 소개해 준 하얏트호텔기사를 팔았다. 거구의 60대 꼰대는 서빙 겸 사장인 듯싶은 데 연신 미소와 콧노래를 흥얼대며 안내를 했다.

 

쎄 안코레스 레스토랑의 내부

 

꼰대는 혼자 바지런히 서빙을 하며 둘째와 입방아를 찧는다. 울`부분 그들 입술만 쳐다보고-. 와인 한 병과 랍스터와 새우를 넣은 볶음밥을 주문한다. 커다란 푸라이팬의 볶음밥은 우리입맛에 맞고 량도 많았다. 근디 정작 흡족해 한건 우리가 아니라 서빙 하는 꼰대였다 

 

바다가재 새우 볶음밥, 샤프란이란 향료로 노란색깔과 독특한 향을 띄우나 싶었다

 

미소와 걸죽한 입담으로 친밀감을 주는 그는 직업의 자부심을 즐기는 폼새였다. 뼛속까지 밴 장인정신이다. 한 세기를 넘긴 가업이란다. 부끄한 내가 얄밉게 생각할 정도로 꼰대는 천직(天職)을 사랑하고 있었다. 자기 일에 철저하고 자부심이 강한 주민들에게, 뜬금없이 나타난 이방인이 불륜과 몹쓸병은 숨긴 건 참을 수 없는 모욕이었을 테다.

 

 

 

쇼팽과 상드는 보따릴 싸야했다. 낡은 수도원에 숨어 든 상드는 쇼팽의 병간호에 혼신을 다하지만 오래 버티질 못하고 다시 떠났다. 프랑스 상드의 옛집에 돌아 온 그들은 갈등과 연민의 9년동거를 마감하고 결국은 헤어졌다. 글고 쇼팽은 서른아홉 살로 생을 마감하고 여섯 살 연상의 상드는 모질게 쇼팽의 장례식도 외면해 버린다.

 

Manolo Alcalde해변의 보트 계류장

 

허나 마요르카에서의 사랑의 도피생활은 쇼팽에게 <빗방울 전주곡><마요르카>등의 명곡을 남기게 했다. 랍스터볶음밥으로 포식한 우린 시내를 어슬렁댔다. 해변의 어느 노천카페에선 라이브음악이 울리는데 테이블을 차지한 사람들은 대게가 꼰대들이다. 쪽빛바다처럼 낭만적이다.

 

선`몰해변의 노천카페는 라이브음악으로 만석을 이루고~

 

여긴 꼰대들의 세상인가! 그 꼰대들은 커플끼리 꼭 손목을 붙잡고 활보한다. 노천카페에 마주한 커플들의 와인 잔이 유난히 사랑스러워 보이는 게 쪽빛지중해 탓만은 아닐 테다. 단체나 그룹미팅을 보기 어렵다. 2~3차 술판이 없으니 자연 취객이 없는 건 당연지사이리라. 

 

 

아직 서핑은 때가 아닌가? 많은 보트들이 해안에 정박한 채다. 관광과 휴양지의 보고 마요르카는 스페인령 지중해의 가장 큰 섬을 이름이다. 스페인왕실가족들은 전통적으로 마요르카별장에서 여름철 바캉스에 든다. 더불어 세계의 유명인사들의 휴식처로 각광을 받는 섬이 됐다.

 

 

야자수 길

 

풍차날개가 십자(+)로 정지해 있음 잠시 쉬는 때고, 휴업일 땐 X형 날개로, 풍차날개가 11시방향으로 살짝 기우려있음 경사가 있음, 1시 방향의 날개는 장례를 뜻한단다. 하여 전쟁 때 주민들은 풍차날개위치로 소통을 했다니 풍차의 쓰임은 대단했다. 풍차는 돌아야 한다.

 

 

근디 관광지로 둔갑한 탓인지 광활한 초지는 묵전밭으로, 돌지 않는 풍자는 그냥 이정표로 남겨졌는지 모르겠다.

그 풍차가 요것도 저것도 아닌 아니, 부서진 날개로 허공을 향하고 있다. 주민들은 뭘 예감하고 있을까? 돈 키호테를 생각하고 있을까?

 

어쩌다 보이는 목축장

 

보고 싶고 알고 싶은 것도 많은 마요르카에서의 일정이 넘 아쉽다. 이번 여행 전까지 나는 마요르카섬을 도통 몰랐다.아직 때묻지 않고 신비스런 역사의 향기가 길위에서 모락모락 지필 것만 같은 곳이었다. 허나 다시는 못 올 것 같은 땅, 못 올 섬, 지중해의 쪽빛을 추억창고에 담는다. 즐건 나날들이었다.

2019. 05. 06

 

 

선`몰골목풍경

꽃을 좋아하는 주민들은 재래화장실입구에 화분과 화단을 만들어 인상적이었다

별장지대

올리브나무의 열매와 야생화는 지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