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라인강과 마인강을 따라 데이트(?)를 하며~
어제, 가장 긴 하루를 온전히 구름 위를 산책하며 보낸 7시간의 시차는 여행이란 설레임 탓인지 여독을 별로 못 느낀 채 아침을 맞았다. 날씬 흐렸다 맑았다하다 소나기도 뿌릴 참이란다. 둘째는 볼 일이 있어 아내와 난 라인강변을 따라 걷는 산책에 나섰다.
라인강과 마인강이 합류하는 두물머리는 하얏트호텔에서 지척간이다. 라인강변을 따라 걸으며 구스타버그(Gustavsburg)철교를 건너 마인강을 도강하여 하치임시내를 훑기로 했다. 시내를 관통하는 671번도로를 걸으며 신시가지를 더듬다가 다시 라인강을 가로지른 서덜헤쓰(Theodor-Heuss)다리를 건너 하얏트호텔에 귀환하는 트레킹을 제대로 할 수가 있을지?
마인츠의 라인강은 도도히 흐르는 푸근한 물살 못잖게 강변을 수놓은 아름다운 풍정들이 너무 매혹적이다. 강 가장자리의 잘 다듬어진 인도와 자전거길, 몽환적일만치 기이한 가로수와 예쁜화단을 마당처럼 거느린 고풍스런 깔끔한 주택들은 한 폭의 장대한 수채화다.
상처가 아문 울퉁불퉁 몸매의 플라타너스는 활짝 벌린 여러 개의 팔이 싹뚝 잘린 옹두라지에서 막 연둣빛이파리를 꾸역꾸역 밀어내고 있어 기이하면서도 멋지다. 그 멋들어진 플라타너스가 끝없이 도열하여 울`부부는 마치 열병식을 받는 양 폼 잡고 신바람 난 산책을 하는 거였다.
놈들의 곁엔 화단이 있고 긴 의자도 있어 쉬고 싶음 깔아뭉개면 된다. 그럼 비둘기들이 퍼득퍼득 날아와 앉으며 힐끗힐끗 눈치를 보면서 아장댔다. 글고 또 청둥오리가 아장아장 강가에서 기어오른다. 비둘기나 청둥오리나 꼭 커플끼리다. 근디 숫놈 행색이 좀 수상쩍다.
목에 잔뜩 힘을 줘 깃털을 세운 채 앓는 소릴 내며 암컷 꽁무니를 좇고 있다. 춘사월 장가들기 좋은 때란 걸 놓칠 순 없다는 조급함이 방정떠는 행색에 묻어나는 거였다. 사람들이 놈들을 구경하는지, 놈들이 사람들을 약올리는지 헷갈리는데 잽싸게 바이커들이 자전거를 몰고 와도 슬쩍 비켜선다.
강물은 흐르는지 마는지 도도하고 화물을 가득 실은 바지선은 거북이보다 더 느리다. 시간이 더딘, 낭만적인 슬로우`시티의 진면목이 마인츠란 생각에 토 달 생각이 없다. 아니 그 무중력에 빠져들었다. 구스타버그철교를 건넌다. 전동차가 지나가니 일순 지진 난 경천동지소리에 아낸 기겁을 한다.
알프스에서 발원한 마인강은 여기서 라인강과 몸을 섞어 한강만큼 넓은 강폭으로 도도히 흐르며 마인츠와 독일을 배따시게 한다. 기원전 로마군단의 말발굽 속에 형성된 시가지는 로마황제의 대관식을 주제했던 막강한 마인츠로 거듭나고, 신성로마제국의 회의가 빈번하게 개최되는 ‘황금의 도시’란 위세를 자랑했다.
철교 저만치에 라인과 마인이 만나는 두물머리가 유유하지만 우리의 양수리 두물머리완 판이했다. 양수리는 관광 터일 뿐인데 마인츠 두물머리는 산업용도로 물동량이 엄청났다. 라인강은 그렇게 전후 폐허의 땅인 독일의 젖줄이 됐고 산업부흥의 씨`날줄이 됐을 테다.
