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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 길 - 산행기

페르세포네와 안산초록숲길을 걷다

페르세포네와 안산초록숲길을 걷다 

서울시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숲길이 안산자락길-초록숲길이다. 이 초록숲길이 4월 들어 만화방창 봄의 절정을 이뤘다. 명계(冥界)의 여신인 페르세포네가 지상에 나타나 온갖 싹을 틔우며 꽃을 피우느라 봄바람을 일으키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내가 매일 찾다시피 하는 4월의 초록숲길은 움트는 새싹들의 가뿐 숨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산수유와 개나리의 노란 꽃잎으로 봄의 전령을 알리던 페르세포네는 화사한 벚꽃과 도화로 골짝을 물들이더니 이젠 연둣빛으로 산록을 파스텔톤 덧칠하고 있다. 연둣빛산록에 애기똥풀들은 어디다 할 것 없이 노랑똥꽃을 무수히 깔겨놓았다. 어찌 페르세포네를 생명의 여신, 색의 마술사라 아니할 수 있으랴.

도룡농 산란장이 된 약수터 웅덩이

창세기 이후 지구는 사계(四季)가 없는 늘푸르고 온화한 그냥 아쉬운대로 살만한 세상이었다. 글던 어느 날 지옥세계를 관장하는 저승신 하데스가 어여쁜 페르세포네(Persephone)를 납치한다. 뭍 남신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절세미인 페르세포네는 곡물의 신인 데메테르의 딸이였다.

사랑하는 딸을 잃은 데메테르는 딸이 하데스의 지하궁전에 강금돼 있다는 것을 알고 되돌려 줄 것을 요구했다. 글자 하데스는 페르세포네가 저승에 와서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면 귀환시키겠다고 약속한다. 배고픈 페르세포네는 이미 석류열매를 먹었는데 말이다.

하여 데메테르와 하데스의 협상은 결렬됐다. 한술 더 떠 하데스는 페르세포네를 아내로 삼겠다고 선언한다. 실랑이를 보다못한 중재의 신 헤르메스가 페르세포네와 데메테르를 제우스에게 데려간다. 제신들의 왕인 제우스는 페르세포네에게 1년 중에 4개월은 하데스와 같이 지하에서, 나머지 기간은 지상에서 살도록 명령했다.

눈꽃 흩날리는 벚꽃길

하여 3월에 페르세포네가 지상에 올라오면 데메테르는 딸과 함께 만물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하고, 저승에서 사는 겨울엔 만물이 살수 없는 동토를 만들었다.  4계절의 탄생인 것이다.  지구상에 생명 있는 동물들이 살아갈 수 있음은 오직 페르세포네와 데메테르 모녀간의 사랑의 끄나풀이 존재함이리라. 

도화

그리스로마신화에 등장하는 제신들이 거의 남신들이지만 정작 위대한 신은 두 여신-페르세포네와 데메테르신일 것이다. 옥천약수터 웅덩이에 내비친 물그림자 – 도룡농알이 어느새 꿈틀대는 생명의 샘에 파릇파릇 움돋은 초목들의 싹을 응시하면서 하데스의 지하세계를 상상해 봤다.

히어리

안산초록숲길이나 안산자락길은 7~8km이상이라 완주하는데 두어 시간은 족히 소요된다. 특히 안산자락길은 장애인들도 다닐 수 있게 만들어 어린이, 노인들의 산책코스로 사랑받는다. 서울 사대문 안에 이만한 숲길이 있다는 건 서울시민들의 행운이라. 내가 이곳으로 거처를 옮긴 소이라. 

라일락

벚꽃들이 눈꽃처럼 떨어지며 초록숲길을 유영하고 있다. 선홍색 명자꽃무리를 보면서 페르세포네를 사랑한다. 그녀를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진달래가 시들자 철쭉이 바통을 잇는다. 온 산야가 만화방창이다. 페르세포네모녀의 가쁜 숨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녀의 발길`손길을 따라 오늘도 안산초록숲길을 산책한다. 

2019. 04

꽃을 밀처내며 움트는 연둣잎 벚나무 뒤로 안산정상 봉수대가~
귀룽나무
애기똥풀
안산
건너편의 개나리 화환을 두른 인왕산