하여 MB는 라인강의 기적을 벤치마킹하여 4대강운하를 밀어붙이다 혈세22조원만 꼬라박고 지탄의 대상이 된 무모한 권력자로 낙인 찍혔나 싶다. 철교를 건너 마인강을 따라 수목지대를 걸었다. 한참을 걸어도 마인강은 허치임마인(Hochheim am Main)으로 들어가는 다리를 내밀지 않았다.
철교를 건넌지 반시간쯤 헤매다 다릴 찾아 시가지에 들어섰는데 물청소라도 한 듯 정갈하다. 깨끗한 환경에서 살다보면 주민들 누구나 휴지 한 조각 함부로 버리지 않을 선민정신이 생활화 될게고 은연중엔 자부심까지 날 테다. 어쩜 이렇게 도시가 사람맘 꼬시면서 정감붙게 할까!
마인츠시내버스정류장엔 근처의 지도가 붙어있어 길 찾기에 도움이 된다. 호텔프런트에서 구한 마인츠시지도가 벙어리 겸 봉사인 울`내외에게 나침반이 되고 버스정류장지도는 길눈을 트게 했다. 아낸 또 지청구다.
"산에 다니 듯 영어공부를 했슴 이 모양, 이 꼴은 면피 했을거다"라고.
가끔 비구름이 햇살을 가리고 호랑이장가 가는 소나길 뿌리면 울`벙어리부부는 아무 가게나 찾아들었다. 느닷없는 황색동양인의 출현에 왕방울눈동자의 그들은 울`부부의 수줍은 미소에 곧장 친절해 졌다. 유럽인들이 대게 다민족의 혼혈족이라 개방적이고 겸손하지만 마인츠시민들은 온갖 인종전시장처럼 다양했다.
사실 마인츠는 천혜의 자연으로 이민족의 침입이 끊이지 않는 굴곡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듣건 데 독일파견광부와 간호사들로 마인츠는 코리언들을 일찍 눈 맞췄을 테다. 유시민작가도 독일유학시절을 마인츠에서 보냈다고 했다. 그의 유식 못잖게 풍부한 감성은 마인츠에서 일부 훔쳤을까?
마인츠는 프랑크푸르트에서 한 시간 거리인 탓에 한국관광객들은 당일치기코스로 훑지 싶어 마인츠의 진국을 놓치기 십상일 것이다. 서덜헤쓰다릴 걸으며 느림의 미학을 보여주는 라인강을 응시한다. 다양한 배들이 무시로 강물위에 하얀 꼬릴 내리며 사라진다.
수없이 왕래하는 컨테이너바지선은 스위스,오스트리아,프랑스,독일,네덜란드를 들락거리며 풋풋한 라인강의 역사를 쌓아간다. 학창시절에 애창했던 ‘로렐라이’는 라인강이 품은 사랑의 전설에 하이네가 시를 쓰고 프리드리히`질허가 곡을 붙였었다.
"가슴 저미는 까닭이야/ 내 어이 알리요/ 옛부터 전해 오는 이야기/ 그 이야기에 가슴이 젖네/ 저무는 황혼 바람은 차고/ 흐르는 라인강은 고요하다/ 저녁노을에/ 불타는 산정/ 저기 바위 위에 신비롭게/ 곱디고운 아가씨가 앉아 있네/ ---- 뱃길 막는 암초는 보지 못하고/ 언덕 위만 바라보네/ 끝내 사공과 그 배는/ 물결에 휩싸였네/ 로렐라이의 옛 이야기는/ 노래의 요술"
라인강물 만큼이나 질펀한 낭만적인 사랑을 노래한 로렐라이를 생각하며 뭉퉁한 손아귀에 연두이파리 다발을 들고 춤을 추는 푸라다나스의 군무속으르 들어섰다. 그 군무의 퍼레이드는 강변을 따라 줄차게 이어지고 나는 개선장군처럼 그들의 사열을 받으며 콧노래를 흥얼댔다. 울`부부는 3시간을 라인강과 마인강을 따라 마인츠의 일정을 워밍`업 했다.
2019. 0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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